.今.生.有.約./→ 雜感

내 생애 처음으로 '벽시계'를 샀을 때.

우리팬 2006. 11. 20. 03:03

스무살때부터 자취생활을 했고, 덕분에 '마트여행'에 대해서는 이제 진이 빠질대로 빠졌다고 볼수 있는 종족이건만, 지금까지 살림살이 中의 사소한 것 같지만 뺄래야 뺄 수 없는 품목 중의 하나가 바로 '벽시계'는 단 한번 구입을 했었다. 이전까지야, 뭐... 집에 있는 굴러다니는 벽시계를 떼어다가 자취방으로 옮기던지, 아님 벽에 못까지 박아야 하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그냥 책상이나 TV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알람시계를 사용하곤 했었는데... 03년 8월, 南京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중국에서의 외주(外住)를 나 홀로 시작했으니... 이거 필요하겠더라고. 근데,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벽시계를 어디서 사야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남경에 발을 붙인지 하루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이 동네에서의 대형마트 또한 어디에 붙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무더운 오후... 대강 집근처 마트에서 사다놓은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무작정 집밖으로 나갔으니... 아는 곳도 없고, 아는 이도 없으니 얼마나 자유분방한 방황이었더냐. 걸어서 또 걷다보니... 新街口 라는, 그러니까 내가 남경에 오기 전에 살짝 칭구넘으로부터 들어본 적이 있는 남경의 시중심에 다다랐고, 또 걷다보니 长乐路라는 곳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참으로 재미났던 것이 무협시리즈 '侠客行'에 나오는 방파 中의 하나가 长乐帮인데... 괜히 무슨 연관이 있지 않을까-_- 망상의 세계를 돌아다닐 무협, 아... 집에 어떻게 돌아가지? 걱정이 되더라고.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은 이상한 도로변에 있는 KFC에서 대강 햄버거 하나 사먹고... 또 다시 무작정 도로표지판 하나 달랑 믿고 걸어서, 또 걸어서 도착하게 된 곳이 바로 中山路에 있는,


아, 역시 이 디카... 야간촬영은 깨갱이다.-_-

中山大厦라는 곳에 있는 어느 시계방이었는데, 어찌나 반갑든지 생각치도 않게 너무 쉽게 벽시계를 구입하는게 아닌가 싶어 낼름 들어가서 맘에 드는 넘 하나 골라다가 룰루랄라 집으로 향했다. 아마, 이 날... 한 대여섯시간은 계속 걸었던걸로 기억되는데, 그래도 고대하던 벽시계를 처음 샀다는 뿌듯함에 택시도 잡지 아니하고 열심히 걸어서, 또 걸어서 결국엔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은, 그러나 내딴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살게 된 아파트로 돌아갔다.

지금 그 벽시계는 없다. 이전 마지막으로 내가 살던 곳에서 짐을 뺄 때, 다음번 사람 쓰라고 일부로 남겨놓고 왔는데, 그래도... 나름 '남경'에서의 초창기 추억찌거기인데, 좀 아쉽기는 하다. 그 전에 내가 있었던 곳은 江苏 无锡라는 곳이었고, 또 굉장히 절약생활을 했던터라... 당췌 남경에서 돈을 쓴다는게 어찌나 부담스럽든지. 따지고보면 무석의 체감물가가 남경보다 쎈데 말이다.-_-;

벽시계를 의기양양하게 구입을 하고, 바로 다음날에 안 사실이지만... 아파트 바로 앞 마트에, 이런저런 벽시계 더 싸게해서 열라 진열되어 있더라고.-_- 잠시나마 신났던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어디 사는데 이런 별거 아닌 즐거움을 갖게 되는 것도 자주 있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