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한국에서 먹는 양꼬지(羊肉串)의 맛.

우리팬 2008. 5. 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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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도 중국식, (뭐 좀 떠 엄밀하게 말하자면 조선족식) 양꼬지(羊肉串儿, 난 왜 다른 곳엔 儿化를 안 붙이면서 이 단어에는 꼭 쓸까나.)를 하는 가게를 본 적이 있다고 포스팅한 바 있다. 서울 같은 경우에야, 훨씬 몇년전부터 중국식 샤브샤브인 火锅라든지, 羊肉串은 말할 것도 없고, 珍珠奶茶를 파는 곳도 있었으나, 부산은 비록 예전에 화교촌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화요리 음식점을 제외한, 그러니까 오리지날 중국식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먹거리를 접하기가 힘들었다. 일명 화교 중국집 역시, 언젠가부터는 한국인 사장이 인수했다는 말이 돌아, 지금 부산역 건너편에 있는 초량 외국인거리를 찾더라도, 왠지... 내가 10년전 서울 명동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느꼈던, 그 중국스러운 (정확히 말하자면 광동스러운) 분위기에서 짜장면 한그릇 먹기도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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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이 '태호네 양꼬지(숯불 羊肉串)'이라는 가게를 발견했고, 뿐만 아니라 위치 역시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 (우리집에서 도보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있다는 사실이 자못 신기했건만, 1,2년을 지나치기만 했기 직접 들어간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중국에 있을 때는 羊肉串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또 왠지 짝퉁스러운 느낌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친구넘들에게 소개랍시고 몇번 데려갔건만, 고작 다섯개 테이블이 있는 이 가게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와.중.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석가탄신일을 앞둔 야밤에, 朴군의 문자 한통 '탕수육에 소주 한잔'에 의해 나갔고, 2차를 생각하다가 이왕 중국식 먹은거 한번 가보자는 심산으로 이 가게를 찾았으니... 겨우 하나 남은 자리에 앉아 일단 羊肉串부터 시켜봤으니... -_-v

일단 주방에서 초벌이 되어 나온다.

오~ 오래간만에 보는~

양고기 사이에는 마늘과 은행

1인분 10개 5,000원, 즉 개당 500원씩 치는데, 사실 서울쪽과 비교하면 엄청 싼 것이다. 사장 아줌마 말로는 2,000원까지 한다는데, 건 잘 모르겠고, 일단 중국에서 먹던 양고기와는 달리 비린내가 훨씬 덜했다. 테이블이 적다는게 손님측 입장에선 앉을 자리에 대한 경쟁의식이 높아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미 좌석에 앉고나면 속닥한 분위기에서 먹거리와 주류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단 2인분, 20개를 시키고 난 후, 다 먹고나선 역시 1인분에 5,000원짜리 똥집볶음도 시켜봤다.

아참, 중국물을 먹어보지 못한 朴군을 위해 청도맥주(青岛啤酒)도 시켰으니... (韓군이야, 2년전 중국서 별에 별 중국 맥주를 다 섭렵했으나) 이건 또 한병에 4,000원씩이나 하더군. 이 가게의 특징은, 이 집에서 보유하고 있는 백주(白酒)의 종류가 의외로 많았다는 점. 일전에 해운대에 있는 중국대반점에서 맛 본 연태고량(烟台高梁)도 있던데, 15,000원으로 가격은 같더군. 이 집에 있는 가장 비싼 백주는 80,000원. (이런건 또 직접 물어보지.-_-v)

뭐 고기가 비리면 여기에 찍어먹으면 되고~

양꼬지 맛도 퍽이나 괜찮았고, 양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 두루치기나 똥집볶음도 괜찮은 듯 싶다. 그.러.나. 이 집에 온 가장 큰 보람을 느낀 것은 새메뉴, 벽면에 붙여진 종이 한장이 나를 즐겁게 만들었으니... 바로 동북요리의 대표음식인 锅包肉도 있었다는 점! 중국식 탕수육이라는 어색한 한국어와 함께 아랫쪽에 锅包肉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나는 흥분하기 시작했다.-_-; '부산에서 이걸 먹을 수 있다니... 것도 고급 중국식 레스토랑도 아닌디.' 가격을 물어보자, 小자가 20,000원, 大자가 30,000원. 유감스러웠던 것은 이미 1차에서 탕수육을 맛본 터라, 결국 시키진 못했다.

양꼬지에 대한 설명인데... 읽다가 말았지비. 羊肉串은 먹어보면 안다. 설명이 무슨 소용이리오.

중국에서 유학당시, 내가 이런저런 식당들을 섭렵하고, 또 단골이 될 수 있었던 이유 中의 하나가 바로 사장과 함께 퇴근(?)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같이 문 닫고 나간다고. 손님없는 한적한 식당안에서 사장이나 사장 아줌마와 이런저런 얘기하다보면 자연스레 단골이 되더라고. 요녕성(辽宁省) 출신의 조선족인 사장 아줌마는, 이래저래 내가 묻는 말에 중국어로 답해줬고-_- 나중엔 덩달아 나도 중국어 몇마디를 썼으니...-_-; (글고보니 朴군은 나랑 20년을 알고지내면서 내가 중국어 쓰는건 첨 들어봤겠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12시가 넘었고, 명함 한장 얻어들고 귀가를 했다. 범일동과 범내골 사이에 있는 곳이라 직장인들이 자주 찾고, 또 여기저기 입소문을 통해 찾아온 손님들이 꽤나 있는 편인지라, 한번 찾아갈려면 전화 한통 가는게 낫을 듯 싶다.

우짜등가, 잘 먹었고... 담번엔 기필코 锅包肉를 맛본다고 호언장담하고 가게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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