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bby/→ Computer

그래도 아쉬운 '엠파스(Empas)'의 사라짐.

우리팬 2008. 9. 18. 22:39
반응형
학부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굉장히 보급이 된 2000년 벽두, 당시 각 대학의 교수님들이 고심했던 문제는 학생들의 레포트 제출에 대한 불신감이었다. 분명히 그 이전보다야 레포트 내용의 수준이 높아졌고, 또 양도 늘어난 것 같았으나... 이상하게 앞뒤가 안 맞고, 여기저기서 짜집기를 해 붙인 것이 눈에 훤히 보일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어느 교수님은 아예 양심적 레포트를 포기하시고, 차라리 '손으로 써오라'고 조건을 달았다. 소수의 학생들이 짜집기 레포트를 제출한다면야 그 학생들에게만 불이익을 주면 된다지만, 소수의 학생들만이 양심적인 레포트를 제출하고 있었으니 별 다른 방도가 없었을 듯 싶다. 그래서 인터넷 뒤져가며 Ctrl+C Ctrl+V 신공으로 짜집어 붙여올봐에는 차라리 그것들을 손으로 써서 제출한다면 적어도 그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갈테니까... 하는 계산이었다. 예전에는 교수님들이 인터넷의 흐름에 약간 뒤쳐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식이라도 쓰셨다만, 요즘은 레포트 문장 몇개 '구글'에 쳐넣기만 하면 다 탄로난다. 아직도 짜집기해서 레포트 내는 학생들이 있을까나. 아니, 아예 인터넷 짜집기로는 레포트 작성이 불가능한 걸로 내주기도 하더라만.

당시 한창 학생들 사이에서 뜨던, 레포트 자료검색의 새로운 지존이 있었으니 바로 '엠파스(Empas)'였다. 당시에는 다음도 검색으로는 별 볼일 없었고, 구글은 인문대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검색엔진이었으며, 네이버나 야후, 라이코스 같은 것들도 있었지만, 모두 한 곳에서 만족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오히려 검색의 지존이라고 한다면 엠파스를 꼽았으니... 그러다가 네이버의 급부상, 그리고 구글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언젠가부터 엠파스는 알게모르게 관심에서 멀어졌던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렇다.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면서, 등록된 여러 검색엔진 中에 엠파스는 한번도 끼어있지 않았다.

2008년 9월 18일 엠파스 초기화면.

그러다가 엠파스가 SK로 인수되었고 그때부턴 더더욱 시들시들해진 것 같다. 딱 기억나는 것 하나는 열린검색이라고 해서, 타서비스 내의 검색결과들까지 출력해주는 경이로운 시도도 있었으나, 다른 검색엔진들의 약진을 따라갈 수 없었던 듯 싶다. 지식in을 토대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 그리고 개인 블로그를 통해 또다른 정보꾸러미를 확보하여 절대적 위치에 오른 네이버, 그리고 구글을 통해 웹문서를 검색을 추가시킨 다음의 약진... 어쩌면 이제까지 여러 남의 컴퓨터 초기화면을 보면서 엠파스로 설정한 이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네이버 아니면 다음이었으니까. (지금도 이것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하여간 내 생각에는 SK로 넘어간 이후에도 엠파스에는 뭔가 확연히 눈에 보이는 장점을 가진 검색엔진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 엠파스가 곧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도 초창기 우리나라 검색시장에서 네이버보다도 다음보다도 일반 사용자들에게 가까웠던 검색 사이트였으나, 다른 포털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든지, 혹은 내부의 어떤 문제가 있었든지간에... 아무튼 엠파스가 우리들의 눈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이텔, 한미르등과 같은 곳이 파란으로 바뀌었듯이, 아마 엠파스 메일계정이나 블로그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앞으로는 네이트에서 로그인을 해야할 것이다.

이제 여기에 empas.com도 추가되겠지비.

기업간에야 먹고먹히는, 그리고 이미 내 것이라 해서 회사방침에 따라 이래저래 좌지우지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요최근 엠파스의 서비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대용량 첨부 서비스인데, 일전에 포스팅했던 바와 같이 굳이 ActiveX를 설치하지 않아도, 그러니까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더라도 첨부가 가능했고, 또 업로드 속도가 다른 포털 메일계정의 속도와는 비교가 되지도 않을만큼 경이로웠는지라 지금도 필요할 때마다 아주 즐겁게(?) 사용하고 있었다. 사실 파일 전송이 필요할 때 두 사람이 굳이 컴터 앞에서 메신저를 켜놓고 있지 않았도 보내놓고, 받는 것은 좀 더 효율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언젠가부터 자주 사용해오고 있는데, 이 네이트로 흡수가 된다면 이건 또 어떻게 변해질지 의문이다.

그래도 아직은 엠파스 메일을 주메인계정으로 사용하는 이가 많은 걸로 알고있다.

또 재미난게 있는데... 지난 몇년전부터, 그러니까 Gmail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각 메일계정 용량의 경쟁에서 엠파스 역시 동참하여 지금은 그래도 만만치 않은 용량 2GB를 제공 中인데, 네이트는 네이트온과 싸이월드이라는 막강한 사용자수를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제공하는 메일공간이 고작 100MB이다.-_-; 뭐, 물론 이래저래 합치면서 nate.com 계정 자체에도 변화가 많이 생길거라고는 생각되지만서도, 왠지 미덥지 않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런 얘기 이래 떠들고 저래 떠들어봤자... 한 개인의 낙서내지 주저리밖에 되지는 않지만, 언젠가부터 그래도 익숙했던, 혹은 잠시나마 애용했던 사이트나 서비스들이 사라지면서, 또 한편의 아쉬움을 가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도 지금이야 내 도메인 하나 만들어놓고 티스토리 서비스를 이용하여 적지 않은 수의 포스트들을 남기고 있지만, 이 엠파스 블로그에서도 500여개의 포스트를 남겼었는데 말이다. 흠흠. (블로그질를 시작할 때 Blogin이라는 곳을 이용했다가, 개인에게 부여된 용량이 너무 형편없어서 포털 블로그로 옮겨야만 했는데, 그래도 네이버보단 엠파스를 먼저 선택했었고, 나중에는 중국에서 엠파스 블로그 접속이 원활치 않아... 할 수 없이 네이버로 옮겨야만 했었다. 물론 그래서 또 네이버로 옮겼다가 지금은 티스토리를 쓰고 있는 것이고.)

그래도 가끔씩은 어던 특정날만 되면 엠파스 초기화면을 확인하곤 했었는데... 엠파스, 이젠 안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