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人緣

Twitter를 통한 번개(?).

우리팬 2010. 2. 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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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을 하면서... '번개'라는 단어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었다. 어느 동호회의 채팅방에서... 어느 날 저녁, 날도 더운데 광안리 백사장에 앉아서 맥주나 한캔할까? 로 모였던 것이 내 인생 최초의 번개였다. 물론 고딩 신분이었던지라, 맥주캔은 손에 잡지도 못했지만.-_-; 이후 번개든 모임이든 줄기차게 나갔다. 대인 접대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 즐거움을 찾았던 나로서는 당연했던 일. 근데, 군제대를 하고나니 이전의 그 인스턴트식 만남에 대해서 차츰 회의감이 드는 것이다. 그리 공통관심사가 없는 사람들이 단지 '사람이 좋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어 나름 각자의 외로움을 해소시키는 만남, 그리곤 어느덧 그 즐거웠던 한때를 보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개인적인 연락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을 제외하곤, 그 어떤 누구도 지금 내 주소록에 남아있지 않다.

중국에서 유학할 당시에 어리버리 받아들였던 '감투' 때문에 이런 모임을 아예 주선까지 해야만 했었다. 모임을 준비하고, 모여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계획하고, 그리고 이후 그때를 되돌아 봤을 때 내 스스로도, 그리고 다른 이들이 보기에도 마냥 놀지만은 않았다, 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나름 분주히 뛰어다녔다. 이 역시도 지금 돌이켜보면 머릿속에 기억만 남았을 뿐, 추억으로 돌이키기에도 역부족한 듯 싶다. 이후로는 인터넷을 통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했다. 아니, 그냥 쉽게 생각해서 다 부질없다, 그것이 정답이었겠지비. 이상스레... 어릴 적부터 그냥 내 생활을 통해 만나는 사람과,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는 사람들 사이의 묘한 금을 그었던 것이다. 분명 똑같은 사람인데, 인연을 맺는 동기나, 혹은 그 만남을 이어가는 주제 따위에 신경을 썼나보다.


몇일 전에 Twitter를 통해 한 사람을 만났다. 나이차가 꽤나 있었지만 그건 나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더 어린 아해들과도 별다른 부담없이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철부지 같은 성격을 연마해 왔었기 때문에,-_- 절대 나이가 많다,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권위적이거나, 혹은 잘난 체를 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관심사... 아니 어쩌면 나도 그 나이 때 비슷한 고민도 했었고, 비슷한 길을 가고자 생각했었기 때문에 비어드는 술잔과 함께 이바구는 이어져 갔다. 근... 2시간 반, 더 이상 계속 자리를 같이 하게되면 상대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았다. 또한 언제부터인지 새벽 2시 이후의 술자리는 그리 좋은 결과(?)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였는지, 2시가 땡~ 하자, 살포시 자리를 마무리 지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갔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풀었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지금은 각자의 인생에 가장 집중해야 할 시기이기에 다음의 만남을 기약할 여유도 없다. 인연이 닿는다면, 혹은 이런 간단한 만남을 통해 서로에 대해 조그나만 신뢰가 생긴다면 또 자리를 하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여러가지 종류의 만남이 있는데, 가끔은 그냥 상대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혹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사람과 사람은 만나는 것이다.

青山不改, 绿水长流, 后会有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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