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南 京

南京이 재미없다고 여기는 아해들에게.

우리팬 2007. 1. 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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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생활을 03년 8월부터 시작했으니, 이미 2년 반 정도가 되었다. 뭐, 첫발을 내딛은 것은 02년 10월이니 좀 더 되겠지만, 당시는 내 거주지가 无锡라는 江苏省의 작은(?) 도시였던지라, 별 다른 감흥이라기보단 그저 신기함에, 더욱이 한국 물품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여타 다른 어학연수생들처럼 外文书店이라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곳도 있었던 것도 기분 좋은 도시로 여겨졌던 이유 中의 하나이다.

2년 반이다. 뭐, 시간의 한계는 있었지만 나름대로 적당껏 이 곳 南京의 여러 곳을 둘러보며 살아왔고, 별다른 일이 없을 때 '오늘은 또 어떤 곳을 방황때려볼까?'라며 문을 나서곤 했다. 물론, 이래저래 줏어듣거나 책에서 얼핏 본 곳을 찾아간 것은 물론이고, 가끔은 자전거나 전동차로 쉽게 갈 수 없는, 아니 도시답지 않은 곳을 구경다니기도 했고, 밤이면 기본 생활비로는 부담스러운 곳도 종종 찾곤 했다. 또 현지인들, 외지로부터 온 이들이 아니라, 남경 토박이들과도 만남이 잦아지면서 남경이란 도시의 매력내지, 혹은 갑갑함에 대해서도 종종 접하곤 했다.

어제 한 아해로부터 "남경에 재밌는게 뭐가 있어요?" 라는 한탄섞인 한심어린 말을 접했을 때, (의문형이 아니다-_-+)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곳 남경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그 아해는 남경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을까. 학교라는 울타리로 인해 생활거주지나 발길이 닿는 곳이 한정된 생활을 하는, 했던 우리가 과연 '南京'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마음대로 해석하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더라고.


교과서적으로 따져본다면 남경은 여러 고대국가들의 수도로서 역할을 했다. (六朝古都 南京이라 부른다.) 중국 역사에 대해 별 관심없는 이들도 쉽게 알 수 있는 국가로는 삼국지에 나오는 오나라의 건업이나, 명나라 초기, 태평천국, 그리고 가깝게는 중화민국의 수도로서 따져본다면 지금 중국의 수도인 북경 못지 않게 한 국가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중화인민공화국이 개국되고, 대만으로 도피한 국민당 정부의 이전 수도였던 남경이다보니, 명성(?)에 비해 그래도 아직은 중국내의 대도시로서의 모습을 덜 갖춰졌다, 라는 것도 쉽게 추측할 수 있다지만, 중국 대륙의 대표상공업 지구인 江苏省의 省都인 동시에 珠江路라는 곳 역시 중국 IT 중심 지역 세 곳 中의 하나이며, 新街口라는 시중심 역시 중국내 3대 상권에 속할 정도이니, 이 정도면 어딜 내다놔도 손색없는 중국의 대표도시라 해도 무방할 듯 싶다.

우리는 이 곳에 놀러온 것이 아니라 배우러 왔고, 또 뭘 보든지 간에 신기할 수 밖에 없다. 다만, 고정적인 생활패턴과 한정된 생활구역, 또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장기 유학생활을 겪으며 너무 쉽게 이 곳 남경에 대해 판단해버리지 않는가, 라는 의구심이 든다. 시 중심에 있는 总统部는 왜 아직 남겨두고 있으며 그 안에 있는 太平天国 기념박물관의 존재 가치라든지, 南京大屠杀 博物馆은 남경인들에게 어떠한 슬픔이 있었는지, 시변두리에 있는 雨花台는 어떠한 상징을 하는지, 벌써 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을 통해서만이라도, 이 곳 남경에서는 배워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평소엔 지저분하거나 혹은 우리의 문화와 다른 것들을 접할 수 있다지만 그동안 그저 그렇게 쉽게 지나쳐버리진 않았는지,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살고 있고 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 어느정도 대표 도시격에 속한 이 곳 남경이란 곳도, 밤 11시 정도 식당 앞의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며 먹을 것을 찾는 이들도 있고, 많은 고급 식당 앞에선 갓난 아기를 등에 메고 동냥을 헤대는 거지들도 있다. 또 요최근엔 新疆에서 깡패조직이 들어와 치안이 더욱 더 강화되었다는... 소위 주변생활이나 그 변환에 대해서도 민감해야 하는 것이 우리 유학생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타지에서 몇년을 있었든지 간에, 다른 사람에 비해서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생활지식을 가지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 도시의 발전변화 (어떻게보면 중국이라 가능할지도 모르는)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주시를 해야 한다.

어딜 가든지, 무얼 하든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강 좀 안다고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생활하게 된다면, 胡适 선생이 말했던 差不多 先生이 되어버린다면, 여기서 공부한 의미도 없고, 더욱이 중국까지 와서 중국의 나쁜점만 배우고 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나.

원문 포스트 : 2006/01/1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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