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군대에서의 편지, 우표 이야기.

우리팬 2007. 12. 1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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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나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진 것 中의 하나가 바로 '우표'라는 넘인데, 2년 4개월이라는 군생활 동안 제대할 때까지도 이 우표라는 넘과 상당히 친했었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다고... 펜으로 글 쓰는걸 그리 꺼려하진 않지만, 무료한 군생활을 어떻게 해서든 타파해 나가고자, 사제 사회로 나가는 넘에게 부탁을 해서 우표를 사다가 열심히 써써 붙였건만... 우째 내가 군에서 받은 편지들은 왜 한장도 남지 않은걸까.-_-;

훈련소에 입소를 하고 얼마 되지 않으니 편지 쓸 시간을 주더라고. 규격봉투 한장에 편지지 두장인가? 당시 아무리 골통을 굴려보아도, 보낼만한 곳은 집밖에 없었어... 대강 게시판 글 쓰듯이 장난스레 써서 보내니, 엄니는 내가 입대때 흘리지 않은 눈물을 그 편지를 보고 흘리셨다고 했다. 얼마나 군생활이 힘들었으면, 편지도 이상하게 써서 보내냐고... 뭐 그렇단다.-_-+

후반기 교육... 일명 주특기 교육을 받을 때는 좀 더 편지를 쓸 시간이 늘었는데, 아무래도 '전화'라는 매개체와 동떨어져 살다보니, 사회와의 유일한 끈을 '편지'밖에 없었다. 옛 전쟁 영화보면 죽어라 고국땅에 편지를 써서 보내는 장병이 한명씩은 꼭 나오는데, 그 마음 나는 절대 이해한다. 나름 글을 써내려가면서, 가지 못하는 곳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뿐더러, 또한 언젠가 올 답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때의 그 고생을 버텨낼 수 있다.

기억이 나는 것은... 후반기 교육때 당시 있었던 곳의 PX에서 볼펜 앞부분에 불이 들어오는 볼펜을 팔았는데, 점호가 끝나고 나면 모포를 뒤집어 쓰고 희미한 형광색 불에 의존해 역시나 편지를 썼었다. 쓰다쓰다보니 양이 엄청나게 늘었고, 제대할 때까지 산 우표만 해도 1000장 가까이는 되었으리라.-_-+ 근데, 당췌 누구한테 보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단 말씀이얌.-_-;

자대배치를 받고는 편지를 쓸 수 있는 여건이 그리 좋지 않았다. 막내생활땐 눈치도 보이고, 심적으로 편지를 쓸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던지라, 또한 밤늦게까지 잠도 안 자는 내일 모레 병장들 때문에 야밤에 몰래 편지 쓰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뭐, 그래도 염치불구 역시나 불 달린 볼펜으로 편지를 쓰긴 썼었다... 어지간히 외로움에 치를 떨었나보다.-_-;;; 사실 자대배치를 받고, 입대전까지 몸에 베어있었던 야행성이 도져서리,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더라만.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편지를 다시 쓰게 된 것이 '배'를 타면서부터다. 해군 병장 성병장, 우짜다 하극상 비슷허이 걸려서리, 육상 근무에서 배로 쫓겨났었는데... (아, 그 새끼 잡히면 정말 콱! 위에 꼬바르는 아랫넘도 문제지만, 더 추잡한 넘이 위에 하사관한테 꼬바르는 선임이제.-_-+ 게다가 전입한 주제에... 으구으구~) 배를 타고 나서는 야간 당직이 많았고, 또 종종 섬으로 들어가게 되면 남아도는게 시간이었던지라, 게다가 보직이 보직이었던만큼,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어서 열심히 편지를 써써 부치게 되었다. 아마 내 기억에는, 언젠가 한번은 정말 편지를 써서 보낼 곳이 없어서... 대중가요 악보와 가사가 있는 1000원짜리 책자 맨 뒷장에 있는 펜팔 목록에서 대강 두어면 찍어다가 보낸 적도 있었으니... -_-;;; 우째... 해군은 또 편지지도 타군보다 뽀대났었다.-_-;

저 위의 사진 속의 우표가, 바로 2년 4개월간의 군생활을 하면서 남은 우표이다. 저것들이 또 우째 아직까지 내 책상 안에 들어가 있더라고. 제대한지가... 언젠데.-_-;;; 나이가 나이니만큼, 주위에 더이상 입대하는 넘들이 없을 줄 알았건만, 한 넘은 이제 상병 꺾일 때가 되어 여전히 강원도에서 수송트럭을 몰고 있고, 또 요번 여름에 알게된 넘은 2학기 마치지도 못하고 이번주에 입대를 한다고 한다. 뭐, 그렇다고 내가 군생활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있는 세대는 아니지만, 듣기로는 요즘 군대 정말 많이 좋아졌고, (상병이 이병한테 ~요자 써야 한다미?-_-;;;) 월급도 만만치 않아 모아서 휴가때 쓸 수 있을만큼 금액이 되었고... 또, 2년?-_-; 아무리 사회와 격리니 뭐니 해도... 그 기간을 개인적인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하고, 몸건강히 갔다올 생각만 한다면, 사회에 대한 쓸데없는 미련내지, 불안감도 결국엔 기우로 남을 뿐일지어이다.

그나저나 우리 殷상병, 제대가... 흠흠. 이미 300일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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