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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접한 중국 대륙의 위성TV, 그리고 중국어 학습.

우리팬 2010. 6. 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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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넓다. 그리고 사람도 많다. 그래서인가, TV 채널들이 너무너무 많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도 케이블을 비롯한 각 방송국들의 위성TV까지 늘어났다지만, 내가 96년에 대륙땅을 밟았을 때 접한 TV 채널의 수는 과히 놀랄만 했다. 넓긴 넓고, 많긴 많은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으니. 중국에서 단기 어학연수 때는 사실 TV 프로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기숙사 방안에서 TV만 쳐다보기에는 시간이 아까웠고, 또 살짝 기억나는 것이 96년 당시에는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있던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가 V채널에 자주 나와서 이 채널 맞춰놓고 기다리고 있었다지비.-_-; 본격적으로 중국내의 TV채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02년부터일 것이다. 그래도 장기 어학연수랍시고, 생활면에서... 그리고 이전까지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중국 문물(?)에 대해 하나둘씩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그랬듯이... (어쩌면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르지만) 값싼 DVD 기계 하나를 사두고, 값싼 DVD 영화/드라마를 보는 일에 한동안 빠졌었다. 우리돈 5만원 정도면 기계를 살 수 있었고, 우리돈 천원 정도면 DVD 한장을 살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이었던가. 내 평생 이때만큼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생판 관심도 없던 미국의 드라마 '프렌즈(Friends)'나 '섹스 인 더 시티(Sex in the city)' 역시 이때 접한 것들이었다.

<南京零距离>의 孟非. 얼마나 반가웠음 디카로 TV를 직촬-_-v

하지만 이런 여가생활(?)을 하면서 슬며시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한국이나 헐리웃 영화나 일본 드라마나 볼려고 중국땅까지 온 것은 분명 아닌데, 게다가 수업시간에 종종 선생들이 중국의 TV 방송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마다 나 혼자 "안 봤는데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것이다. (하기사, 학생이 둘밖에 없었으니-_-;) 그러다가 江苏卫视의 孟非라는 아나운서를 알게 되었고, 당시 난징(南京) 내에서 발생한 일들을 소개하는 시사프로그램 <南京零距离>의 진행자였던 그가 거침없는 독설과 중국에 대한 비판/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에도 이런 사람이 있긴 있구나...'라며 흥미를 갖게 된 것이다. 어떤 일이든 동기가 중요한 법이다. 고작 이 한프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후 TV가이드 책자까지 사서 기숙사 TV 채널내에서 볼 수 있는 프로 中 볼만한 것들을 하나둘씩 체크해가며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의 노력(?) 덕분인지... 이후부터는 중국내 수많은 TV 채널에 대한 감을 잡기 시작했다. 뭐 있잖우... 스포츠 채널은 CCTV-5 가 최고이고, 또 어떤 채널에선 8,90년대 홍콩영화들을 자주 방영하며, 한국 드라마는 또 어떤 채널에서 단골손님으로 방영하더라... 뭐, 이런 짜달시리 돈은 안되지만-_- 나름 TV를 갖고 놀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시작했지비. 후배들에게 중국에서의 TV 시청은 중국어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참 좋은 도구라고 입에 닳도록 얘기를 해왔다. 다름 아닌 거의 모든 방송에 자막이 달려나오기 때문. 어느정도 중국어 감을 잡은 학습자가 꾸준히 이 자막방송을 시청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수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교과서외적인, 되려 교과서보다 좀 더 일상생활 어휘라든지 회화용법, 그리고 시사 어휘들도 끊임없이 접할 수 있다보니 학습효과가 상당하다고 강조했었다. 간혹 어떤 이들은 한국영화를 중문자막으로 보는 것을 추천하던데... 택도 없는 말씀하지 마시고, 그냥 영화에만 집중하시길 권해드리고 싶다.-_-; (중국에서의 번역질에 얼마나 신뢰감을 가지시는가.-_-;) 일정 수준내에서 말하는 것과 말한 것을 글자로 동시에 보는 훈련은 언어학습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너무 익숙해져버리면 나중에 듣기훈련에서 조금 낭패를 볼 수 있는데, 이때는 또 라디오 듣는 연습을 하면 된다.

아, 사실 이따구 개똥철학을 낙서질할려면 포스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_-; 어제 월드컵 축구를 시청하기 전에 컴퓨터 하드 정리를 좀 했다. 그래도 한때는 3일이 멀다하고 최적화니, 혹은  쓸데없이 호기심만으로 설치한 프로그램들을 정리하곤 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컴퓨터 자체에 신경을 덜 쓰기 시작한터라, 무수히 쌓인 임시화일들, 그리고 레지스트리, 프로그램들이 만만치 않게 깔려져 있더라고. Program files 폴더를 열어보니 더욱 가관이었다. 일일히 폴더내의 파일들을 확인해가며 프로그램도 삭제하고, 또 남은 파일들을 삭제하는데, 뜬금없이 szPlayer 라는 폴더가 유난히 신경이 쓰이더군. 나는 이런 프로그램을 설치한 기억이 없는디? 실행확인 전 바이두에서 검색을 해보니 쓸데없이 자동설치되는 프로그램이라는데 (流氓软件이라 부르더군.) 호기심이 일단 실행을 시켜봤지비.-_-v


어랏... 한 눈에 딱보이는 것이 중국내 TV를 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떤 것은 플래쉬 플레이어로, 또 어떤 것은 윈도 미디어플레이어로 실행이 되는데... 덕분에 간만에 중국내 TV채널들을 접하게 된 것이다. 망구 내 생각인데... 종종 홍콩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 설치해뒀던 PPLive 라는 프로그램을 업뎃하면서 같이 낑겨 설치된 것 같다. 流氓软件이라고는 하지만, 뭐, 나한테야 간만에 중국TV를 볼 수 있게 해줬으니 그리 流氓인 것 같지는 않고-_- 하나둘씩 채널들을 확인해 보기로 했지. 월드컵 기간인지라... 경기시간만 맞으면 이걸로도 경기를 시청할 수 있을 것 같더구마이. 조금 안타까웠던 것은 지역탓인진 몰라도 홍콩/대만 방송들이 로딩되지 않더군. ㅠ 그 중 내 나름대로 재미나게 생각한 것들을 살포시 캡춰를 해봤다. 뭐... 그랬다고. 난 이 얘길할려고 포스팅을 시작하게 됐는데, 우째...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나와 버렸군.-_-;;;

北京卫视

北京卫视는 내가 본 적이 없었다. 북경에서 두어번 단기연수를 했지만, 당시엔 TV에 그리 관심이 없었고... 또 남방지역에 4년간 있으면서도 이 채널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화면에는 중국 외교부가 인민폐(RMB) 환율 문제를 정치화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라는 뉴스를 하고 있는데... 이 뉴스 전에는 북경내 잘 알려지지 않는 명산에 대한 다큐프로를 하고 있더군. 난 이런거 좋아하는데.-_-;;;

东方卫视

东方卫视는 상해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남방에 있을 때,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한 채널 中의 하나였다. 간만에 보니까 감회가 새록새록. 근데... 마침 뉴스에서 보도되는 나용이 江西省의 龙虎山이 홍수로 인해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고. 내가 왜 이 곳에 관심을 가지냐면, 06년 여름에 이 곳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_-; 참... 괜찮은 곳이었는데, 뭐 알아서 복구하시겠지욤.



重庆卫视

重庆卫视 역시 처음 봤다. 내가 그 동네 근처를 간 적이 없으니.-_-; 이 방송 뿐만 아니라 도심의 위성방송에서는 종종 살인사건이나 사기사건의 범인들에 대한 시사프로를 방영한다. 괜히 중국땅 살기 만만해졌다고 안심하다가는 이런 꼴 날지도 모른다, 라고 각성시켜주는 것 같지비.-_-; 이런 방송들의 특징은 일단 체포된 범인의 모습을 제대로 공개를 한다는 것과, 또 여러 목격자들의 현장감나는 생생한 증언들 인터뷰한다. (사투리가 심하다는 소리다.-_-;) 이럴 때는 자막을 눈여겨 잘 봐야지비.

浙江卫视

浙江卫视는 나도 종종 봤던 채널이다. 여기선 드라마, 특히 고전물 드라마를 자주 방영해주던데 어제 역시 막 하고있더니만. 근데, 다른 채널에 비해 화질이 안습... -_-; 이 드라마는 내가 처음 본 것이었는데, 아마도 홍콩쪽 배우 몇몇 끌어다가 만든 대륙판일 듯. 황제역을 맡은 배우가 홍콩 무협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던 李国麟라는 사람이더구마이. 간만!~

贵州卫视

贵州卫视를 틀었더니 드라마 방영 후 잠시 광고시간이던데 마침 공익광고를 한다길래 보고 있었다. 어랏... 이거 왠일, 중국의 다이빙 간판스타, 꿔징징(郭晶晶)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은퇴했지? 한 인물 덕분에 재벌 2세와 열애설이 터지기도 했고, 또 연예계로 진출을 하니마니 말들이 많더니만... 광고내에서의 말빨을 보니... 그댄 그냥 비주얼로만 나가야겠수다.-_-; 화면의 오른쪽에 보면 우리와 좀 다른 것이 광고시간을 알려주는 곳도 있다. 61초만 지나면 다시 드라마 방영해준다, 이 말이지 뭐.

安徽卫视

安徽卫视는 근처에 있던 江苏省 南京(강소성 난징)에 있으면서도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게 왠일? 83년 사조영웅문(谢雕英雄传)을 방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_-; 역시 무협물은 시대와 유행을 타지 아니한가. 아니면 되려 20년 전에 찍은 홍콩 TVB판이 진리라는 얘기인가. 나도 한때 이 쪽 바닥에 심히 빠졌던 적이 있는지라, 이 장면 딱보는 순간... '아, 양강(杨康) 죽는 장면이네' 싶더라만. 양강역의 모교위(苗侨伟), 그리고 이 앞에는 주인공 곽정(郭靖)역의 황일화(黄日华)가 버티고 있을터이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조영웅문 시리즈 中에서 가장 인정하는 황용(黄蓉)이 나왔던 시리즈가 바로 83년판에서의 옹미령(翁美玲)인데, 이 언니... 얼마전 기일도 지났지만, 26세의 꽃다운 나이에 자살을 해버려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었지비. 자살원인은 연애문제였는디... 탕진업(汤镇业)이 문제의 그 넘이란다.-_-;

뭐, 대강 이 정도 훑어보고 있으니까 경기 시작.-_-; 이 流氓软件을 일단 지우지 말고, 종종 생각날 때마다 중국 대륙내 TV 채널 좀 돌려봐야겠다. 나름 HD급이라 할 수 있는 高清 화질의 채널도 있으니 어쩌면 자주 틀어놓게 될지도.-_-;


열심히 떠들어대긴 했어도, 이 프로그램으로 중국 채널돌린 시간은 고작 20분도 채 되지 않는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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