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한국의 고급 중식(中食) 레스토랑 이야기(Chinese restaurant) 이야기.

우리팬 2009. 8. 2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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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몇년을 중국에서 유학한 몸인데, (자랑은 아니지만-_-) 가끔씩 땡기는 '기름기'는 할 수 없나보다. 가끔 친구넘들이랑 소주 한잔 걸칠 때에도 가장 만만한 곳이 바로 집근처에 있는 24시간 중국집이며, (여기 중국집 치곤 재밌다. 이름하야 '서부의 사나이'.-_-; 탕수육 짱! 근데 분위기는 아저씨삘 만땅.) 이 곳말고도 부담없이 찾아갔던 곳이 일명 '중국집' 그러니까 중화요리를 하는 곳들이었다. 짜장면이야... 뭐, 대한민국 서민들이 부인할 수 없는 최고의 서민 음식이며... (이제는 짜장면 한그릇 값도 만만치 않게 되었지만) 소주 한잔을 걸치더라도, (혹은 독하다는 빼갈) 만원 초반대의 탕수육이나, 어느 하루 기분이 좋거나 꿀꿀해지면 누룽지탕이나 유산슬 정도도 시켜먹곤 했다. 분명한 것은... 내가 지난 중국 유학생활 전에는 그다지 중국집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중국유학의 경험때문인지, 가끔씩 땡기는 '기름기'의 유혹은 어쩔 수 없다... 이 말이지비.

동네 중국집이나, 혹은 일명 부산시내에서 알려진 '맛집'에 속하는 중국집들은 뭐, 심심치 않게 다녀봤지만... '고급' 딱지를 붙이는 곳은 요최근에는 고작 두어번밖에 가보지 못했다. 재작년인가 해운대에 있는 모 차이니즈 레스토랑과, 그리고 요최근에는 남천동에 있는 모처를 다녀와봤지비. 물론 내 돈내고는 절대 이런 곳들을 찾지 아니한다. 돈의 문제를 떠나서, 이 곳에 있는 일반 중국집에 없는 요리들, 그러나 중국에는 있는 요리들이... 돈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는 한일 월드컵을 반년 정도 앞둔 시점이었을까나. 그 당시 내가 쫓아다니던 아낙을 꼬득여 무리하게(?) 부산역 앞의 초량쪽에서 저녁을 한끼 한 적이 있다. 뭐, 가게 이름만 내놓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중식 레스토랑이었는데, 내딴에는 당시까지 중국 단기연수를 두어번 다녀온 적이 있는지라, 뭔가 색다른 중국특색이 묻어있는 요리를 주문하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주문한 것이 바로 '궁보계정(宫保鸡丁)', 00년 베이징(北京) 단기연수 때... 동기 아낙이랑 야밤에 둘이서 같이 기숙사를 뛰쳐나가 이거 하나 시켜놓고 맥주 한박스를 비운 적이 생각났는지라, 다른 메뉴는 쳐다도 아니보고 이 넘을 시켰다지비. (가격대비 술안주의 최고가 이 넘이라는 강박관념까지 심어주는 사건이었다.-_-;)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23,000원? 나는 중국에서 10元 안팎으로 먹었으나... 뭐 할 수 있나. 여긴 한국인디. 하지만 테이블위에 올려진 요리(?)를 보고 실망에, 대실망을 했다. 그 가게 주방장은 한자 공부 다시 해야한다고까지 주장을 했으니.-_-; 메인 재료인 닭고기가 거의 사각형 모양이기 때문에 이름에 丁자가 들어가건만... 이건 뭥미? 게다가 양념도... 별로였거니와 양을 보고는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괜히 쫓아다니는 처자 데꼬 갔다가 티도 못내고 돈만 날렸다, 이 말이지비.-_-;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그래도 그런 고급 중식 레스토랑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가족들이 같이 했던 자리인지라, 나도 우째우째 끼어 두 곳을 다녀온 적이 있다. (가족들이 어디 가서 뭘 먹자고 할 때는 나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그냥 참석하는데 의의를 둔다.-_-v) 하나는 해운대의 모처였는데, 여긴 일단 넘어가고... 그때 그 집보다 가격면에서는 더 비쌌고, 질적인 면에서는 더 우리(!)했던, 요최근에 다녀온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와우, 병마용 아찌像~

이게 설마 辟邪는 아니겠지비?

첫인상은 상당히 깔끔했다, 라는 점이다. 뭐... 이게 중국집 맞나? 할 정도로 가게 밖에서 볼 때는 비싼 티가 팍팍났다. 하기사 이 동네가 보통 동네가 아니지비. 아,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하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홀에는 역시나 이런저런 중국술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중국술(대게 白酒인디)들을 볼 때마다 항상 의문을 가지는 것이 있다. 왜 종류가 다 거기서 거기야? 워낙에 땅덩어리가 넓은 곳이고, 또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 중국인지라, 맥주 뿐만 아니라 중국의 白酒의 종류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많다. 마트만 가더라도 당췌 뭘 골라야 할지 어리둥절해질 정도. 특별히 먹는 넘이나, 혹은 아는 사람을 통해 들어본 적이 있거나 TV 광고에서라도 본 적이 있다면 몰라도... 그냥 관광차 중국을 찾은 이라면 중국 마트의 백주코너에서 기겁을 할 정도다. (뭐, 그만큼 종류가 다양하다는거제.) 같은 상표의 백주라 할지라도, 종류가 몇가지 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내가 본 오량액(五粮液) 종류만 10여가지니), 가격차이도 싼 것은 10元 안으로... 비싼 것은 1000元이 넘는 것도 있다. 근데 이 넘의 한국땅에서 돌아다니는 중국 백주의 종류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점이지.-_-+

가장 보편적인 것이 공부가주(孔府家酒)라는 넘이다. 이건 고급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조선족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도 보이더라고. 내가 이 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 내가 중국 대륙땅에 처음 가서 사들고 온 술이 바로 이 술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아무 것도 모른채, "공자 집안에서 만든 술 아이가~" 하면서 친구넘듶 앞에서 따서 먹였다. 그리곤 "이게 술이가?" 하면서 허벌나게 구박과 면박을 당했었지비.-_-; 가격도 내 기억엔 20元 정도? 술병도 중국틱하고, 이름도 맘에 들었는지라 선뜻 골랐었는데... 이게 어지간한 한국내의 중국 레스토랑에 가면 다 있더라고. 이 술... 이 집에선 무려 40,000원을 받았다.-_-;;; (저기 위에 있네. 맨 위에 왼쪽의 갈색 술병)


그래 그렇다 치자. 인테리어도 빵빵하거니와 이 곳에 작업녀를 모시고 올지라도 전혀 꿀리지 않는 분위기도 인정을 해준다. 게다가 서빙남이나 서빙녀, 심지어 지배인처럼 보이는 아저씨까지 이래저래 친절하게 대해주는걸 보니 역시 비싼티가 팍팍났다. 짜장면 한그릇을 먹을지라도 여기서 먹는다면 뽀대나는... 그런 곳일 정도였으니.

그럼 메뉴판 좀 열어볼까나...? 근데, 분위기도 그랬고... 남의 가게까지 가서 메뉴판을 일일히 다 찍는게 눈치보여서 제대로 된 메뉴는 찍질 못했다.-_-; 중국에서 봤음직한 요리들은 대게 4~6만원대 가격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뭐, 이것도 이 집 메뉴에서는 중급대 가격이었고 몇인상의 코스요리나 해물, 삭스핀 같은 경우엔 치를 떨만한 가격이지비.-_-; 뭐, 이것도 사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집에선 최고의 재료와 최고의 주방장을 초청해와 만든 요리이기 때문에 이 가격을 받는다하면 손님으로써는 할 수 없지비.


그렇더라도 술값은 너무 부풀린게 아닐까나. 뭐 두배 정도 받는다, 혹은 세배까지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건 시켜마시기가 난감할 정도의 가격이니 나 같은 서민들은 그저 4,000원짜리 쪼매난 병에 든 수출용 二锅头나 한병 시킬 수 밖에 없으니.-_-+ 사실 二锅头는 언젠가 화교 아저씨가 하는 가게에 가서 정말 지겹도록 찬양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중국 술이 아무리 종류가 많아도, 질과 가격대비 최고는 바로 二锅头라는 것.-_-; 또 언젠가 단기연수 당시 택시기사 아저씨와 귀국전 선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물론 베이징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아저씨 역시 술은 二锅头가 최고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름 마트에서 고가의 二锅头 두어병을 사서 귀국했지비. (그래봤자 40元 정도?-_-;)

뭐, 여기까지의 음료나 주류는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지.

그러나 이름 좀 있는 술, 공부가주를 물론이거니와 중국색이 물씬 풍기는 술들의 가격은 만만치가 않다. 대한민국 시중에 돌아다니는 것들 中에 80프로는 가짜라고 기사까지 나온 마오타이(茅台)는 250,000원, 내 기억엔 중국 마트에서 350元 정도였던 五粮液이... 여기선 350,000원이었다.-_-; 분명 먹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메뉴에도 있을터인데... 나도 고마 중국 백주 보따리상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_-+ 그나마 중국틱 나는 저렴한 술이 연태 고량주(烟台高粱酒)인데... 산동 지역이 워낙에 술로 유명하다보니 같은 제품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비슷한걸 봤는데 20元대였다는거.-_-+ 여기선 20,000원. 왜 외국나갔다 오는 사람들 손엔 면세점에서 산 양주들이 쥐어져 있는지, 절로 이해가 되더라니께롱. 우리같은 주당들은 인맥을 동원해서 사다마시는 수 밖에 더 있겠소만. 사실 중국 白酒 맛을 아는 이가 아니라면 4,000원짜리 二锅头나 350,000원짜리 五粮液이나 마신 느낌과 제품에 대한 신뢰도의 문제지, 별 다른 차이점을 알지 못한다.


어랏... 예전에 많이 봤던 五粮醇도 있네? 이거 원래는 싼건데... 이거 하나 위로가 같은 발음의 五粮春인데, 언젠가... 교수님께 五粮液 한번 사드렸고, 두번째로 드린다고 했던 것이... 당시 지갑상의 문제로 五粮春을 두병 사드렸는데, 허벌나게 혼났었다. 이 술들도 여기 오면 많이 비싸다구염...! -_-;

자자, 술 얘기는 그만하고, 메인인 요리를 좀 살펴보입시더. 이 날 우리 가족은 요리 두개, 군만두 하나, 각자 식사 한그릇씩을 주문했는데... (네명 식사비 합계가 10만원이 넘었다.) 이것저것 메뉴를 보다가 부담되는 가격에... 적당한 가격선에서 시킨것 중의 하나가 또 궁보계정(宫保鸡丁)이었다. (나도 어지간히 요넘이랑 친했나벼.)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4만원 약간 안 했던 것 같다.-_-; 그럼 돈값을 하셔야죠.-_-+

헐, 내가 내 포스트 캡쳐해서 올리긴 또 처음이군.-_-;

엄니한테 적당히-_- 宫保鸡丁에 관한 얘길 해드리고 있던 차에 드디어 나왔다, 宫保鸡丁. 뭐여?... 닭고기가 안 보여.-_-; 온통 별에 별 야채들 덕분에, 무슨 요리인지 도통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사천요리려니... 하면서 젓가락이 오고갔었지비. 실컷 설명했던 것은 무색하게... 이걸 처음 드시는 울 엄니도 그닥-_-

이걸 누가 宫保鸡丁이라고 볼 것인가?

사실 宫保鸡丁은 중국에서도 가게마다 나오는 모양새가 약간씩 차이가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 된장찌개 하나를 시켜도 가게마다 다른 경우도 허다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한국에서 먹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걸 고른 나 자신도 무색할 정도로 나왔으니. 보기와 맛... 모두 자진납세해야 할 정도였다.

이 넘은 중국에서 18元(한화로 대략 3600원) 주고 먹은 宫保鸡丁이다.

딱 이 요리만을 보고나니... 굳이 비싼 중국 레스토랑엘 가봤자 나한테는 득될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괜찮았던 것은 군만두.-_-+ 이 집 군만두가 특별히 맛있었다라기보다는, 다른 4만원 정도 하는 요리보다는 차라리 낫다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게 라조육이었던가?

라조육이야... 일반 중국집에서 몇번 먹어본 적도 있었기 때문에 주문을 했는데, 그냥 그려러니 먹을만 했다. 사실 나도 나름 4년간 중국 유학생활 中에 이런저런 식당들을 오고갔지만, 라조육이나 라조기같은 요리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나마 보기에는 糖醋里脊가 비슷할진 모르나, 맛이나 튀긴 정도의 단단함으로 따지면 현격한 차이가 나는 요리이다.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지만, 화교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중국음식들이 우리 입맛에 변형되어 전해져 왔다. 짜장면이나 짬뽕, 혹은 탕수육과 같은 중화요리점의 보편적인 메뉴들 역시 중국 현지에서 먹어보고자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슷한 모양새가 있는 요리들이 있을진 모르겠으나, 정확한 비교체험이 아니된다는 소리지비.)

그나마 먹을만했던 군만두.

군만두는... 개인적으로 중국에서 锅贴라는 넘을 종종 먹은 적이 있다. 뭐, 만두는 판에 구워만든 것이니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처럼 구석구석 바삭하게 구워졌다라기보다는 약한불에 한면만 지긋~이 구운 넘인지라 우리나라의 군만두가 훨씬 맛나고 감칠맛 난다. 사실 한국화된 중화요리 中에서 중국인에게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것이 짜장면, 탕수육, 깐풍기, 군만두 정도라고 생각하는 정도. 흠흠.

사실 한국에서의 백주에 걸맞는 안주는 유산슬 정도라는 개인적인 생각.

뭐, 그렇게 중국이랑 비교할 것 같으면 차라리 한국 중국집 가지 말라, 라고 하면 할말없으나-_- 내가 하고싶은 얘기는 비싼 돈 주고 가는 고급 중식 레스토랑이라고 할지라도 돈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괜히 이름만 같지, 생판 어이없는 요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전부다야~ 그렇겠는가마는...

가끔 정말 중국음식이 땡길 때면... 김해 시내쪽에 있는 조선족이 운영하는 조그나만 가게를 찾아 锅包肉 정도로 마음을 달래곤 한다. 근데, 이 집도 양에 비해서 가격이 ㅠㅠ 참... 부산이라는 동네의 한계를 느낄 때면 괜히 서울 생각 좀 난다. ㅎ 명동 근처에 얼마나 많누.


우리나라 일식이나 양식집은 일본과 비교를 해도 그닥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제대로 된 중식집은... 그닥 경험이 없는 것 같다. 대1 때던가, 동호회 연말 모임때 서울 남산쪽에 있는 어느 호텔의 중식당에서 테이블 코스 요리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한 듯. 아, 이 때 부산서 올라온 막내 회원이라고 회비 면제 받았었는데.-_-v 지금은... ㅠㅠ

내가 내일이라도 중국땅 넘어가서 밥 한끼 하러 근처의 식당을 찾는다면 가장 먼저 가는 곳은 아마도 湘菜(호남요리) 전문점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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