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만큼 힘든 것도 없다.

우리팬 2007. 6. 1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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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라는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성격이 급해서인지, 혹은 호기심이 발동하면 못 참는 성격인진 몰라도, 배가 고파 중국집에 짜장면을 한그릇 시켜 기다리면 배고픔은 더욱 심해지며, 다음날 좋든, 나쁘든 어떤 중요하거나, 아니 사소하거나 시시한 일일지라도 나와 관계된 일이 기다리고 있다면 잠을 설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어쩌면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것도 주문 후에 기다리는 지루함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해당될진 모르겠지만, 언젠가 연수를 떠난 여자친구를 기다리다 지친 적도 있으며, 반대로 내가 떠나는 입장에서 기다려달라,는 말한마디 해본 적도 없다. 그렇다, 나는 참 기다리는 일에는 자신이 없다.

내일이면 석달이다. 3월 16일부터 오늘까지 시간이 이토록 길게 느낀 적도 없었다. 아니, 되려 상당히 바쁜, 정신없는 혹은 나태했을지도 모르지만, 체감적으로는 석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중국 유학생활 3년과 맞먹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하고 살아도 석달은 그냥 훌쩍이던데, 뭐라도 하나 붙잡고 깔짝깔짝거려도 좀처럼 시계바늘은 군대에서 들여왔는지 내맘대로 흐르지가 않았다. 남들은 어학연수 1년이니, 군대 2년이니, 유학 3년이니 기다린다, 기다려라 하며 소설을 쓴다지만, 눈뜨면 오늘 하루 끼니 떼우는 일에 정신을 팔며, 눈앞에 닥친 일을 되도 안한 능력으로 이래저래 덮고있다보니 그저그렇게 석달이 지났다. 그렇다, 그게 내일이면 석달인거다. 어, 그래 석달이다. 그것도 고작.

어느 일본의 땡중은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것도 사랑의 일종이니 뭐니 말장난을 했지만, 나에게 곧 다가올 재회에 그런 커다란 의미는 쑥스럽기 그지 없다. 만나는 것 자체가 이벤트이기에 남들 한다는 이런저런 이벤트도 하기 싫다. 그냥... 그저 다가가, 아무 말 없다... 으스러 지도록 꼭 안아주면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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