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오락실의 추억.

우리팬 2007. 5. 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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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엔 이런걸 20원 주고 해본거 같은데, 지금은 얼마할랑가.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처음으로 오락실이라는 공간을 간 것은 아마 4살때인걸로 기억한다. 당시 동네형아들, 그리고 종종 삼촌이 데려다줬던 오락실에 빠져 7살에 미술학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정말 오질나게 드나들었었다. 심지어 나이 4살밖에 되지 않은 꼬맹이가, 만화방과 오락실을 같이 하던 가게에서 새벽 3,4시까지 있다가 어무이한테 개 끌려가듯이 집에 끌려갔던 기억도 있다.-_-v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갤러그가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너구리는 무슨 감흥을 준다고, 심지어 남의 돈을 받고 대리로 오락을 해줬던 기억도 있다. 암튼, 7살전까지만 해도 내 인생의 전부는 주산학원과 오락실이었다.-_-;

7살에 부산 미술학원이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이 곳은 나로 하여금 오락실 출입을 하지못할만큼 사람을 바쁘게 만들었다. 도저히 틈을 주지 않더라고. 주말만되면 소풍이니, 사생대회니 뭐니뭐니해서 돌아다니게 했으니... 당시 대인관계 또한 상당한 영향을 받았던걸로 기억한다. 암튼 덕분에 오락실 중독에선 벗어났건만, 다시 오락실에 발을 내딛은 것은 8살때, 역시나 동네형아들과 함께 목욕탕을 갔다가... 괜히 한번 따라간답시고 간 것이 후환이 되었다. 그 1년이 무슨 긴 기간이라고... 내가 잘했던, 그리고 즐겨하던 오락기들은 이미 한물간 유행이 되어버렸으니... 이젠 더이상 오락을 잘할 수 없다는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대학에 들어와선 스포츠 대전 오락을 하게 되더라고.

그러다가, 5학년땐가 그 유명한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오락이 나왔고, 이 오락은 하여금 다시 전의를 불붓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1:1 대전형태의 오락, 그리고 타의추종을 불허하던 그래픽, 그리고 실감나는 사운드등은 나 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해들, 그리고 성인들에게 찬사를 받아 마땅했다. 뭐 오락기 안에 갖다부은 돈이 적지는 않을만큼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기억나는 것은... 어느 코재이랑 붙었을 때이다. 어느 한적한 주말 오후, 슬~ 오락실로 마실을 나가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며 시간을 떼우고 있었는데, 왠 코재이가 "연결"을 한다. (캬, 글고보니 이 '연결'이란 단어가 오락실 전문용어였구나.-_-;) 뭐 평소와 마찬가지로 별 생각없이 했고, 두세판 내가 연달아 이겼더니 이 코재이 아저씨가 불이 붙은 모양이었다. 한 2,3000원 썼을라나... 허벌나게 깨지는 동안 당시 알아듣지도 못한 영어를 혼잣말로 하더니... 결국엔 얼굴을 붉힌 채 밖으로 나갔다. 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코재이는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자리잡기 위해 온 사람이었고, 직업은 영어강사로 들었다. 또한 나중에 중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 알게 된 것이지만서도, 이때 이 아저씨가 가장 많이 내뱉었던 영어는 바로 'Mother Fucking'이었다.-_-;;; 뭐 요즘 초딩들이야 알만한 얼라들은 알고있는 욕설이겠지만, 당시 시대흐름으로 따져본다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였다. 내가 알파벳을 손으로 직접 써본 것이 중1 3월이었으니 뭐. 흠흠.

중국 오락실도 한국 오락실과 별반 차이는 없지만, 시내에 있는 오락실 같은 경우엔 경비 아저씨가 있고, 그 아저씨는 실내촬영을 금지시키더라고.-_-;;; 그래도 나는 찍고 말지.-_-v

사실 지금 뒤돌아 따져보면 시간, 금전 투자에 비해 내가 그렇게 특출나게 잘했던 오락은 없었던 것 같다. 오락이란건 머리도 따라가줘야 하는거지만, 강인한 체력과 또 손재간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에, 손재주가 별로였던 나는 일찌감치 한계를 알고 그때부턴 그냥 '즐기기'로 작정을 했는가보다. 대학때, 아니 제대를 한 후 열풍이었던 DDR 혹은 펌프따위도... 처음엔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_-;;; (뭐 결국엔 펌프 '베토벤 바이러스' 하드로 깨고나선 은퇴했다.-_-v) 그래도 소시적에 아부지가 친구분들 만나는 자리에서 나를 가르키곤 '점마 오락천재다.'라는 소리도 들었던거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실 당시엔 '오락', '주판'외엔 내 인생의 껀덕지가 없었으니... -_-+

이 오락은... 내 기억에 01년에 한국서 유행했는데, 중국에선 아직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오락실이라는 공간, 재미나고 신이 나고, 또한 외부의 간섭이 없는 공간이겠지만, 이제까지 한국을 포함 4개국의 오락실을 다녀보고 알게 된 재미난 사실은, 시내에 있는 대형 오락실말고, 동네에 있는 자그나만 오락실은 어김없이 불량한 아해들의 아지트가 된다는 사실. 흠흠. 그만큼 밀폐된 공간이고, 또한 청소년들에게 알맞는 공간이 없어서가 아닐까나. 그래도... 나중에 내 얼라가 생기게 된다면, 피시방보다는 오락실에 손잡고 다닐 수 있는 아부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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