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中 國

'路見不平, 撥刀相助'이라는 말과 '중국'이라는 나라.

우리팬 2008. 4. 2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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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물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말이 있는데, 바로 "路见不平, 拔刀相助"라는 말이다. 한국어 자막이 있는 무협비디오를 안본지가 상당히 오래됐으니, 자막 번역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렇다고 또 직역하기에도 상당히 어색하다. "길에서 불합리한 상황을 보면, 칼을 뽑아 상대를 돕는다." 정도.-_-;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어느 검객이 객관에서 술 한잔 하고 있는데, 객잔안에서 약한 사람이 나쁜넘한테 당하고 있으면 당연히 도와줘야 된다... 이게 바로 이 아닌가. 뭐, 이런 설정인데, 이럴때 꼭 나오는 말이 또 "多管闲事" (쓸데없는 일에 참견을 하다) 이라는 말이다. 아무튼 간에 이런 말이 자연스레 무협물 속에 심심치않게 나오는걸 보면, 옛날 중국에서는 약한 자를 위해 옆사람들이 도와주는 일이므로 미덕으로 칭송해마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현실에선 이런 경우보다는 무슨 일이 있으면 일단 끼어들고 보자, 라는 식으로 군중들이 모여들던지, 아니면 아예 신경을 끄고 불구경 하듯이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 티벳 사태... 혹은 올림픽 성화봉송에서의 일들을 보면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다. 사실 쓸데없이 머리 굴리기 싫은 관계로, 기사의 제목만 봤지, 아예 관심을 두지 않을려고 하는데, 다른 블로그에서의 글이나, 혹은 선정적인 기사, 사진만 보더라도... 다수가 소수를 짓밟는다,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다수를 이용한다는건, 중국 고대의 병기인 '인해전술'이 바로 그것이며, 전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중국 유학생이나 화교, 화인들이 많으므로, 이런 사태가 일어남에 대해서 미리 짐작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서도.

중국내에선 게양이 금지된 티벳 망명정부의 국기.

올림픽은 올림픽인 것이고, 티벳 독립은 독립인 것이다. 지난 몇십년간 티벳은 줄기차게 독립을 요구해 왔고, 세계적인 관심이 없었을 뿐이었는데, 이번 2008년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그리고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성화봉송 방송을 이용해 자신들의 독립을 온세상에, 온천하에 알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를 치는(?) 중국쪽 사람들이든지, 티벳쪽 사람들이든지 간에 '폭력사태'로까지 번지게 된 점은, 아마 중국 당국에서도 예상하지 않았나도 싶다. 다만,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절대 끼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당국 차원에서 절대 사과도 하지 않는다. 그게 중국이다, 다른 핑계 필요없다. 인민 전체와 국가 전체를 위한다는 것이 공산당의 취지이지, 자기네 사람들이 외국에서 무슨 짓을 하든, 중국에서만 아니라면, 그들은 절대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개인적으로 의심스러운 점은, 배후에 중국 당국이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바로님은 포스트에서 중국에서 천안문 사태 이후로 집단적인 시위는 거의 없었다라고 한다. 진정한 민주화의 시위는 없었기는 하다. 그러나 말이다... 가까운 몇년 전만 수천명의 대규모 시위는 있었다. 西安에서 일본 유학생과 선생이 유학생 축제에서 음란하고 중국을 무시하는 연극을 하자, 西安에 있던 중국 대학생 수천명이 거리로 나왔고, 몇일간 징하게도 시위를 했었다. 이 시위로 애꿎은 한국 유학생들도 피해를 입었고. 당시 중국 당국에서는 문제의 일본 유학생과 그 선생들 영구추방한다고, 공식 발표를 하였으나... 나는 그 문제의 일본 유학생들 中 한명을 중구 无锡에서 직접 만날 수 있었으며, 당시 이야기를 언론에서 알려진 바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TV나 신문에서 떠들어 댄 것이 다가 아니었으며 자발적인 시위가 아니었던 것 같다... 라는게 그 유학생의 생각이었다면서. 또, 3년전인가, 대규모 몇몇 대도시에서 대규모의 반일시위도 있었는데, 지난 겨울에 상해(上海)에 갔을 때, 택시기사와의 대화에서 재미난 이야기도 들었다. "중국인들은 지난번 반일시위때처럼 모여서 데모를 일으킬 수 없다. 정부가 무섭기 때문이다. 아마 그때는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라는.-_-; 돌이켜 생각을 해보니, 반일시위 당시 내가 있었던 남경(南京)에서도 상해에 뒤이어 대규모 학생들의 시위가 있을 것이다, 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결국엔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일감정에 둘째라면 서러운 남경이라는 땅에서 시위가 무산되었다... 뭐, 그럴수도 있겠지만, 당시 상해의 일본 영사관이 공격을 받고, 중국 경찰들이 보호를 해주며, 중국 당국에서는 시위 자제를 권했다? 아니, 명령했다. 아무리 불끓는 애국심내지, 민족주의가 터져나온다 해도, 중국 정부의 한마디, 혹은 진압이 있다하면, 중국인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되려 겉으로 보여지지 않은 시위는 바로 중국 인민들의 민생에 관한 시위들이었다. 먹고 살자고, 혹은 지방 현의 공무원에 비리에 참다못해 눈물을 흘리는 인민들의 시위를, 중국에서는 무장경찰(武警)을 동원해 제압한 사례가 적지 않다.

암튼, 티벳의 독립에 관한 시위로 인한 각 나라의 중국인들의 행동에 대해 '중화주의'라는 단어(1, 2)까지 쓸 필요도 없다. 그들은 중화주의 사상으로, 그 일환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도 언급한 다수가 소수를 짓밟는 행위, 그 자체인 것이다. 만약 티벳쪽 시위자들의 쪽수가 많았다면 그런 일이 발생을 할까나... 하기사,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쪽수 많은 나라가 바로 중국 아니던가. 그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그 중에는 또 이러한 중국인들도 있다. 티벳사람들이 무력시위와 또 다른 중국인들의 차를 부수고, 상점을 강탈했기 때문에 당연히 무력으로나마 진압을 해야한다는... 그 中이는 범위가 상당히 넓다. 많은 평범한 중국 인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리라.

사실 '중화주의'라는 말이 나와서 생각난 것인데, 이 '중화주의', '중화사상', 특히 '중화민족'이라는 말은 중국쪽 입장에선 그리 달가운 단어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말을 중국 전체에 호소를 하고, 제창을 한 사람이 바로 양계초(梁启超)라는 사람으로, 당시 제국주의 열강에 짓밟히고 있던 중국인들의 계몽을 위해 이 단어를 사용했다. 단어의 어원은 어떻든지 간에, (아마 공자때로 쭉 올라가야 하지 않나 싶지만서도.) 일단 100여년이 된 이 단어의 본래 취지는 약해빠진 중국인들이여 일어나라, 그 뿐인 것이다. 아편전쟁 전까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외세를 대했던 중국이라는 나라가, 전쟁 후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터지고... 급기야 1000년 넘게 시다바리로 취급해오던 일본이라는 나라에게도 동아병부(东亚病夫)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으니... 바닥을 치고 있던 종이 호랑이를 벗어나자는 뜻으로 쓰이게 된 단어가 바로 '중화'라는 단어이고, 그것을 중화민족들에게 북돋아 준 것이다. 그러다보니, 중국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족뿐만 아니라, 중국 문화권, 그리고 중국 영토에 있는 자들이라면 모두 중화민족이 되는 것이기에, 다 같이 합심하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이다. 그런데 티벳 문제에서 왠 중화주의.-_-;

대만 총통 马英九. 이 사람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나.

2,3년전부터... 중국 친구들과 농으로 했던 이야기가 있다. 내가 살포시 시비를 걸 때, "너네 08년에 올림픽하면, 대만에서 독립선언한다는데, 우짜노~" 였는데, 때에 맞추어 마영구(马英九)가 총통이 되어 나름 잠잠해진 듯 싶었건만, 생각치도 않게 티벳이라니... 원만히 해결되었음 하는게 지구촌 대부분의 소망이겠건만, 티벳사람들은 티벳사람들 나름 독립이 절실하며, 또한 소련 해체의 예를 그냥 간과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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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겠지만, 티벳이 독립을 할려면, 중국의 55개의 소수민족 또한 독립권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더우기나 자치구를 구성하고 있는 곳은 더더욱 갈등이 많아야 할 것이고. 사실 나도 중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공부할 때에, '내몽고(内蒙古)'라는 지역에 대해 상당히 궁금했었을 정도니까. 그렇다고 해서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1국 2체제는 택도 없을 듯 싶다... 新疆 지역과 홍콩, 마카오는 질적으로 다른 곳이니까.

암튼, 듣기로는 1988년 올림픽 열러고 발버둥을 쳤던게 중국이라는데, 그 후로 20년이 지난 지금, 나름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드높아졌고, 또한 인민들의 생활 역시 小康으로 들어선지 몇년이 지났건만... 올림픽 한번 여는데 참으로 문제가 많다. 아니, 어쩌면 이제까지 일어났던 일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중화민족의 깡다구로만 열 수 있는 것이 올림픽이 아닐지어인데, 十运会와 같은 중국내 운동회도 아닐지어인데, 아직은 중국 당국이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일단 기다려 보자. 그리고 2008년 8월 8일, 저녁 8시부터 제대로 된 '중국'이라는 나라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을지, 심히 기대가 된다.


중국과 티벳의 문제... 햐~ 1300여년전, 토번으로 시집간 문성공주가 한탄할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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