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河 北

내 생애 가장 고급진 '면집', 平生素面.

우리팬 2022. 11. 1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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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17년 사진을 꺼집어내게 되었는데, 이때가 내가 北京을 떠나 중국의 三级城市라고 하는 河北 沧州에 옮긴지 반년 정도 후, 어느정도 이 도시의 생활에 적응이 되었을 때이다. 이 '적응'이라는 것은... 살만해진 것이 아니라, '가야할 곳'만 찾아간 것이 아닌... 이런저런 가게나 갈만한 곳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말이지비. 이 도시... 사실 내가 장기생활을 했던 도시들 中에서 어쩌면 가장 적응하기 쉽지않은 곳이기도 했다. 주변환경도... 그리고 현지인들의 텃세도. 그래도 여기서 밥벌이를 하면서 아이도 생기고, 또 나름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게 된 시발점이 된 개인적인 신상의 발전에 있어선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아차, 원주제로 돌아와서...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고급진(?) 아파트 단지가 하나 있었는데, 여기에 직장 상사가 거주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종종 지나가야만 했었다. 오고가면서 눈에 띈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밖에서보면 뭔가 골통품을 전시해놓은... 그런 판매상인 것 같은데, 간판에 적힌 이름은 왠 麵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일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라면'외의 면식에 대해서는 그닥 취향에 맞지않은 사람이기에, 굳이 비싸게 보이는 식당엘 들어가서 면요리를 먹어야 하는 생각에 언제나 지나치기만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저녁, 당췌 집주변에서 외식을 할만큼 맘에 드는 곳이 없어서, 여기 한번 가보자~ 하면서 찾아간 곳이... 이 平生素面. 캬~ 이름만 봐도참 건강한 면요리를 하는... 그런 느낌. 근데 이 자그나만 도시에서 이런 퀄리티라면 되려 엄청 비싸지 않을까, 걱정은 좀 했었지비. 

막상 들어오고나니, 골통품가게라든지 혹은 찻집? 이라는 생각에 머뭇거렸던 것이 우스울 정도로, 그냥 인테리어가 전통적이고 멋깔나는 그런 면가게였다. 또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와~우... 할만큼 고가의 음식들이 즐기한 곳도 아니었고. 이 도시의 평균물가에 비하면 뭐, 면 한그릇 가격이 2배 정도하긴 했지만... 그래도 먹어볼만한 가격. 둘이서 면 두그릇에, 사이드 메뉴 하나 더 시켜도 RMB 100元 이내로 나왔던 듯. 하여간 카운터에서 면요리를 시키면서, 기다릴 때 먹을 수 있는 사이드 메뉴까지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지비.

그렇다, 한조각 햄을 자른 것은 당연히(?) 금액을 지불하고 주문한 것이고, 옆에 있는 무... 이걸 어떤 이름을 붙여야하나~ 하여간 萝卜干 하나까지... (새콤매콤한 맛이 나는, 근데 오래된 짠 맛도 나는...) 죄다~ 따로 주문을 해야한다. 우리나라처럼 친절하게 깍두기나 김치같은, 칼국수/국수를 주문할 때 덩달아 나오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중국아니던가. 간혹 '마늘' 정도는 서비스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면요리 식당은 있으나, 본인이 손으로 일일히 다 까야한다는... -_-

이런저런 버섯들이 주인 면
소고기와 酸菜가 드어간 면 (고수는 뷁!)

개인적 기준에서는 꽤나 커다란 그릇에 나왔고, 양 역시 가격만큼 푸짐하게 나왔다. 사실 면으로 배를 채운다, 라는 것에는 좀 회의적인데 이 정도 양이라면 저녁으로치기엔 살짝 부족하지만 점심으로썬 괜찮은 편. 면은 사실 그냥 따로 뽑은 것이 아니라 기성품을 쓴 것이었지만, 이 집 육수가 역시나 맛의 비중을 크게 차지한 듯 싶었다. '비싸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머뭇거렸던 식당이었는데, 막상 뭐 그리 부담되는 가격도 아니었고, 또 이 도시를 통틀어서도 이 정도 퀄리티의 면요리 전문점은 찾지 못하였기에, 이 이후에도 두세번 정도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모시고 몇번 더 방문했었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중국에선 머문 기나긴 세월동안 이 정도 퀄리티의 면요리 전문점은 없었던 듯 싶다.

햐~ 이게 벌써 5년전이라니.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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