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딴에 토토로 인형이란다.-_-+
엊그제 陈양의 저녁대접으로 이런저런 이들과 만나 귀국 전, 나름대로 회포를 풀고 헤어질려던 찰나, 덥썩 가방에서 꺼낸 봉지에서 이 인형이 나왔는데, 거참 갑자기 옛날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나더라고. 위에서 언급했다싶이 일본 애니에 거의 관심이 없던 나는, 이 '토토로'라는 신기한 동물(?)을 알게 된 것도 군제대를 하고나서였다. 것도 'となりの トトロ'라는 애니를 통해서가 아니라, 당시 허벌나게 쫓아다녔던 처자에 의해서 알게 되었다.-_-+ 당시 제대를 한지 얼마 안된 순수 열혈 복학생으로써, 졸업을 위해 부단히 학점을 쌓았고, 또 한편으론 인생의 반쪽을 제대로 찾아보고자 부단히 노력을 했을 때였는데, 문득 이 처자가 나에게 건낸 말이 '대형 '토토로' 인형이 갖고싶다.'였다. 인형? 사실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나는 남에게 '인형'이란 선물을 제대로 해준 적이 없다. '그거 왜 사는데?'라는게 제대로 된 심정.-_- 그래도 나잇살 좀 먹었다고 여성분들이 가지는 '인형'에 대한 애정은 어느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 (한 침대에서 남정네보다는 항상 자신의 잠자리에서 기다리는 충성스런 인형에 좀 더 스킨쉽이 강하다는 것을-_-+)
지금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말이다.-_-;
결국 나는, 일본 애니는 물론 드라마, 연예쪽에 다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어느 후배에 전화를 해 SOS를 쳤고, 그녀가 가르쳐준대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남포동으로 향했는데, 시간은 어느덧 밤 10시... -_-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그 날 점심먹고 바로 나갔을터이다.) 후배가 가르쳐준 가게를 겨우 찾았으나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고, 덤으로... 그 인형뿐일 토토로 인형의 가격이 만만치 않음도 후배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사람의 몸통만한 넘이 10만원을 상회한다는 얘기에 풀이 죽을 수 밖에 없었고-_- 우야등가, 일단은 귀가를 하여 다음을 기약했다.
광복로 근처에 있는 예전 단골 선술집. 아, 오뎅 땡긴닷!
후에, 어느날 하루는 그 처자와 같이 역시나 부산 남포동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왠 가게에 토토로 인형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 내 기억이 맞다면 그 날은 일주일치 용돈을 받았던 날인지라, 나름대로 지갑이 아니, 은행 잔고가 두둑했을 때였는데,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보니 10만원이 훨씬 넘더라고.-_- 10만원은 무슨... 20만원 가까이. 꺼억. 결국 그 처자 앞에서 또 한번의 굴욕을 당해야만 했으니... T.T (뭐, 상대는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일이 있은 후, 2달인가 뒤에 나는 北京에 단기 어학연수를 갔고, 그 처자와는 헤어지게 되었다. 나름대로 심각하게 겪은 첫번째 실연이었기에 이런저런 별에 별 상상, 환상, 망상을 다 해보며 왜 헤어지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역시나 이 '토토로' 인형이 걸리더라고. 다른 것은 하지 말라고 해도 뭐든 사줄려고 했고, 또 이래저래 내딴에는 정말 열심히 쫓아다녔다고-_-v 자부를 하는데, 이 토토로 인형만큼은 그러질 못했다. 그렇다고 헤어진 후에 물어보자니 정말 쪽팔리는 일이 아니던가.-_-;;;
그때 토토로 살돈이면 이 곳의 인형들을 몇개나 살 수 있는거냐.-_-+
여성이라는 분들은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가 사주고 싶은 선물보다는 자신이 받고싶어하는 것을 받는 욕망이 더 크지 않나 싶다. 그래도 나이와 경험 좀 있다고 어느정도 '선물'이라는 것을 해준 적이 있지만 내딴에 생각한 '서프라이즈'가 제대로 먹혔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어느 드라마에서 나왔던가, 여자들은 반짝이는 것은 다 좋아한다고.-_-;;; 뭐 지금은 뭘사줘도 좋아해주시는 분을 만나 이제는 이성에게 선물을 함에 있어서의 고민은 줄게 되었다만, (물론 이제는 좀 살 줄 안다.-_-v) 그래도 문득 드는 생각이... '그때 참 잘 헤어졌다', 라는 생각. 남녀 모두 다 같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기엔 두 사람의 인연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함께 했던 날보다는 같이 함께 할 더 긴 시간을 위해 인연을 쌓는 것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해주는 무엇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일지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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