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南 京

윈난 볶음밥(雲南炒飯)에 관한 기억.

우리팬 2009. 12. 12. 06:21
반응형

05년 무렵부터 난징(南京) 구로우취(鼓楼区)에 있는 구로우신춘(鼓楼新村)이라는 곳에서 1년 반 정도 서식했었다. 월세 1,100元짜리에 보증금(押金)은 없었고, 방 하나에 부엌과 욕실이 딸린 조그나만 아파트 1층 집이었다. 주변 아파트 때문에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는다는 단점을 제외하곤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무엇보다도 그때까지 살았던 곳들 中에서 가장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는지라, 이래저래 조용히(?) 살 수 있었지비. 그래도 바로 옆에 있는 닝하이중학(宁海中学)의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조금 떠들썩했었는데 뭐 이 정도야, 전까지 살았던 곳에 비하면 양반이었지비.

뭐, 구식 아파트가 다 이렇지. 이넘들 때문에 나의 일조권이.-_-;;;
cfile7.uf@165412154B22AFCF211877.jpg
점심을 집에 가서 해결하지 않고 근처 식당에서도 많이들 해결한다.
학교 근처 문방구. 근데 왜 여사장이 흰가운을 입었을까.-_-;
간혹 동네에 인부 아저씨들 뜨면... 죽음.-_-;

이래저래 생활비나 밥값을 아껴보기 위해 학교 기숙사 대신 외주를 선택했건만, 생각보다 살림을 한다는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자취생활 1,2년을 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 당시엔 일단 주변에 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규모가 비교적 큰 마트가 없었고, 또 밤이나 낮이나 방안의 형광등에 의지해야 하는 생활이 이어지다보니, 가면 갈수록 생활 패턴이 게을러질 수 밖에 없더라고. 다만 책은 좀 더 볼 수 있었지만.

(왜 어두운 곳에서만 집중력이 늘어나는지 원.-_-;) 당시 월말이면 생활비가 바닥나는 상황까지 간 적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아예 장을 보러 갈 엄두도 못내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나마 연명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 닝하이 중학 근처에 있는 자그나만 식당들이었다. 刀削面이나 볶음밥을 줄기차게 먹기 시작했지비. 언젠가 학생들이 등교시에 사서 먹길래 나도 따라먹은

乌糯饭에 관한 포스팅

을 한 바도 있다. (그 당시엔 아줌마의 발음만 듣고 乌罗饭으로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검은색에 찹쌀이 들어간 밥, 乌糯饭으로 추정을 해본다.)

cfile27.uf@141A93164B22B0DC699643.jpg
cfile10.uf@18799C024B22B1A1194925.jpg
cfile27.uf@1925CA014B22B2451DB2E0.jpg

이 후, 조금씩 형편이 낫아지면서 살포시 집근처의 다른 식당들도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는데, 딱 마침 메뉴나, 주인장 인심이 맘에 든 곳이 있었다. 대강 기억하기로는 이름이

'小渔村餐厅'[각주:1]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싶이 어류 요리가 많았는데, 그다지 시켜먹지는 않았고)이었던 것 같고... 사장 부부, 그리고 아직 소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딸래미가 있었다. 이 집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것이 28元인가 하는 탕에 새우가 듬뿍 들어간 요리였고, 이외에도 옥수수에 밀가루 혹은 튀김가루에 뭍혀, 파전 크기만하게 튀긴 것을 자주 먹었다. 뭐, 끼니를 위해서라기보단 거의 술안주였지만서도.-_-; 당시 내가 딱 기억하고 있는 특색있는 넘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윈난 볶음밥(云南炒饭)이다. 대게 중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볶음밥이 저렴한 계란볶음밥(蛋炒饭)이나 양주 볶음밥(扬州炒饭)인데... 왠 운남? 싶었는데, 우째 한번 시켜보게 되었다. 햐... 싶더니만. 맛이 없다기보다는 입맛에 맞지 않았다. 사천식 요리를 만드는데 많이 들어가는 향신료 때문인지, 영~ 아니더라고.

보기엔 저래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새우도 실컷 먹었고.
가끔 '사자두'라며 무협지에 나오던데 이 집의 狮子头 역시 괜찮았지비.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리... 가끔 집에서 손수 끼니를 해결할 때에 자주 해먹는 것이 일식 돈부리나 볶음밥이다. 뭐, 사실 일식 돈부리라고 해봤자 오야꼬돈(아주 가끔 오야꼬돈(親子丼), 거의 꼬돈(子丼) 수준.-_-;)이 전부이고-_- 볶음밥이라고 해봤자 '계란볶음밥 + 알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들어서는 라면 끓여먹는 것보다 이 두가지를 해먹는게 더 편하더라고. 언젠가 마파두부(麻婆豆腐)가 땡기는 바람에 이금기(李锦记)에서 나온 마파두부 소스를 사와서 한번 해먹은 적이 있는데, 딱 한번 해먹고는 소스를 그냥 냉장고에 방치했었다. 그러다 볶음밥을 해먹는데 '한번 넣어볼까?' 했지비.-_-; 딱... 맛이 몇년 전 딱 한번 맛만 봤었던 윈난 볶음밥(云南炒饭) 맛이더군.-_-+ 나름 특이해서인지 바로 생각이 났던 것이다.

조명이 흰색 스탠드라-_- 색깔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원래는 많이 붉다.

중국에서 윈난 볶음밥을 먹었을 때, 이거 무슨 가짜다... 윈난(云南) 가도 없을꺼다, 라며 이런저런 무분별성 추측을 해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구마이. 이름이야 무슨 상관이랴, 이래저래 특색있게 만들어서 이름 하나 갖다붙이면 그게 곧 요리가 되는 것을. 청나라 건륭제 덕에(?)

'天下第一菜'라고 붙여진 요리 역시 우리가 동네 중국집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해물누룽지탕과 비슷하다.-_-; (정확하게는 虾仁锅巴, 우리 동네 '서부의 사나이'라는 중국집에서는 18,000원 한다.)

18,000원짜리 누룽지탕. 맛이야 한국틱하지만, 그래도 부담없이 소주 한잔 즐길만하다.

하여간 방치해둔 소스 하나 넣었을 뿐인데 본의 아니게 나도 윈난 볶음밥(云南炒饭)을 만들어 냈으니... 뭐, 殷군이 특히 요넘을 좋아했는데 있었으면 맛이라도 보여줬겠건만. 뭐, 지가 알아서 난징에서 사먹겠지.-_-+

  1. 이전에 동네 사진을 종종 찍어뒀는데, 이 가게 정면사진도 그렇고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_-; 이런이런~ [본문으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