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산행.

우리팬 2010. 2. 2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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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이유는 자전거나 자동차를 타고 지나갈 때보다 볼거리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탄 상태에서 재래시장을 돌아다니거나, 혹은 자동차를 탄 상태에서 어느 해변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는 그 순간... 찰나의 시간에 매진해야 하는데, 나는 그만큼의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나보다. 살포시~ 걸어다니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이 성격이 더 맞다. 그러나... 산행은 그다지 좋아하지 아니했다. 아니,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리 체질에 맞는지 잘 모르겠다. 이제껏 산에 오른 것이라고 해봤자 학창시절 소풍이나, 동네 근처의 산에 올랐을 때 뿐이었다. 군제대 말엽에, 딱 한번 무슨 '산악행군'이라고 해서리 살포시 끼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갔던 것이 바로 위의 '동네 근처의 산'이었다.-_-;;;

지난 구정, 그리고 오늘 금정산에 올랐다. 사실 놀러삼아 올랐다라기보다는 어르신과 함께 했기에 더더욱 부담감 만빵으로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산에 오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 것들을 들으며, 이제껏 내가 몰랐던, 혹은 관심조차도 가지지 않았던 연륜으로부터 배우는 무언가를 들으며 오르니 나름 신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어느 정도 오른 후에 까먹는 먹거리, 막걸리 한잔을 실제로 접하다보니 산도 오를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금정산을 오르며 간간히 보이는 금정산성의 흔적들, 그리고 보수된 성벽들을 보니 괜히 '나는 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선 쥐뿔도 몰랐노~'라는 생각도 들더라만. 하지만 그건 한국사 하시는 분들에게 일단 넘겨놓고... 만리장성 가지고 있는 중국얘들이 이 곳에 오면 또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덩달아 해버렸지비.

지난 구정엔 나름 설경이 되어버린 금정산을 보며 '야~따, 부산에도 눈이 오긴 왔는갑다...' 했는디, 눈이 덜 녹아 진흙밭이 되어버린 오늘 산행은 나름 더 힘들었으나, 새로이 공수된(!) 등산화 덕분인지... 지난번보다는 덜 힘들었던 것 같으이. 아니 어쩌면 같이 산에 오른 어르신이 더 편해진 것일지도 모르고. 우헤. 그리고 우리나라 어떤 산을 가도 다 있다하는 절, 사찰... -_- 오늘은 '미륵사'라고 불리우는 절에도 잠시 들렸다. 시주를 하고, 무인 까페(?)를 연상시키는 곳에서 300원짜리 커피를 500원 주고 마셨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접한 초원시적인 푸세식 화장실도 구경하고-_-;;; 근데... 이 곳 역시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불교의 사찰이라기보다는 왠지 돈냄새가 풍기는 곳이라고 생각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내 마음이 덜 된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각박해진 것인걸까나.

산을 통해 배우는 것들은 스스로 느끼지 않으면 그 무엇도 얻을 수 없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오르는 길이 힘든 것인지, 아니면 내려가는 길이 힘든 것인지도 스스로 겪어봐야 하며, 설령 이름있는 명산이라고 해도 자신만의 마음가짐이 없다면 동네 뒷산 오르느니만 못할지도 모른다. 하여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올랐으며,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들었으며, 이런저런 먹거리를 통해 즐거운 산행을 마치곤, 피곤에 찌든 얼굴이 아닌 즐거운 모습으로 산을 내려왔다. 아... 욕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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