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2009년 12월 31일에 전남 해남 '땅끝마을' 가기.

우리팬 2009. 12. 2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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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찾아오는 한해의 끝날, 12월 31일은 나에게 있어서 그다지 특별했던 적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 날따라 더욱 씁쓸함을 느낀 적이 많아서인지 좋았던 적도 기억이 없을 정도이다. 언제는 당시 막 사귀기 시작했던 여친이 이 날 친한 친구와 재야의 종 소리 듣고 밤샌다길래 그냥 집에 나 홀로서-_- 보내야만 했던 적도 있었고, 그외에는 거의 그냥 당일에 약속없는 사람들끼리, 혹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옹기조기 앉아서 그리 특별하지 않은 곳에서 허벌나게 술로 시간을 떼웠을 뿐이었다.

작년 12월 31일엔 뭘 했더라, 생각을 해보니 친한 친구넘 둘이 집에다 불러다가 이래저래 안주거리 해먹고 술먹고 뻗어잤다. (이 날 가족들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스케줄을 보냈기에 집이 비었었다.) 재작년 12월 31일엔 뭐했더라 생각을 해보니, 당시 중국에서 단기연수생들과 송년회 파티 한다고 열심히 술만 마셨다. (분위기 탄 아해들은 인도얘들 기숙사방에 쳐들어가서-_- 쑈를 했었지비.) ...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아무리 마빡을 굴려봐도 우째 12월 31일이라는 한해의 마지막 날에는 거의 다 술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별다른 기억이나 추억거리도 없이 지나가버렸던 것이다. 헐~ 지금 내 나이가 몇갠데.-_-+ 아, 그나마 뭔가 뜻깊게(?) 보냈던 것은 05년 12월 31일이었는데, 그때는 내가 중국생활을 하면서 가장 비싼 자리에서 밥먹었다는데 의미를 뒀었다. 그때 10명 정도의 인원이 인민폐 8,000元이 넘는 한 상과 함께 五粮液이라는 그래도 비싼 술을 원없이 실컷 마시면서 고작 1시간 반을 보냈었다. (상하이의 黃浦江의 유람선을 타고 저녁을 먹었는데, 배 한바퀴 돌며 한상 먹는데 8,000元이래.-_-+) 결국 이 날도 술로 떼웠구마이.-_-;;;

무슨 날이라고 해서 그렇게 궂이 신경을 쓰면서까지 챙기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날들과 별다를 바 없이, 혹은 특별한 날인지라 더욱(?) 비참함을 느끼며 보낸 날들이 많았다보니, 괜히 이런 날들엔 은근슬쩍 신경이 쓰이나보다. 이 날만 그럴까, 사실 내 생일도 별다를 바 없었다. ㅠㅠ (학교생활을 좀 오래하다보니-_-+ 항상 중간고사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었지비.) 아, 글고보니, 05년 12월 31일은 그래도 그 당시 사궜던 아낙이랑 같이 보냈었다. 재미있었을까? 설마~ 이 날 할 수 없이(!) 상하이에 있는 막내동생 집에서 보내야 했는데... 귀국할려다 비행기 놓치고, 택시에 짐 못 내려서 짐 찾는다고 새벽 2시까지 공안에, 상하이 분실물 센터에, 택시 회사들에 전화걸고 난리도 아니었지비.-_-;;; (03년부터 디카의 생활화를 해서인지 그때부터의 행적들은 어지간하면 찾아볼 수 있구마이.)

올해...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도 없이 일단은 부산을 떠나기로 했었다. 사실 미친 짓 아닌가? 한해의 마지막 날에 자기가 살던 서식지를 떠난다는 자체가 어떻게보면 의미는 있어도, 그만큼의 고생은 분명 각오(!)해야 한다. 근데 각오고 나발이고, 이제까지의 인생을 돌이켜보니, 정말 12월 31일이라는 날에 해새서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는지라, 그냥 이제까지처럼 보내기가 여엉 찝찝한 것이다. (이런 날에 괜히 사서 고생할 필요없다는 말에 나도 동감한다. 근데, 특별한 짓거리 한번 해보지도 못한 사람은 고생을 해서라도 보내고 싶다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래 뜨자, 뭐 고생한다고 하지만서도, 알고하는 고생과 뜬금없이 찾아오는 고생은 또 다르지 아니한가. 게다가 나름 뭉쳐지는 멤버도 있는디.

아... 멀고도 멀구마이.-_-; 사실 300km면 거리도 아니지만서도 날이 날이니만큼.

일단 제일 만만한(?) 주변 인물들을 포섭했다. 한명은 실패하고, 사람 수 4명이 맞춰져서 가기로 한 곳이 바로 전라남도 해남, 일명 ;땅끝마을'이라는 곳이었다. 이것을 지지난주에 마음먹었었는데, 지난주 초쯤에 막상 다시 생각을 해보니, 괜히 멀리 갈 필요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도 할 수 없는 귀차니즘의 동물이다.) 그래서 경남 사천 그러니까 삼천포 근처의 섬들로 목적지를 바꿨다가, 결국엔 다시 애초의 목적지로 결정을 해버렸다. 삼천포 근처의 섬들, 아니면 그곳에 있는 와룡산... 아니면 남해의 물건리까지 모두 다 감안했으나, 어차피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 고생을 한다면, 평소에 쉽게 갈 수 없는, 아니 갈 일이 없는 해남 땅끝마을을 가도 별반 차이는 없겠다라고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韓군의 입김도 만만치 않았었고.-_-;;; (정말 전남 해남은 평소에도 그다지 가고싶지 않은 먼 곳이니.)

이래저래 살금살금 준비는 하고 있다., 일단 승용차보다는 승합차가 장거리 여행시에 훨씬 낫기 때문에, 내가 몰던 니발이... 병원에 보내놨고, 또 회비나 차 안에서 보낼 근 12시간 이상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세뇌(?)도 대강 끝냈다. 어차피 가는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려 끼니를 떼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기에 30일이나 당일에 장보기도 정해놨고. (땅끝마을에 있는 나름 맛집에 대한 정보도 찾아봤는데, 아마 실제로는 들어가서 밥먹기는 힘들 것 같다.-_-+) 우짜등가,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새해의 해돋이를 나름 의미있는 곳에서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맴버 역시 내 주변에서 가장 만만한(?) 아해들이고. (만만하다고 표현한 것은 그만큼 내가 우위에 있다는 말이 아니라, 어떠한 불상사나 혹은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더라도 별다른 의견차이없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만한 관계라는 얘기다.)

아직 10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는디... 그래도 불안한 것은, 아무래도 나를 비롯한 멤버들이 12월 31일이라는 특수한 날에, 대한민국 도로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직접 경험한 적이 없거니와, 더욱이 경상도 아니 특히 부산과는 다른 겨울날씨를 보이는 곳까지 무사히 운전을 해서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비. 비오는 날에도 가급적 차를 몰지 않을려고 하는 아해들인데, 심야운전에 눈까지 내리는 고속도로라면-_-+ (물론 운전은 내가하지만서도. ㅠㅠ 그나마 내가 다른 두명보다 낫은 점이라면 고작 야행성이라는 점 하나.-_-;;;)

예상 소요시간은 일단 7시간이다.-_-; 최대로 8시간까지 잡고 있다. 제발!~

고속도로 타면 맨 뒷자석에 누워서 DB 잔다는 朴군과 장거리 여행가기 전엔 꼭 목욕재계를 해야한다는 鄭양, 그리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韓군까지... 사실 대부분의 계획이야 내 마음대로 할 것이지만서도-_-+ 이래저래 불편하고, 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의의 사고는 여전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해돋이 볼려면 우리나라에선 동해를 찾는 것이 일반사라지만, 얼마전에 호미곶을 다녀와보니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었거니와, 더욱 중요한 것은 이 특수한 날에 누구와 어디서 보내는 것이 아닐까나. 올해부터라도 '12월 31일=알콜'이라는 방식은 좀 고쳐야 되지 않겠슴메.


가장 중요한 것은... 4명 中에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3명이라는거. ㅋ 근데, 내 차이기 때문에 아마 내가 다 운전해버릴 것 같다.-_-+

멤버가 딱 6명이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6명 타면 누워서(!) 갈 수 없는 단점이 있다. ㅋ


18살때부터 20살때까지는... 우리집에 사람들 모아서 재야의 종소리 땡땡땡~ 칠 때부터 미치도록 술 퍼마시는 짓거리도 했었다. 이번에 같이 가는 그 두 멤버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지비.

문득,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육상교통으로 가장 먼 거리를 간 것을 생각해보니 역시나 중국의 베이징(北京)->산시성 시안(陕西 西安) 이더라. 편도거리가 1000km가 약간 넘는다. 두번째로는 산동 옌타이(山东 烟台) -> 장쑤 우시(江苏 无锡)던데, 900km가 넘는구마이. 그래도 내 동생한테는 택도 없다. 난징(南京) -> 쿤밍(昆明)은 2000km가 넘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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