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런 일이 터지고야 말겠다, 라는 생각이 든 것은 2년전인가... 인터넷에서 나름 유명세를 얻고 있는 부산 시내의 어느 맛집을 갔을 때의 일이다. 주변 식당들보다 나름 색다르고, 또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인터넷에서도 소개가 많이 되었고, 또 지나가다가도 쉽게 들릴 수 있는 식당인지라, 나 역시도 별다른 생각없이 일단 한번 가보자, 라는 생각에 가게 되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다 먹고 계산을 하고 가게문을 나서는데, 인터넷에서 평가된 것이 좀 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후에도 마땅히 사람들과 어울릴 곳을 찾기가 귀찮아질 때 두어번 더 가본 적이 있다.
내가 두번째로 갔을 땐가... 마지막으로 갔을 땐가, 주인 아주머니와 마침 단골 손님과의 얘기를 얼떨길에 듣게 되었는데, 바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어떤 손님이 와서 한다는 소리가, 인터넷에 올려줄테니까 고기 좀 많이 달라고 했단다. 근데, 그 손님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무언의 압력(?)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 음식 인심이야 그 집만의 고유 권한이 아닌가... 근데 이제는 돈?-_-;;; 이 무슨 조폭이 가게 보호비 받는 명목도 아니고... 그 정도로 그 집장사가 아쉬울 것도 아닐터인데... 고기 더 주지 않으면 인터넷에다가 나쁜 글이라도 쓴다는 얘긴가... 싶더라고.
나 역시도 음식점 얘기를 간간히 포스팅한다. 이건 내가 무슨 맛집을 평가를 한다고해서가 아니라, 이전 중국 생활 때부터의 습관때문이다. 내가 뭐 언제부터 맛집, 맛집을 따져가며 외식을 하였으며, 내가 무슨 식도락이라고 남이 생계로 하는 식당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겠는가. 그냥 일상 일기처럼-_- 갔다, 뭘 먹었다, 그게 이런거다... 이 정도였다. 그럼에도 내 나름대로 철칙으로 삼았던 것이, 띄워주지도... 그렇다고 떨어트리지도 않았다. (아, 1월 1일에 갔던 꼬막정식집은... 정말 ㅠㅠ 겪은 그대로 쓴 글이다. 뭐, 가게 이름 안 밝혔으니 됐잖우.)
그 집이 유명해서 맛집을 찾는 것보다는, 내가 지금 뭘 먹고싶은가에 따라 찾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 일본의 어느 시골에 있는 식당을 가장 잊지못하는 것도, 사장 노부부의 소박한 인심때문이다.
언젠가 '심야식당'이라는 짧은 일본 드라마 시리즈를 본 적이 있다. 어느 편에서 나름 유명한 요리평론가가 주인공의 가게에 와서 감동(?)할만한 일이 생겼는데, 나중에 기자가 '이 곳을 칼럼에 쓰시겠네요.'라고 하자, '아니, 내가 칼럼을 써서 이 곳에 사람이 많이 오면 내가 먹을 기회가 없지 않은가.'라고 대답을 했다. 진정한 맛집은 입소문을 타는 것이지, 글소문은 아니지 않겠는가.
사실 블로그도 블로그지만, 맛집 까페 또한 조심해야 되지 않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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