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경 남

'광안리'에 대한 추억.

우리팬 2007. 10. 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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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 끝자락에서 바라본 광안리 해수욕장.

'광안리'라는 곳은 꽤나 유명한 한국, 그리고 부산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나 역시도 소시적 꽤나 물이 깨끗했을 때는 튜브 하나, 수영복 하나 달랑 들고 친구넘들과 같이 가서 물속에 몸을 맡긴 적이 있었고, 또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방파제쪽에는 조그나만 게나 혹은 물고기도 간단하게 낚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물이 썩 괜찮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는 광안리의 '바닷물'에 대한 신뢰감이 사라졌고, 또... 옛 추억이 담긴 해수욕장이라는 느낌보다는, 이런저런 유흥업소들이 늘어선... 그냥 그런 바다를 보며 술 한잔할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물론, 나 역시도 나이를 먹다보니, 바다를 보기 위해서라기보단, 술 한잔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제까지... 살아온 날들을 잠시나마 되돌아보면, 내가 광안리를 가장 많이 찾았을 때는 바로 고등학교때였다. 당시 독서실을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 12시에 독서실 문이 잠기기 전, 종종이나마 친구 몇넘들과 무작정 광안리까지 가서 백사장에 신문지 한장 깔아놓고, 근처 편의점에서 산 소주 몇병에, 나름 인생을 나불거리며, 개똥철학을 주절거렸었다. 그리곤 주머니에 든 몇천원으로 마저 술을 사고, 집까진 걸어가야만 했다. 아, 그랬다. 그래도~ 그래도 이 역시 한때의 추억이다. 최소한 탈선을 할만한 담력은 없었다.-_-;

정말 돈 쓸 곳이 많은 곳이 바로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이다.-_-;

문득 기억나는 것이, 이제는 흔해 빠져버린 추억의 단어, '번개'라는 걸 처음 했던 곳도 바로 광안리에서였다. 뭐, 채팅실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는 걸 번개라고들 하던데, 원래는 알고지내거나, 혹은 한 동호회 채팅방에서 얘기를 하고 있던 사람들과 갖는 즉석, 아니 당장 만남이 바로 번개였다. 별다른 목적은 없었고, 무더운 여름날에 맥주나 한잔하잡시고 모인 첫 번개모임에, 역시나 나는 막내였고-_- 기억은 잘 나진 않지만, 캔 맥주 하나 먹었나? 싶다.

고3때 쯤부턴 아예 해운대까지 진출했다. 학원 영어샘과 함께 종종 갔었는데, 뭐가 그리 세상에 불만이 많다고, 뭐가 그리 진지해지고 싶다고, 맥주 캔 몇개에 '대입'이란 단어까지 나에겐 안중이 없었다. 그냥 시원한 바닷바람이 좋았고, 또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시원한 맥주 한모금이 좋았을 뿐이었다.

이 곳에 있는 유원지의 타가다 역시 명물은 명물이다.

대학 입학 후엔 거의 가질 못했는데, 그나마 '회' 한사리 할 법 하면 찾은 곳이 광안리였다. 사실 광안리 회센터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민락동 횟집들이 훨씬 더 유명했었고, 지금도 가급적이면 백사장 끝자락에 있는 회센터는 가질 않는다. 유원지를 지나 조금만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활어 도매센터가 있고, 또 근처에 포장마차가 즐비해 있는데, 이 곳에서 회 한사리 먹는 것이 양도 많고, 또 아무래도 포장마차식으로 되어 있다보니 종종 불어오는 바닷내음에 입안에 들어오는 한 조각의 회는 더욱 감칠 맛 난다.

사실 부산에 와서 바다를 보러 온다는 사람에겐 '광안리'를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시기마다 조금은 차이가 있겠지만, 낮이라면 아무래도 송정, 혹은 일광 해수욕장이 낫으며... 저녁에 열리는 이런저런 행사나, 혹은 축제 같은 것은 광안리나 해운대가 훨씬 낫다.

아, 글고보니... 송도 쪽은 안가본지가 정말 오래되었구마이. 조만간, 흠...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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