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上 海

03년 1월, 상해(上海)에서 먹은 첫끼에 관한 추억.

우리팬 2008. 7. 3. 01:40
02년 10월부터 03년 7월까지 중국 강소성에 있는 무석(우시, 无锡)라는 곳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난생 처음 들어본 곳이고, 사실 도착하기 전까지도 무석이란 곳이 상해 근처에 있는 도시로만 알았을 뿐, 정확한 위치도 모른채 그 곳 땅을 밟았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그 곳을 택했지만, 당시엔 오로지 중국어 어학연수를 제대로 하고, 나름 처음으로 겪는 장기 어학연수를 무사히 할 생각만 했었기 때문에 어학연수 시작 후 반년동안은 주변 도시에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2개월 후에 HSK를 치기 위해 남경(南京)에 간거 밖에는.) 그러다가 상해에 있는 옛날, 하이텔의 중국학 동호회 대표시샵을 했던 형을 만나기 위해 큰 맘먹고 중국 최대도시라 하는 상해땅을 가게 되었는데, 여차여차해서 상해역에서 红桥区까지 가게 되었다. (거리가 참 만만치 않다. 허나, 당시엔 그것도 신경쓸 겨를도 없이, 형이 알려주신대로 버스타고, 버스타고... -_-)

水城路 식당가 한 구역으로 들어가는 입구. (2004. 7.17)

운명적인(?) 상봉 후, 우리가 찾아간 곳이 바로 水城路에 있는 식당가였다. 당시만 해도 무석이라는 도시는 발전 중이었기 때문에 처음 이 水城路에 도착해서는 그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무석에서 갔던 한국식당은 택시로 3,40분 정도 걸리는 시외곽쪽에 있어서 몇번 가지도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긴 하지만, 왜 하필 이 곳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남아있다. 물론 당시엔 오래간만에 좋아했던 형도 만났고, 또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잇다, 라는 기대감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입속에 집어넣기 바빴는데, 그리고 1년 반 후 막내동생과 다시 이 곳을 찾았을 때는... 그냥 그런저런 조선족이 운영하는 고기구워 먹는 곳일 뿐이었고, 이후 상해에 올 때마다 이 곳을 지나면서는, 그 추억어린 식당은 쳐다도 보지 않게 되었으니...

이때는 '韩'이라는 한자 한글자도 참으로 반가웠다.


한국 식료품점. 무석 촌넘이 보기에 얼마나 반가웠던 곳이었을까나.

마지막으로 이 곳을 찾았던 것이 바로 올 겨울 1월쯤 되는데, 당시에도 후배들과 같이 야밤에 통닭 먹으러 갔을 뿐, 그 추억어린 식당을 보곤 그냥 피식 웃고 말았었다. 그때 갔던 통닭집 역시 마찬가지이다. 당시 상해에서 주재원으로 있던 동생집에 간혹 갈 때, 야밤에 통닭을 시켜먹던 곳이 있었는데, 직접 찾아가서 먹으니, 일명 중국에서 먹는 통닭의 묘미란, 잊혀지지 않는 것이지만, 이 곳 역시... 시간이 흐르고, 나중부터는 그냥 그저그런 통닭집... 가격이 그리 싸지않는 주점일 뿐이었다.

이 통닭집 또한 처음 갔을 때는 정말-_-

그러고보니, 나와 그다지 관련이 없던 중국의 상해라는 도시 역시, 인연을 맺은지가 6년이나 되었다. 이곳 저곳 때로는 여유롭게, 때로는 정신없이 이리 날뛰고 저리 날뛰기도 했건만... 그래도 아직까지 가슴 한켠에 남아잇는 것은, 상해에서 맛봤던 그 첫끼, 그 당시만의 무한감동이 아니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