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전 남

새해 첫날을 해남 땅끝마을에서.

우리팬 2010. 1. 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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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다른 곳도 아니고 부산에서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러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까지 갔다는 것이. 왜냐하면 해는 분명히 동쪽에서 먼저 뜨는 것일터이고, 또 내가 사는 부산의 위치 역시 한반도의 남동쪽 끝자락에 있기에 해를 볼려면 분명히 부산이 낫지 아니한가. 게다가 굳이 부산이 아니라 하더라도, 호미곶이라든지, 혹은 남해쪽에도 얼마든지 해돋이로 유명한 곳이 널렸는데... 왜 전남 해남인가. 이성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분명 낭비 아닌 낭비였음에는 틀림없다. 다만 감성적이라는 변명을 내세워보면 가까운 아니, 극가까운 아해들과 함께 장시간에 걸친 여행이었기에 기억이 아닌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부산을 출발해서 대저, 진해를 거쳐 전남 해남 땅끝마을로 ㄱㄱㅆ 했다.

사실 어디론가 여행을 가는 일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의 인생사를 되돌아보면 대한민국내에서의 여행은 제법 낯선 편에 속한다.-_-+ 아직 제주도도 못 가봤거니와... 어쩌면 한국내의 여행장소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을 아직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고로, 이제까지 어지간하면 구체적인 여행계획 없이 나 스스로 직접 찾아보는 여행을 주로 했던 내가, 이번 땅끝마을행에서는 이것저것 내 나름대로의 계획까지 잡고 떠났었다. 사실 눈길 운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는 길의 날씨 체크를 해둔거외엔 그닥 써먹은 것은 없었네.-_-;;; 전날 코스트코와 마트를 들려 장을 좀 봤는데... 간만에 대학때의 MT 기분이 나더니만.

평소에는 부산에서 땅끝마을까지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널널하게 가서인지, 아니면 국도를 타고 들어갈 때 간간히 빙판길이 있어서인지 7시간 약간 더 걸렸다. 고속도로야... 뭐 별일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건만, 서마산IC를 통해 조금 정체된 구간에서 실시간으로 교통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쿵~ 정체구간의 단순 접촉사고가 아닌, 뒤에서 메~ 박으시더라고.-_- 앞차의 뒷범퍼가 아작이 나버린 정도였으니까. 나도 운전을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무슨 생각으로 정체구간에서 그렇게 밟으셨는지... 혹시 음주?-_-;;;

섬진강 휴게소는 꼭 한번 들려보라, 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밤이라 그런지 그닥.-_-;

그래도 땅끝마을이 유명 관광지이다보니 꽤나 막힐 것으로 예상했건만, 널널하다 못해 너무 차가 없어 무섭기까지 한-_- 국도를 상향등을 켜고 달렸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간간히 보이는 국도의 조그나만 휴게소도 문을 다 닫았더니만. 언젠가... 친구넘들과 12월 31일을 보냈을 때,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건배!~'를 외친 적이 두어번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러자, 라고 합의를 봤건만, 라디오에서 자정 땡~ 하는 소리는 평소와 다름없더니만.-_-+ 그리고 당시 잠시 쉬어간다고 마을버스 정류장에 차를 정차시켰는데, 소중한 운전자인 나에게 날라온 것은 바로 눈덩이. ㅠㅠ 화장실 문제로 국도에 있는 주유소에 들렸는데, 또 기름넣는데 주유소 사무실까지 들어가서 커피 한잔 얻어마셔보긴 처음이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도 들었고. 그 학상은-_- 2010년을 사무실에 홀로 남아 열심히 스포를 즐기며 보내시고 계시더니만. ㅎ (스포가... 스페셜 포스던가?)


뭐, 땅끝마을에 간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 요넘들과 어디 먼 곳까지 여행을 한 적이 없는터라... 나름 야생을 즐기며 갔다는데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주차장에서 라면도 끓여먹고, 또 해남에 도착해서도 햄을 버너에 구워서 맥주 안주로 삼기도 했고... 바깥에서 대강 끓인 라면맛은 직접 먹어보지 못하면 알지 못하리라. 덜 익어도 맛있고, 면발이 불어터져도 맛있다.

새벽 3시 전에 도착을 했다. 그때까지는 그렇게까지 차들이 많지 않았는데, 와... 나중에 해돋이를 보고 나갈 때는 정말 진땀을 뺐지. 좁디 좁은 대한민국에 정말 차는 많으이. 조촐한 행사도 열리고 있었고, 또 이래저래 그 늦은 새벽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2010년이 오긴 왔구나 싶더라고. 다들 뻗어자는데... 왜 나는 잠이 안 오냐고요.-_-+ 원래 야행성이긴 하지만서도, 그래도 운전을 9시간 가까이 했는데... 하나도 피곤하지가 않다, 라면 거짓말이고-_- 그냥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뜬눈으로 버텼지비. 아해들은 알람을 맞춰놓고 새우잠을 잤건만, 결국 알람 역할은 내가 했지비.-_-v

모노레일은 다음에 오게되면 타기로 하고 패스.-_-; 사람이 다섯이다보니 이것만 타도 2만원이 깨지는군.-_-;

도착하기 전에 살포시 눈이 온 모양이던데,

그래도 그리 춥진 않더니만.

혼자서 밤을 지새고, 또 새벽을 맞이한 적은 수도 없다만, 이렇게 단체로... 그것도 비좁은 차에서 같이 보낸 것은 처음이 아니던가. (뭐, 그래도 9인승 카니발이니 다행이었지비.) 31일에 출근한 아해들도 있었으니 뭐, 코를 골든 이를 갈든... 이해해줘야지.-_-+ 하여간 시간은 흘러흘러 날이 밝기 시작했고, 일행들과 같이 제대로 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밤하늘에 구름이 워낙 많아 해를 보긴 보겠나... 싶었는데, 그래도 그나마 독도에서 해뜨는 시간보다 20여분 정도를 더 기다려서야 반쪼가리 해를 봤다. 아, 구름이 이렇게 야속할 줄이야.

2010년 1월 1일 오전 7시 28분.

2010년 1월 1일 오전 7시 37분.

2010년 1월 1일 오전 7시 50분.

7시 56분. 헐... 햇님보기 힘드네.

자, 해 다봤다. 집에 가자.-_-+ 차 막혀!!!~

비록 반쪼가리지만, 해는 봤다. 1월 1일 아침에 눈을 뜨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디... 뭘 또 얼마나 완벽한 햇님을 보신다고. 분명 땅끝마을 벗어날 때 차 막힐 것인디.! 예상대로 빠져나가는 길에서 엄청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런데, 차가 많아서 정체가 된 것도 있지만,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 그리고 나가는 차와 들어오는 차, 게다가 대형버스들이 이래저래 뒤섞이다보니 출동한 경찰 아저씨들도 답이 안 나오겠더니만. 땅끝마을을 빠져나오는데만 한시간 넘게 걸렸으니 원. 어떤 커플은 아예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시더군. 우리도 그렇게는 하고싶었으나, 따로 계획이 있었으니 뭐~ 패스~

그래도 장거리 뛴다고 꽃단장(?)시켰던 우리의 니발이를 보라.

돌아오는 길도 역시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뭐, 내 차인데 당연.-_-; 재미난 것이, 나는 우째 운전대를 잡고있으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단순하게 정리가 잘될까나. 운전할 때는 다른 생각을 하면 안된다고는 하지만서도,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는게 재밌던디...나름 사람들이 09년 지난해를 정리하고 또 10년 새해 계획을 세우는데... 나는 나한테 맞는 방식으로 운전하면서 다 해버렸다.-_-v  지난 일의 반성, 앞으로의 일에 대한 다짐, 대인관계... 연애? 우욱... -_-;;; 이 정도도 생각거리가 적은 것은 아니니.

경상도 아해들에겐

이 정도 설경(?)도 감지덕지.-_-;

강진이다...~

애초 계획이... 최종 목적지는 땅끝마을로 하되, 순천IC를 나온 후... 국도의 도로 사정이 나쁘면 강진의 주작산으로 갈 생각이었다. 31일에 전남지역의 많은 곳들이 폭설주의보까지 내려졌다는데 다행히 우리가 거쳐간 곳들은 그나마 눈이 적게 온 것 같더라고. 복잡했던 땅끝마을을 벗어나 일반국도를 달리는데... 차가 없어.-_-+ 아마 경상도 쪽에서 온 차들은 그리 없었겠지비. 고로, 국도에서 좀 밟았다. 130km.-_-;

국도에 있는 휴게소인디... (장흥)

이런 곳에 이런 집(?)이. *.*

자, 밥은 먹어야제. 가는 길에 어디에 들려 아침 겸 점심을 떼울까나... 했을 때,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벌교'를 선택했다. 다행히 楊양이 아이폰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맛집 같은 것을 검색해봤는데... 왠 다 꼬막이야.-_-+ 꼬막정식 하나가 12,000원~13,000원이면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전라도 음식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얘들이다보니 돈값 하겠지~ 하며 결국 결정.

접때 구룡포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본의아니게 맞이하게된 '도서관'.-_-;

벌교에 도착을 하니... (사실 벌교의 어느 부근인지도 모르겠다만) 그 부근의 식당들은 죄다 꼬막하는 집이다. 아, 장뚱어탕? 뭐... 그렇던데, 그 中에 한 곳을 정해 들어갔다. 검색으로 찾아본 식당은 아직 영업 전이더니만. 어지간하면 식당 얘기는 따로 포스팅을 할려고 했는데, 워낙에 '실망'을 했던 집이라... 그냥 이 포스트에 덧붙인다. (와... 내가 언제 먹거리 포스팅할 때 '실망'이라는 단어를 붙였던 적이 있었던가.-_-;) 식당 이름은... 기억조차 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패스.

호박죽이 나왔을 때만해도 기대만빵.

이 집에서 이 전이 제일 맛있었다.-_-;


문제의 꼬막 대령이요.~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꼬막을 이런 식으로 먹은 것은 경상도쪽 젊은 세대에게는 참 어색하다. 뭔가 나오긴 나왔는데, 당췌 먹을 수가 없었다. 먹고 싶어도 깔 수가 없으니 먹을 수가 있어야지. 다섯이서 낑낑거리며 쑈를 했건만... 몇개 까다가 지쳐서 그냥 말았지비. 식당 아줌니한테 살포시 "이거 좀 까주시면 안되요!?" 하니... "그거 까먹는 재미로 먹는거에요." 한다.-_-; 이때부터 기분 급하강. 근데 이거 삶은건지 날거인지 나갈 때까지도 긴가민가. 계산할 때 아줌니 말로는 삶은거라던데, 삶았는데도 까기가 이렇게 힘들 뿐더러, 또 꼬막을 삶으면 그런 색깔이 안 날터인디... 흠흠.

이게 나름 메인... 꼬막회무침.

꼬막깐다고 낑낑거리며 몇개 먹고있자... 드디어 메인같은 꼬막회무침이 나왔다. 이걸 큰 그릇에 밥과 함께 비벼 먹는다. 기호에 따라 고추장과 참기름도 첨가하고. 내가 그렇게 미식가나 혹은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열심히 비벼 먹어보자... 대학 식당에서 1800원 했던 비빔밥이 떠올랐다. 맛이 별 차이가 없으.ㅠㅠ 옆에서 韓군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언젠가 갔던 여수와 비교를 한다. 여수에서 5000원짜리 정식을 시키면 밑반찬 종류가 많아서 한 상에 다 올리기도 힘들다는데 이 집에서 나온 밑반찬은 7개? 8개? 정도.-_-; 소심한 나야... 이 집에서 나온 음식보다도, 차라리 그 전에 아줌니의 그 말 때문에 계속 기분 급하강 中이었고.-_-+

꼬막만 몇개 들어있다 뿐이지, 대학 식당의 비빔밥과 뭐가 다르냐.

그래... 모르고 먹은 죄다.-_-;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로 1인분에 12,000원을 받는건 좀 오버가 아닌가 싶다. 아니면 밑반찬을 좀 늘려주시든지. 말이 정식이지, 그냥 비빔밥 한그릇 먹고 나온 기분이더라고. 뭐, 외지 나와서 이 정도 NG야 넘어가자... 했지비. 참을성 많기로 유명한 朴군 역시 투덜거렸을 정도면 말 다 했지. ㅋ 근데... 와~ 6만원.-_-+ 소고기까진 아니더라도 다섯이서 삼겹살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금액이군. 아니, 부산 시내에 있는 부페식 소고기집(호주산)에 다섯이 가서 우겹살 실컷 먹고 소주 3명을 먹을 수 있는 금액.-_-;

하여간 대강 배는 채웠으니 다시 전원 '니발이'에 탑승. 근데 문제는 운전자의 상태.-_-; 배 좀 채웠다고 피곤이 확 밀려오더라고. 마침 '니발이' 좀 몰겠다고 하는 韓군에게 운전대를 넘겼다. (사실 나도 맨 뒷좌석에 누워(!)보고 싶었다.-_-;;;) 다음 휴게소까지 맡겼는데, 왠걸... 잠이 안 와. 헐... 그래도 피곤 좀 없어졌다고 다시 진해까지 내가 몰고 갔지비.

문제는 이 다음부터. 요것들은 차로 가는 동안에 맥주도 마시고, 룰루랄라 했건만, 각자의 사정으로 뒷풀이가 없다보니 내가 허전한 것이여. 고로, 생각치도 않게 나와 楊양은 진해에 내려 횟집으로 갔지비.-_-v


나는 회가 자연산이니 양식이니... 뭐 구별도 잘 못하는데, 이 집은 10,000원 차이인지라 자연산으로 먹었지비. 근데 재미났던 것은 진해 사람들은 색다른 양념을 따로 만들어서 회를 찍어드시더군. 마늘 다진거랑 땡초에 간장... 흠. 별반 차이는 없더니만.-_-+ 둘이서 59,000원치를 먹었는디... 우째 꼬막정식 먹은거보다 더 값지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을까나. 헐~ 그리고 이 집에서 나온 밑반찬 중에 꼬막도 한접시 있었는데, 둘 다 약속이나 한 듯이 구석으로 소외시켜버렸다는거. ㅎ


아, 그리고보니... 전북은 殷군 덕분에(?) 몇번 오고갔는데, 전남땅은 난생 처음 밟아본 것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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