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Memo

한중번역은 어렵습니다.

우리팬 2007. 6. 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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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접한지 10년이 좀 넘었다. 학부 졸업 1년을 남겨두고 미친척(?)하고 복수전공을 신청했고, 졸업 후에 졸업장도 받았으니 우째보면 중문과 학사생인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연구생으로써 3년을 지냈으니 실력은 자신 못해도, 짬밥은 그런대로 내세울만하다. 아무래도 중어중문학과나, 혹은 중국어과 전공자들이 가장 남에게 내세울만한, 그리고 쓸만한 능력이 바로 통번역에 관한 일인데, 통역은 일단 냅두고, 번역에 관한 일을 짧게나마 얘기를 하고 싶다.


현실은 이렇다. 우리나라에서의 '번역'은 다른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게 보는 분야이다. '뭐, 그냥 외국어를 배웠으니 그걸 우리말로 고친 것 밖에 더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 직역은 확실히 쉽다. 전공자가 아니라도, 전문가가 아니라도 사전만 들고 사전말에 끼워끼워 넣다보면 대강 뜻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해당 언어, 국가에 대한 사전배경 지식내지,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을 절대 무시할 수 없으며 그리고 그걸 어려운 우리말로 우리 식대로 고쳐나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이 아무리 같은 한자문화권인지라 한자만 알면 편하다고 생각될진 모르겠지만, 工夫라는 한자어의 우리말, 중국어, 일어의 뜻은 각기 차이가 있다. 또한 내 이름에도 쓰이는 '濟'의 경우에도 중국어 간체는 济이며, 일본어는 済로... 각기 다른 한자를 쓴다. 비록 그리 많지 않은 경우이지만, 실제 전공자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힘든 번역이 바로 韓中번역이다.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일반 중국인들도 작문(写作) 부분은 상당히 애를 먹는다는 점이다. 말은 둘째치더라도, 글쓰기에 있어선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백화만으론 충분치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고급 중국어라 함은 문어문까지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일반 중국인들에게도 힘이 부치는 것을 어찌 전공자라고 잘할 수 있겠는가. 우리말 그대로 옮기는 것이 중작이 아닌 것이다. 대게 자신의 외국어 실력에서 작문실력은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을 하는데, 중국어 같은 경우엔 다른 외국어보다 더 낮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한국에 돌아와서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한중번역 일을 해봤는데, 일을 맡겨주신 분은 감사하게도 한자가 많은 글을 전해주셨지만, 고유명사 한자를 찾는 수고를 덜어주신 것외엔 별다른 도움이 되진 않았다.-_-;;; 우짜등가, 이런저런 일이 겹쳐 그제서야 대강 초벌을 끝냈고, 또 그걸 중국인에게 수정 부탁을 맡겼다. 뭐 이제껏 제대로 공부를 안한 내 탓도 크겠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어 작문은 참 어렵디 어렵다라는 것이다. 난 오죽했으면 요즘도 종종 중국 중학생들의 작문 대회에 실린 글들을 읽곤 하니... -_-+


조선족요? 조선족이라고 다 한국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중국어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각기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제대로 안심하고 일을 맡길려면 그 사람의 학위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말만 통한다고 다가 아닌 것은, 직접 조선족을 데리고 일을 해보면 압니다. 중국내 조선족 한국인 강사가 줄어들고 있다지요. 되려 실력있는 한족 한국어 전공자가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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