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中 國

중국 해적판 DVD의 자막 오류에 관하여.

우리팬 2007. 12. 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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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땅 한번 밟아본 사람이라면, 뭐 가서 몇일을 머물들지 간에 음반이나 DVD 가게에 들려본 사람이라면 중국의 저작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류열풍이 몰아닥치고 나선 한국 드라마의 VCD나 DVD 불법 제작물들(상품화 된 것을 불법 복제도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화일들을 모아서 자체 제작한 것들도 많다.)의 겉표지를 보면 실소를 금치 못한다. 물론 싸구려로 전락하고마는 우리나라의 영상매체를 만든 중국이란 나라가 첫번째 주범이요, 세계 최고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시장이 두번째이며, 그 세번째는 그런 것들을 반가워하며 구매, 시청하는 우리 한국인들도 문제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그 中의 하나지만.-_-;) 근데, 사실 중국에서 정품 DVD를 찾기란 쉬운 일도 아니다.-_-;

뭐, 이런 문제야 떠들어봤자 입만 아픈 문제다. 중국 정부도 불법 영상물들을 단속, 압수, 소각...을 하고는 있다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더욱이 중국 최대의 해적판 생산지인 广东省에선, 경찰들과 생산자들이 상부상조한다는 것도 중국 정부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뭐 그러니 이러쿵 저러쿵 따져봤자 뭐하겠냐고.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 (오늘 기사를 보니, 짝퉁 루이뷔통 브랜드가 공식 승인이 되었단다. 중국아~ 중국아~)

이번 포스팅에서 내가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불법 제조된 해외 영상물들의 '자막'에 관해서이다. 사실 중국만큼 '자막'에 목숨거는 나라도 없을 듯 싶다. TV만 틀어도, 방송되는 대부분의 중국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들은 모두 중국어 자막이 들어가 있다. 이유야, 땅은 넓고, 아직 보통화(중국 표준어)에 익숙치 않은 이들을 위한 교육적 차원인데, 중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습자로써는 상당히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또 중국에서 갓 유학생활을 시작하는 이들, 그리고 한국에서도 꾸준히 중국어를 영상매체로 학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DVD나 VCD의 자막들은... 어쩌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쓸만한 학습매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입으로 말한 것이 그대로 자막으로 나오는... 나 역시 이때문에 덕을 보긴 봤다만.)

그럼 반대로,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중국어 자막을 생각해보자. 02년인가, 시내에 있는 DVD 가게에서 영화 '친구'를 발견하곤 기쁜 마음에 구입 후부터 한 두세달을 지겹도록 방에 틀어놨었다. 첫째로 경상도 사투리,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부산말을 하는 한국인들이 단 한명도 없는 기숙사였고, 또 하나가 바로 외국인 친구들에게 이 친구 '영화'를 소개시켜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선택된 사람은 나와 같이 수업을 듣던 라오스 처자였는데, 중국어 실력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당연히 내용상의 문제를 이해 못했던 것이 아니라, 중국어로 된 '자막' 문제였다. 이때부터 중국에서 떠도는 수많은 DVD의 자막, 그러니까 번역된 자막을 누가 만드는가를 상당히 궁금해 했고, 지금도 궁금해하고 있으며... 이제까지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영화 한편, 한편을 보기도 했다.

대게 중국에서 떠도는 해적판 DVD 영화는... (뭐,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자면 한국 영화라 치자. 사실 한국영화보다 더 물량이 많은 헐리웃 영화들이 더 개판이지만.) 대강 영화관에서 캠코더로 찍은 판, 화질이 좀 떨어지는 것, 화질이 정품과 다름없는 DL판이 있다. (더 있을 것 같지만, 대강만 하자.-_-;) 그런데 여기에 붙는 자막도 가지각색이다. 영어 자막을 번역기로 돌려 붙인 것, 한국어 자막을 보거나 직접 듣고 조선족들이 영상번역을 한 것, 심지어 다른 영화의 자막을 붙여다가 만든 것들도 있으니... 이거 원, 처음에는 자막을 믿고 휴식 겸 학습을 목적으로 구매를 하지만, 나중에 아예 자막을 포기해버린다. 중국에서 단돈 4元~8元 (한화 500원~1000원)하는 싸구려 DVD 한장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상점에서 구매할 때 자막이 괜찮은지를 확인까지 하고 사는 경우도 있기는 있더라고.

그럼 그 한국 해적판 DVD를 구매한 우리 한국사람 말고, 개판 자막으로 완성된 한국영화를 본 중국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나. 언젠가 한번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 뿐만 아니라, 한국의 쇼프로그램도 인터넷으로 쉽게 다운 받을 수 있고, 물론 그것을 다운 받은 중국인들은 거기 화면에 표시된 자막을 보면 이해를 한다. 개판이다. 아무래도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이 번역을 하기엔 현실상으로 무리일 것이고, 그렇다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의 한족이나, 혹은 조선족들이 번역 업무를 맡을지어인데, 많은 자막들이 도대체 어떻게 이딴 식으로 했을까, 의아해 할 수 밖에 없다. 이 이야기를 같이 나눴던 아해들도, 자막이 엉성한건 안다, 그러나 대강 눈치로 보면 무슨 내용이고,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라는 답변을 해주었다.

잠시 한국내의 딴 얘기를 해보자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번역란에 '이미도'라는 이름이 자주 올라가는걸 볼 수 있는데, 타언어는 제외하고 내가 아는 중국어를 한국어 번역으로 된 자막을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또한 비디오로 출시된 중화권 영화를 보더라도 이거 원... 되는대로 말만 붙이면 되는건지, 의역의 수준이 아닌, 아예 한국 문화 수준의 번역을 한걸 보면, 되려 반대현상으로 '나는 중국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의지까지 불태우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중국은 더 개판이다. 그런 개판인 자막으로 된 한국영화를 보고 중국인들이 과연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에서 돌던 영화나, 드라마가 외국으로 수출되는 것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수출할 때 일단 영어로 번역된 자막을 붙이는건 당연할테다. 그렇게해서 외국으로 나간 작품은 또 2차 번역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렇게되면 그 내용은 또 한번 변신을 하게 될 것임은 당연빤스이지 않겠는가.

우리나라만큼 통번역을 홀시하는 나라도 없다고 생각한다. 직접 현장에서 뛰어다니며 일을 하는 사람들 中, 상위 일부를 제외하곤 받는 페이가 그다지 넉넉치 않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외국어를 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반면, 정작 그 실력은 어떨까나. 혹은 어떻게 일반인들이 평가할 수 있을까나. 유명 번역가가 번역을 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그 해당 언어나 분야에 있는 사람들만 알뿐이지, 일반인들은 그냥 즐겁게 보고 말면 그만인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은 한, 그냥 넘어가고 마는지도 모른다.

사람 말, 글이라는 상당히 무서운 것이다. 특히 우리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까지 비유를 하는데 이걸 외국어로 번역된 경우는 얼마나 많은 오류가 있겠는가. 황순원 '소나기'가 노벨 문학상을 타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영어 번역의 한계때문이다, 라는 이야기도 있다는걸 상기해본다면, 정말 한번쯤은 우리도 이 '번역'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그냥 오래간만에 '태극기 휘날리며' 보는데... 자막 때문에 짜증이 밀려와서 주저리.-_-+ 내가 가지고 있는 이 DVD는 화질은 최상이고, 자막도 어지간히 괜찮은데... 군데군데 실소를 터트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몇개만 나열해보자면-_- (역시나 가장 심각한 것은 '고유명사' 부분이다.)

육본(육군본부)에서 전화가 왔다는데, 이걸 '6번'으로 잘못 들었나보다.-_-;

"할아버지 운동화 신고 가실껀 아니죠?" 라는 말인데, "운동하러 가실꺼죠?", 라고 들었나보다.-_-;;;

"구두 딱어~"라는 말이지만, 구두 고친다, 라고 되어 있는데, 장동건이 구두수선집을 해서 이렇게 붙인 것 같다.

'보도연맹'을 '盟国(동맹국)'이라고 했다. 번역한 이의 사전지식 부족인 부분이다.

해운대에 빠져 죽는다, 라는 말을 그냥 바다에 빠져 물고기 먹이가 된다, 라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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