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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쥐가 들어왔다.

우리팬 2007. 2. 1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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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년전부터 사는 집은 중국의 구식 아파트로, 1층이다. 이제까지 중국에서 3층, 13층, 6층에 살았던 나로써는 출입에 대한 편의성 때문에 이사 당시, 얼마나 많은 뿌듯함과 흥분을 했는지 모른다.-_-; 사실 고층에 살게되면 집에 나가기 귀찮아져 방콕생활을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물론, 이 문제는 사람의 생활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1층에 살게되면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을꺼라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1층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햇빛이 적게 들어온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물론 이미 익숙해졌지만, 그리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낮에는 밖에 나가면 그만이지만, 평소 집에 있을 때 자연광 대신 형광등 불빛에 의지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중국 구식아파트의 방음이 별로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래저래 바깥에서 들려오는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역시 짜증나는 일 中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 문제 또한 극복할 수 있다.


1층인 집인지라, 다른 층의 아파트에는 없는 '정원'(말이 정원이지 공터와도 같다.--;)이 있기 마련인데, 이 곳에서 빨래감을 말리거나, 혹은 조그나만한 탁자를 나두고 차나, 맥주 한잔하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라는 망상을 할지도 모르나, 윗층의 다른 주민들, 특히 흡연자들이 마음대로 내던지는 담배꽁초 때문에 그냥 쓸모없는 빈공간으로 남겨둘 수 밖에 없었다. 우야등가 집안의 공간인 베란다에서 세탁기를 돌리지 않는 한, 방과는 별개로 이 공간의 그저그런 쓸모없는 공간이었다.

엊그제 베란다와 방문을 가르는 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사각사각... 모꼬? 싶었는데, 다름아닌 그 공터의 하수구에서 기어올라온 쥐가 방문을 갉는 소리였으니...-_- 오호~ 통재라. 통풍 문제도 있고, 세탁기를 돌릴 때 배출구를 뺀답시고 베란다와 공터 사이의 문을 항상 열어뒀는데, 하수구에서 기어올라온 쥐기 이리로 기어들어왔나 보다.-_- 꽤나 험난한 길이었을터인데, 우째 올라왔다.-_- 잡는답시고 문을 홱여니까 금새 사라졌다. 그리고 딴 일을 보고 있으니까 또 사각사각한다.-_- 귀찮아서 그냥 냅둬버렸다.-_-;;; 냅두면 알아서 다시 기어나가겠지. 어차피 베란다엔 먹을 것도 없는데.-_-; 냅두는거야 그냥 냅두면 되는데, 이 한마리의 쥐새끼가 베란다의 어디엔가 짱박혀서는 내가 집에 없을 때마다 베란다와 방사이의 나무문 구석을 조금씩 갉기 시작한 것이다. 갉아봤자 얼마나 갉을까나, 했는데... 이 넘이 보통이 아니다.-_-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중국 장기생활 4년이 다되어 가는 이 마당에 이번 일로 처음 안 것은, 중국에서 일반인이 쥐약을 구매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라는 것이다. 팔지도 않을 뿐더러, 구할려면 식당이나 혹은 각 동네의 관리소를 통해 얻을 수 밖에 없다. 것도 방역하는 사람에게 신고까지 해야한덴다.-_-;;; 일단 아는 지인들에게 부탁은 해놓은 상태인데, 시간이 좀 걸린다.-_-+ 그래서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엊그제 간만에 마트를 갔는데, 초음파를 내는 기계를 판다. 모기, 바퀴벌레, 그리고 쥐까지 잡는 것은 아니지만, 방지용으로 된 기계가 있더라. 생각외로 거금이었지만, 급하면 눈이 먼다고 할 수 없이 샀다. 그리고 이미 갉은 방문 구석을 메우기 위해 두꺼운 테잎도 하나 샀다. 이게 좀 효과적이었는데 양면 접착이라, 많이는 아니라도 약간은 도움이 될 듯 싶었다. 허나 왠 말씀, 초음파는 거의 무용지물인 동시에, 그 독한 쥐새끼 한마리는 그 테입까지 갉아먹을려더라고.-_-+

베란다가 그리 큰 공간이 아닌지라, 또 이래저래 짐들이 쌓여있는 공간인지라 들어가서 잡는 것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 우째야 되나... 우째야 되나... 싶은데, 문득 든 생각이 있더라. 이제껏 살아오면서 귀찮다고, 혹은 신경쓰기 싫다고 생각한 일들은 아예 피해버렸다. 피하고 다른 일을 찾고, 피하고 다른 이에게 떠넘기고. 결국 나의 일인데, 내가 해야할 일인데, 피하고 남에게 넘기다보니, 결국 내가 할 줄 아는건 별로 없다, 라는 회의감이 들더라고.

모든 일의 결정은 결국 본인이 하는 것이다. 내가 먼저 섵부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주변인의 말에 귀를 귀울이고, 또 참고하여 좀 더 낫은 혹은 좀 더 심적으로 편안한 결정을 내리면 몰라도, 그 결정에 대해 행여나 잘못되면 남의 탓을 하고, 혹은 주변인은 상관없다는 식으로 혼자만의 결정을 하다가 실패를 하게 되면 결국 자괴감을 느끼게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그 상태가 바로 지금 내 현재의 상태이고, 우짜등가 이 난간의 극복을 하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우야등가 쥐새끼는 싫다. 다만, 평소 하지 않았던 어쩌면 하지 못할뻔한 생각을 하게해 준 것에는 고마워할 수 밖에 없다. 그나저나 저 넘을 어떻게 잡아 족치냐.... 으아아~

원문 포스트 : 2006/05/1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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