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손을 씻다'는 일과 신종플루... 그리고 사스.

우리팬 2009. 8. 2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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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씻다'라는 말은 말 그대로를 본다면 나름 재미난 말이다. 단순히 우리 신체의 일부인 '손'을 씻는다는 말이 될 수도 있고, 어떠한 일, 자신이 몸담았던 곳이나 주로 했던 일을 털고 그 곳에서 나올 때 역시 '손을 씻다'라는 말을 쓴다. 문득 무협지에서 쓰이는 금분세수(金盆洗手)[각주:1]라는 말도 생각이 나는구마이.

요즘 신종플루 때문에 '손씻는 일'이 이래저래 기사에 자주 나오고 있다. 손이야 원래 씻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지만, 아무래도 전염병이다보니 개인 위생 청결에 더더욱 신경쓸 수 밖에 없는 것. '손'은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에서 예민한 곳 中의 하나이며, 그러므로 우리 몸이외의 물체를 가장 먼저, 많이 접촉할 때 사용하는 것도 바로 '손'이다. 그러다보니 외부의 비위생적인 것을 가장 많이 만지게 되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는 가능성도 많아지며, 또 만약 자신의 '손'이 다른 물체에 전염병균을 옮겼다면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염병'에 대한 자기관리를 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손을 씻다' 일 정도.

꽤나 오래되었는데... (02년 말이나 03년 초쯤이라 기억된다) 해만 지면 휘황찬란한 중국 상하이의 와이탄(外滩)에 갔다가 도로변 상단 위에서 재미난(?) 표지판을 몇개 보게되었다. 문화인(혹은 교양인)이 되기 위한 상하이 캠페인 표지판 같았는데, 10개 정도 된 조항들 中에 '손 씻는' 운동도 있었다. (올림픽, 그리고 이제 다가오는 2010 상하이 엑스포를 위한 캠페인이라 생각되었다.) 잠옷 입고 돌아다니지 않기나 길거리에 침을 뱉지 않기 정도는 납득할만 했지만, 손씻는 것도 캠페인을 해야 할 정도냐... 라면서 솔직한 말로 중국의 위생에 대해 살짝 비웃음을 쳤다. 그러나 왠걸, 국제적 행사를 위한 캠페인이 무색하게... 중국에서는 02년 말부터 괴질이라 불리우던 전염병이 광동성에서부터 시작되더니, 불과 몇 개월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스(Sars)라는 이름으로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나는 그 시기에 중국의 우시(无锡)라는 중소도시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었다. 이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구체적인 일화는 지난 포스트로 대체하고.

전염병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신뢰마저도 뺏아버린다. 내가 개인적으로 '한국인'에 대해 실망했던 것도 바로 사스 때의 일 때문이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중국에 있던 한국인들은 귀국해선 안된다고 했던가. 심지어 중국에서 귀국한 딸을 둔 아버지가 회사에서 왕따를 당했던 일도 있었다. (사실 사스가 한창 유행 中일 때, 나는 한국의 언론보다도 기사에 달린 댓글 혹은 게시판 등을 자주 읽곤 했다. 차라리 아니보느니만 못했지만서도.)


앞서 언급한 중국의 손씻기 캠페인, 그리고 사스 때문은 아니더라도, 내가 중국에서 갓 어학연수를 시작하고 나서 생긴 습관 中의 하나가 바로 손을 자주 씻는 일이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한국에서는 사용해보지 않았던 일명 洗手液이라는 물건을 마트에서 발견했는데, 가격도 얼마 하지 않고, 또... 이걸 사용하게 되면 한국에서 챙겨간 비누를 조금이라도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꼼상 발상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편하잖우... 우리돈 천원대 가격에, 꾹 한번 눌러주면 일정량의 세정액을 손에 묻혀 많은 거품이 생기면 손을 씻을 수 있게 했으니...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재미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병적으로 손을 씻게 되었다. (이 洗手液라는 넘을 우리나라 마트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가격이... -_-+) 그냥 방안에서 노트북만 만지고 있는데도 한 시간에 세 네번을 들락날락 거렸을 정도였으니.-_-; 정말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그 洗手液이라는 넘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_-v 이때 버릇이 남아있는지... 지금은 욕실에 있는 비누로 손을 씻기가 귀찮으면 부엌으로 가서 일명 '퐁퐁'이라 흔히 부르는 주방용 합성세재로 손을 씻는데, 가끔 엄니한테 걸리면 혼나기도 한다.-_-+

올해 스승의 날 선물로 동생이 받아왔는데, 내가 슬쩍.-_-v DHC? 大学翻訳センタ의 약자이지비.

하여간 내가 아는 중국은 2003년에 몰아쳤던 '사스'의 영향 때문인지, 그 이후로 여기저기서 손을 씻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맥도날드나 KFC와 같은 패스트푸드점만 가더라도, 손을 씻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어린아이나 얘들을 챙기는 부모들도 보였고, 시외버스를 타고 가면서 들린 휴게소의 공중 화장실의 세면대 주변도 상당히 청결해졌다. 최근엔 내가 중국 현지에 간 일이 없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이 신종플루로 인한 사스때의 그런 공황은 없을 듯 싶다. 지난 사스 때 유동인구가 매우 많은 상하이는 발병자가 예상외로 많지 않았는데, 매일 아침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남방인들의 습관과 또... 이미 수년전 발병한 전염병으로 인해 전염병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이미 구축되었기 때문이라고 들은 적도 있다.

하여간 다시 우리나라의 신종플루 얘기로 돌아가서... 온다온다 했을 때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사망자가 생기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음모론에 관한 포스트도 읽어봤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타미플루에 관한 이야기. 제약회사의 횡포에 관한 것은 몇몇 영화에서도 본 적이 있다.) 앞으로 얼마나 퍼지든, 어떤 일이 발생하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같이 살아야죠.-_-+) 손은 병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주 씻고.~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지비.


손만 씻는다고 만사는 아니지만, 손을 씻으면 제대로 말려야 한다. 손을 씻고 닦는 수건도 그리 믿을만한 물건은 아니니.

  1. 흔히 무협물에서 쓰이는 어휘로, 무림인이 은퇴하는 의식을 말한다. 말그대로 금색으로 된 세수대야에서 손을 씻으면 이는 곧 무림에서 은퇴를 한다는 의미가 되며, 이후 어떠한 일이 있든지 간에 정사(正邪) 어느 곳의 일에도 신경쓰지 않고 은거를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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