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경 북

경주엘 다녀왔다.

우리팬 2009. 10. 27.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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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나와는 그닥 인연이 없는 곳이다. 그래도 '역사'라는 하나의 부문을 나름 취미로, 혹은 흥미거리로 살아온지가 20년이 넘었을 법 한데, 내가 알고있는 고대 국가 中에서 그닥 情이 아니 가는 나라가 '신라(新羅)'였기 때문이었을까나, 재작년 5월 즈음엔, 이 곳에서 알바 한번 허겁지겁 했다가, 소위 말하는 의뢰인에게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았던, '개박살'을 겪었던 적도 있었다. 난 아직도 기억난다. "경주에서 의자에 앉아, 한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달라." "이 사람들은 서울에서 한우 갈비살 1인분에 5만원짜리 먹던 사람이다. 왜 이 곳은 가격이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 ... 나는 이때 세상 사람들의 '부류'라는 것을 처음으로 체감, 실감했었다. 그런 경험을 줬던 곳 또한 '경주'라는 곳이었다. 수학여행 ... 혹은 학부때 일본 아해들과 무슨 교류회 한답시고 1박 2일로 술이나 진탕 마셨던 그 곳, 개인적으로 가기엔 경주 시내에서 교통비 허벌나게 깨진다고 정평이 나 있는 그 곳... 대한민국 관광특구, 난 어제 이 곳을 찾았다. 이제와는 다르게 드디어 내가 차를 몰고 다녀왔다. 다녀오니, 별거 아니더라.-_-+

물론 고대 국가의 유적 혹은 문물들을 잘 차려놓고 관광지로 부각시켜야 함은, 세계 어느 나라의 관광도시를 가더라도 흔히 있는 일이다. 아니, 어쩌면 옛날에 이 곳에서 뭐가 있었다, 라는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관광 자원들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 홀로 찾았던 경주의 모습은, 역사나 혹은 문화를 찾기에는 너무 허접했다면... 내가 오늘 술 한잔 마시고 음주운전으로 넘어간 것일까나.-_-;;;

톨게이트를 지나 6~7km를 달려야 그래도 경주 하면 안다고 하는 몇몇 '갈만한 곳'들이 나타난다.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반기는 것은 휴게소이며, 앞서 말한 관광지를 가기 위해 달리다보면 눈에 띄는 것은 죄다 음식점이다. 두부니, 수타 짜장면이니... 경주도 한우가 유명하다고 알고 있는 터인데, 사실 미리 찾아가지 않고서는 경주가 한우가 유명한 곳인지 알 도리가 없다. 내가 본 건 한정식 아니면 두부, 혹은 경주빵이 전부였다.


그래도 괜찮다. 관광지라도 가면 괜찮을 것을. 일단 그래도 유명한 석굴암부터 찾아가기로 했다. 이 곳 찾아가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남의 차 얻어타면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직접 차를 몰고 가보니... 산 위로 올라가는 꼬불꼬불 길들이 꽤나 신경 쓰였다.

(그래도 나름 진해의 안민고개, 부산의 이기대, 혹은 철마 산길을 두루 섭렵한 지라 나름 자신감을 있었건만.)

사실 따지고보면 이런 길은 험난함보다도, 뒤에서 따라오는 나보다 능숙한 운전솜씨를 보일 법 한 아저씨의 보챔(!)이다. 내딴에는 그 험난한 길을 4~50Km를 밟으며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내 뒤에 따라오던 그 포터 운전사는 뭐가 그리 바쁜지 뒤에서 바싹 뒤쫓아왔다. 막상 마지막이자 유일한 교차로에 다다르자, 나는 석굴암, 그 아저씨는 장항으로 가는 길었지만서도.-_-;

(사실 나도 초행길이라 좀 버벅됐소.-_-;;; 그리 어려운 길은 아니더니만.)

 


하여간, 올라갔더니 일단 주차비 내란다. 2,000원 줬다. 근데 이를 어째... 주차비 내고나니 마침 지갑에 현금이 없다. ㅠㅠ 3천원 들어있었나? 경주 도착하면 어느 은행이라도 들려서 돈 좀 뽑아놓을려고 했더니, 휴게소에는 은행 ATM이 아닌 1,300원 수수료를 자랑하는 기계다. 급한 마음도 없었고, 또 굳이 안 뽑아도 그려러니... 하면서 갔건만, 석굴암 매표소 언니야는 오로지 현금(!)만 바라더라.

(성인 입장료는 4,000원이다)

고로, 결국 석굴에 주차를 했지만, 안까지 들어가지도 못했다. 젠장, 석굴암 폐장시간이 5시 반이던가 6시인데... 내가 도착한 시간은 5시였다.-_-+ 그 시간이라도 찾아간게 어딘데... 괜히 일부러 화장실 가서 작은거보고 나왔다.-_-+ 뭐 그저, 아직 대한민국에선 '현금'을 필요로 하구나, 싶더라고. 도로비도 카드로 되는 세상에! -_-;

배가 고팠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터라. 어디든지 갈만한 곳은 많았으나, 가고싶은 곳이 그리 눈에 띄지 않더라. 현금 때문에 수모(?)를 당해서인지, 괜히 얼른 어디서든 현금을 뽑아 쓰고싶어진다. 그러나 결코 없었다. 일부로 보문단지까지도 가봤는데... 이리저리 찾아봐도 은행 표시는 보이지 않았다. 이를 어째... 경주 시내까지 들어가야 하나?-_-; 그래서 괜한 마음에, 딱 보이는 힐튼 호텔 근처, 자전거 빌려타는 곳의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네비를 한번 찍어봤다. '경주 시내'. -_-;;; 아무것도 안 나온다. 고로... 그냥 우리집을 찍어버렸다. 에라이~ 고마 휴게소 밥 먹자. 확실히 경주는 나랑은 안 맞는 곳이다. 이전에 그래도 5명이서 60만원치 밥 먹은 적도 있으니... 굳이 이 곳에서 내 돈 써가며 밥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더우기나... 집에 가는 길에 '언양 휴게소'가 있다. 행여나... 거기 휴게소가면 언양 불고기라도 있을지 누가 아냐.-_-+

(경주 가는 길에는 언양 휴게소를 그냥 지나쳤다.)


경주 도로는 확실히 드라이빙 하기는 괜찮은 곳이다. 정말 차가 별로 없더라.

(물론 시내에는 아니 들어갔지만서도)

차가 별로 없다는 것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불법 주정차에, 불법 U턴이나 신호무시... 뭐 그냥 그려러니.-_-+ 경부고속도로 타고 나와서 결국 언양 휴게소에 갔다. 눈물을 머금고 1,300원 수수료를 물리면서 현금을 손에 쥐었다. 아, 이제 세상만사 두려울 것 없다. 막상 뭐 좀 먹을려고 했더니, 언양 휴게소에 불고기 없구먼.-_-+ 소머리 곰탕 세트까지는 본 것 같다. 근데 그닥 땡기지 않더라고. 3,500원으로 적혀 있는 육계장 하나 가뿐하게 먹고 갈려고 했더니, 막상 계산해보니 공기밥 1,000원도 추가다.-_-+ 또한 밑반찬들도 죄다 돈을 받고 팔고 있었다. 우짜겠누... 500원이라는 거금을 들려 깍두기 하나 달랑 시켰다. 그러니... 5,000원 주고 일반 식당에서보다는 허덥한 육계장 한그릇 한 셈이다. 내가 휴게소 밥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랬구나.-_-+


밥 먹고나니 집에 들어갈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뭐이 대댄한 곳이길래 집에서 100km 떨어진 곳에 있었으며, 그렇다고 막상 100km 왕복 200km를 달려와서 내가 뭘했나... 자책하기 시작했다. 아, 차라리 처자 대접 작업용으로 썼으면 썼지, 뭔가 의미를 부여하거나 혹은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엔 확실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때 알바 당시 내가 통역해줬던 중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나. 한국인한테나 역사 따져가며 신라라는 고대 국가의 의미를 돌이켜가며 뜻을 만드는 것이지, 사실 외국인이 봤을 때... 그리 매력적인 관광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인들한테는.-_-;;; 열심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석굴암의 의미,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 얘기를 해봤자, 그네들은 그닥 의미깊게 생각치 않았던 것 같다. 아, 딱 하나... 해가 뜨는 곳, 동쪽을 바라보고 있구나... 정도를 의미있다고 생각한 듯. 석굴암 관광품 파는 매점에서... 이런저런 염주들을 봤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좀 글쎄요~ 싶다.-_-+

(언젠가, 내가 봤던 어느 TV프로에서 경주의 관광상품이 너무 획일화되어 인기가 없다, 라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중국에 있을 때였으니까 몇년전인데... 하여간 KBS에서 봤던거다.)

석굴암이 원래 절(寺)로 시작한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 모습보고 염주 사갈 사람이 있을까요... 있긴 있겠...지요?-_-;;;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대게 고속도로에서도 어지간하면 8~90km 밟고 간다. 왜... 7~,80km가 가장 연비가 좋다미.-_-;;; 바쁜 일이 있으면 몰라도... 그런 일이 없을 경우엔 그냥 대강 차선 잡아다가 내가 가고싶은 속도로 가버리는데,

(물론 뒷차 눈치는 봐준다. 그래도 140km까지는 밟아본 전력이 있는지라-_-;)

집으로 돌아갈 때만큼은 정말 빨리 돌아가고 싶더라. 경주 괜히 갔다...라는 생각과 함께 120km까지 밟으면서 나중에 행여라도 내가 알고지냈던 외국 아해들, 그 지인들이 한국에 오면 내가 경주에 데려갈 수 있을까나, 라는 생각을 했다. 글쎄요... 싶다. 그런데 경주가 이래봐도 대한민국 관광특구다. 이 곳에 있는 대한민국 국보가 몇개냐. 근데... 나도 가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데, 내 친구들은 어떤 생각이 들지 안봐도 비디오다.

아, 선덕여왕 촬영지...라고 적힌 표지판을 봤다. 일종의 광고다. 뭐, 괜찮다. 아니, 그 드라마 찍은 곳이 고마울 정도다. 근데, 이 말고도, 뭔가 색다를 아이템으로 대한민국의 고대 국가를 좀 더 알릴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경주'라는 도시를 알렸으면 한다. 백제든, 고구려든. 아니면 고려든 조선이든... 뭔가 특이한 것으로, 뭔가 상품화 할 수 있는 무언가로 우리도 '역사'를 빌미로 돈 좀 벌면 안될까나. 선덕여왕... 글쎄요, 어디 우리나라 사극이 언제 한류탔던 적이 있었던가... ㅎ 타는게 문제가 아니라, 중국같은 나라에선 받을 생각도 안 할 법 하지요.


오늘 경주 갔다오는 길에 가장 의미깊었던 것은 교통사고 현장이었다. 화물차에 SV가 박은 것이었는데... 화물차 뒤따라 갈 때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화물차는 그대로인데, 뒤에서 박는 일반차들은 앞유리부터 박살나서리 그 모습이 참혹했다. 차를 몰면, 도착하는 시간도 중요하겠지만, 조급함과 안일함으로 인해 생기는 사고를 절대 간과해선 아니될 터이다. 안전 운전 합시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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