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北 京

10년만에 만난 중국의 침대기차(卧铺,워푸)

우리팬 2016. 10. 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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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의 학업생활을 06년에 끝냈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吴군의 고향인 江西 贵溪에 가기 위해 南京에서 탔을 때가 마지막이니까 10년이 맞다. 그렇다, 10년만에 그 추억어린 워푸(卧铺) 기차를 탔다. 그래도 지금은 학생이 아닌, 밥벌이를 하는 직장인이라 업그레이드가 된 软卧 정도는 탈 것 같았는데, 국경절(国庆节) 연휴라고... 8월말에 이미 표가 동나고 없었다. 결국 할 수 없이 학생때 세네번 타봤던 硬卧를 탔지비. (학생때는 硬卧와 软卧 가격이 2배로 비교를 했는데, 이제는 软卧와 비행기 편도 가격이 2배...더라고.ㅠ) 하여간 장장 19시간을 기차를 타야 생각한다니, 그 지긋함과 동시에 학생때의 아련한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과감하게 시도, 결국 2016년 10월 2일, 나는 北京站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용하기 싫은... 北京站!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정오가 지난 시간의 기차였던지라, 미리 점심을 먹고 탈 수 있다, 라는 계획을 가졌는데... 역시나 北京站에는 그닥 먹을만한 것이 없었다, 라는 점. 그리운 北京南站이여.-_- 3년전에 내 인생 처음으로 중국의 호남성(湖南省)으로 갈 때는 高铁(고속철)을 타고 갔었다. 그 6시간 반을 앉아서 가는게 재미도 없었기고 지겹기도 했지만... 표를 못 구했다는게.ㅠ 역시, 직장인에게는 시간이 곧 돈이다. 떱. 암튼, 도착시간이 좀 애매하기도 해서리 일단 점심도 거르고 바로 기차를 기다렸다는 것.

 

 

아저씨... 정말 힘 하나는 -_-v

 

 

이 녹색 기차를 몇년만에 타보냐고요...-_-

 

중국의 기차역을 오고가면서 관심도 아니가졌던 小红帽 (빨간모자) 아저씨. 짐 하나당 20元을 주면 알아서 기차 앞까지 짐을 들어다주는데, 이번에 이 아저씨들을 이용하면 굳이 줄을 서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플팻폼에 아니 들어가도 되는 것을 알았지비. 이 아저씨 따라서 다른 출구를 통해 기차를 탑승하러 나가더라고. 짐 맡겨놓고, 현금 건내고... 짐을 맡긴 다른 이들과 함께 이 아저씨 뒤를 졸졸 따라갔지비. 덕분에 줄서서 표검사 하는 시간을 아꼈다는 것.

 

 

상중하(上中下铺) 로 되어 있는 침대 구조도 여전했고...

 

 

下铺가 아닌 中铺와 上铺 승객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랑 조그나만 탁자도 예전 그대로.

 

일단 내부 구조는 10년전과 변한게 없었다. 기차 탑승 때에 승차표와 침대 자리카드(?)와 교환하는 것도 여전했고. 그래도 몇번 타봤다고 10년만에 탔지만 매우(!)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짐도 챙겨집어 놓고 했었지비. 학생 때는 이 卧铺에서 워낙 도난을 당한다는 얘길 들어서인지, 캐리어라든지, 혹은 메고간 배낭에도 자물쇠를 달고 했는데... 지금은 뭐, 중국생활 짬밥이 얼만데... (사실 나를 외국인으로 보는 사람도 없고.ㅠ) 지갑, 핸드폰, 노트북 정도만 내가 따로 챙기고 다른건 다 짐칸으로...

 

무려 19시간이다. 정오에 출발해서 다음날 7시 정도 도착이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같은 칸에 있는 사람들이 잡담이라든지, 이래저래 수다를 떨어서인지 그리 낭만스러운 기차여행은 아니었지비.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밥.먹.자.

 

 

나이가 들어도 컵라면 中에선 이거만한게 없더라고.

 

막상 라면에 물을 붓고, 전날에 산 김치를 꺼내놓고 보니까... 찬밥이 아쉽더라고.ㅠ 딱 좋잖아. 허나... 이번에는 김밥님께서 같이 동참해 주셨다는 것! 나름 든든하게 밥을 먹고나니 이제서야 기차여행, 거대한 중국 내륙에서의 빨빨거림이 시작이 되더라고. 창밖도 보고, (사실 볼만한 건 없지만) 또 도착역 전에 안내 방송으로 어느 역에 다 왔는지도 듣고 그랬지비... 河北 真定 이라는 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그 동네가 고향인 애한테 내 위치도 문자로 하나 보내주고... - 이 곳이 삼국지 조자룡의 고향 상산(常山)이다. - 石家庄을 거쳐 河南도 진입을 하고... 许昌, 郑州 를 지나갈 때까지만 해도 나름 기차여행을 만끽을 했으나... 슬~ 지겨워지기 시작, 이젠 뭘 해야하나...?

 

 

 

 

정차역이 나올 때마나 밖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끽연도 좀 하고... 했는데, 결국 자리로 돌아와서 야간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사들고 온 잭 다니엘과 콜라를 꺼내어서 마시기 시작했지비.-_-v 이 卧铺는 밤 10시가 되면 실내 소등을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다. 고로 얼른 마시고... 취기가 돌면 침대 위에 올라가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든지, 이번에 새로 획득한 킨들로 책을 읽든가, 아님 DB 자든가, 하기로 했지비.ㅎ

 

 

저 탁자에 올려진 밀감은 내 것이 아니다.-_-;

 

간만에 잭다니엘을 사면서도 과연 다 마실 수 있을까... 했는데, 지루한 기차는 이걸 또 가능하게 해준다. 한편으로 수다를 떨면서, 창밖도 보면서, 결국 다 마셔버렸다는 것.-_-v 그리고 침대에 올라 노트북을 꺼내어 영화도 한편 봤다.

 

 

上铺도 예전과는 다르게 그리 갑갑하지는 않더라고. (술탓인가?) 일단 백만년 전에 다운받아놓은 '쇼생크탈출'을 틀어보기 시작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 내 Kindle 안에 이 영화의 원작소설인 스티븐 킹의 '쇼생크탈출'이 있는 것이 생각나서리 책으로 읽어나갔지비.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역시 수면을 위해서는 책이 최고인가?-_-) 눈을 떠보니 어느새 湖北를 지나 湖南 안까지 들어왔더라고. 长江을 기차로 건너는 그 느낌은... 참~ 이것 때문에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하여간 19시간이라는 시간, 10년만에 탄 硬卧 기차여행은 마무리가 되었고... 1,500km 라는 먼 길을 왔으니, 얼른 내 갈 길(?) 찾아갈 준비를 했지비. 남방의 아침공기는... 역시 北京과는 비교할 수가 없더니만.ㅠ

 

 

湖南 맞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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