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北 京

2017년 마지막 날, 北京과의 추억여행을 떠나다.

우리팬 2018. 1. 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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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국땅 그리고 北京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96년이다. 당시 겨울방학을 맞이해서 사설학원을 다니느니, 어학연수를 보내주세요~ 라고 엄니께 말했고, 어차피 한국에 있어봤자 술판으로 얼룩질 방학이니 차라리 술을 마시더라도 다른나라 가서 마시는게 안 낫겠슴까~ 라는게 부연핑계였다.-_-v 당시만 해도 중국이라는 나라가 아직은 한국사람들에겐 수교한지 몇년 안된, 생소한 공산주의 국가 정도로만 여기고 있을 때여서, 아마도 엄니도 설마 이 넘아가 공산주의 국가까지 가서 술판을 벌이겠는가, 라고 의심을 하지 않으셨을까 싶다.-_-; 하여간, 96년 여름방학때 台湾 文化大学 어학연수를 준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겨울에는 좀 더 신중하게, 그리고 나 홀로 독고다이가 아닌, 당시 중국어에 한창 빠져있던 경영학과 언니(!)를 사부자기 참가시켜 같이 건너갈 준비를 했다. 마침, 운이 좋았던 것이 졸업생 선배 중에 유학원에서 일을 하던 누나가 있었고해서, 별다른 장애없이 돈만 주면 가는 식(?)의 단기 어학연수를 갈 수 있게 되었다.


北京大学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어학연수였다. 말그대로 돈을 버리고 왔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준비/계획도 없었고, 또 北京에 머무는 동안에도 제대로 수업을 들어가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나마 남들이 하는 辅导(개인과외)도 제대로 된 중국어 수업이 아닌, 내 맘대로 중국 역사책 사다가 北京大学 불문과 학생과 수다 떠는걸로 시간을 떼웠으니.ㅎ 게다가 당시까지 평생 따뜻한 남쪽나라 부산에서만 살았던 내가,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북쪽땅의 추위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보니 감기도 심하게 걸려서 항상 겔겔했고, 공용 세면/화장실은 왜그리 불편한지, 이것저것 갑갑했던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당시 같이 수업을 듣던 형/누나들은 무슨 한국에서 간간히 전화가 오던지, 전화 한통 올 곳이 없던 나는 더욱 더 외로움에 치를 떨어야 했던 것.ㅠ 결국 귀국 3주 정도? 남겨두고부터는 향수병까지 걸리게 되어 매우 반가운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北京 前门


그리고 00년에 다시 北京을 찾았다. 이때는 짬밥도 좀 있었고, 또 학교에서 단체로 간 어학연수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후배들과 나름대로 재미나게(?) 6주를 보낼 수 있었다. 그렇다, 재미나게 보냈다는 것이지 절대 제대로 보낸 어학연수는 아니었다. 사실 따지고보면 인생을 살면서 소위 중국 어학연수라는 것을 3번을 했었는데, (단기2, 장기1) 제대로 어학연수를 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뭐가 그렇게 핑계댈 것이 많았는지, 혹은 뭐가 그리 잘났는지 교실에 앉아서 책보고 문제풀고 선생님의 답답한 수업에는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되려 서점에서 사온 책이나, 노래 테입이나 CD안의 가사집을 보면서 사전 찾고 했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그렇다, 간단히 말해서 한국에서 해도 될 짓을 중국땅에서 했던 것이고, 중국에 온 것은 단지 책이나 노래와 같은 부가물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지금이야 그래도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있다보니, 원한다면 얼마든지 굳이 돈을 쓸 필요도 없이 구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당시엔 그랬다. 그렇다 이또한 쓰잘데기없는 핑계일 것이다.


하여간... 별거 아니게 보낸 96년 겨울, 그리고 00년 여름이었지만.. 내 나름대로는 추억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언제나 가슴속/머리속 어디엔가 놓아두고 살았고, 언젠가는 그때 그 곳을 찾아가보겠다, 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우째... 잘 안 가지더라고. 14년 2월부터 16년 3월까지 北京에서 직장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기만 했지 가지도 못했다, 이 말씀이지.-_-; 사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참 웃긴다. 내가 남기고 싶은 것만 남기기 때문에, 더불어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기 나름이다. 벌써 20년이 지난 일들 中에,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들이 얼마나 되겠으며, 그 당시의 사람들이 얼마나 남아있겠는가. 그러나 예전의 장소는 그 모습이 변해있을진 모르겠으나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래서 떠났다. 무작정 떠났다. (Feat. 17路 버스 & 2 北京 2호선 지하철)


대강의 일정은,  


宋家庄-打磨场-前门-和平门-魏公村-北外-中央电视塔-公主坟-西单-东单-宋家庄


이 정도. 별거아닌 여정인데... 참 많이 걸었다. 쓸데없이 많이 걷는 스타일인지라, 목적지는 있었지만 목적지 뿐만 아니라 주변에 호기심이 드는 곳은 다 찾아 들어갔고, 또 예전의 기억과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곳에선 잠시 묵념(?)까진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잡상에 빠져보기도 했었다. 이런저런 사진도 많이 찍고싶었지만, 그게 또 잘 안되더라고.ㅠ 난 단지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일 뿐이라옹.-_-;;; 이런저런 사진을 업로드 시킬려다가, 그냥 간단하게 Quik 이라는 앱으로 동영상으로 묶어서 하나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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