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경 남

혼자서(!) 심야(!)영화 보러가기.

우리팬 2009. 10. 2.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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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떤 글에서 이런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 그냥 말장난 삼아 쓴 글이려니... 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그 中에는 내가 아직 해보지 않았거나, 혹은 해봤자인 것들, 심지어 그딴걸 왜 하냐... 하는 항목들도 있었다. 별 생각없이 그냥 그려러니... 했는데, 그 항목들 中의 하나를 요 몇일 전에 몸소 실천에 옮겼다. 바로 '혼자서 심야영화 보기'였던 것.

새벽 12시 넘어서의 경성대 정문.

별다른 이유는 없다. 다음지도의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이 되었고, 영화 예매권을 한장 얻게 되었는데, 마땅히 줄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같이 영화를 보러 갈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다.-_-+ 11월 30일까지... 였는데, 그때 즈음이면 무료예매권이 있다는 것도 잊을만큼 정신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후다닥 생각난 김에 속시원히 해치우기로 했고, 또 이제껏 혼자서 영화관을 찾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사실 따지고보면 영화관에 간 횟수도 얼마 되지 않을터이다.) 사람이 적은-_- 심야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껏 심야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던 이유는, 대중교통만을 이용했던 나로써는 교통편이 끊기는 시간에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이었다.-_-; 뭐, 겸사겸사지비.

경성대 앞 사거리.

일정은 단순했다. 적당히 시간을 맞춰서 차를 몰고 나가, 잠시 朴군의 집 근처에 가서 커피 한잔마시고 얘기 좀 하다가... 영화관 가서 영화보고 바로 귀가하는 일. 그러나, 그는 허약했다.-_-+ 3,40분 정도 얘기를 하다가 결국 이른 시간에 영화관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12시 30분 상영에... 나는 11시 17분에 영화관 주차장에 도착을 해버렸다.-_-; 뭐 어쩌겠수... 기다릴 수 밖에. 그냥 기다리기도 뭐했고, 또 마침 허기가 져서... 살포시 밖으로 나가 밥집을 찾았다.

경성대 부근은 소시적부터 상당히 익숙한 것이다. 고등학교도 그 근처였을 뿐만 아니라, 동네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까운 지인들과도 종종 찾아 익숙할 수 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근데... 근데 말이다, 정말 이 동네 '밥집'이라고 할만한 곳이 없더니만.-_-; 온통 술집이다. 물론 고기집이나 닭집 같은 곳에서도 허기는 채울 수 있지만서도, 酒가 主인 곳이 대부분이다보니, 걸어서 20여분을 걸어가서야 겨우 국밥집 한 곳을 찾았다. (햐~ 이 동네는 6살때 내가 다녔던 유치원이 있는 곳 부근인디.)


이 국밥집 참 특이했다. 어지간하면 이런 문구 걸어놓고 장사를 하기가 힘든직한데... 그래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됐다. 대학생은 물론이고, 근처에 대연시장이 있어서 별에 별 사람들이 다 오고가는 곳이다. 대게 술집에서는 별에 별 일들이 다 일어나곤 하는데, 차라리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대에 술을 안 팔아버리면, 또 장사하기가 수월할 것이 아닌가. 뭐, 정확한 사연이야 사장 아저씨가 알고있겠지만서도. 하여간 정말 간만에 배부르게 국밥 한그릇 땡기고... 다시 온 길을 돌아갔다. 시계가 12시가 넘었는데, 여전히 활기찬 분위기, 이제서야 택시를 내려 사람들이 모여있는 호프나 술집으로 들어가는 아낙네들... -_- 뭐... 그럴 때도 있지 뭐. ㅋ

글고보니 공짜영화 본 것도 첨이구마이.

시간이 얼추 맞아 영화관으로 올가가서 예매표를 좌석표로 바꾸었고, 드디어... 드디어-_- 설마 했던 짓거리, '나 홀로 심야영화 보기'를 단행했다.-_-; 처음엔 솔직히 뻘쭘했다. 게다가 내가 택한 영화도 정말정말 혼자보기엔 청승맞는 멜로물이었으니.-_-+ 같은 상영관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이 커플이었고, 여자들끼리 온 사람들이었다. 어랏! 나 말고도 혼자 온 남정네가 있더라고. 방가방가-_-; 영화는 시작되었고... 뻔한 스토리 같지만, 아무래도 예매율 1위라는 것에 현혹되어 택한 영화 '내사랑 내곁에'는 상영되기 시작했다.

영화 시작. 영화가 상영되면 카메라 촬영은 삼가해야 합니다.-_-;

영화에 대해선 그리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 분명한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영화는 보고도 그리 감동을 준다거나, 혹은 감흥이 남는다던가, 혹은 기대치만큼 기대를 만족시켜주는 영화는 아니었다. 대강 영화보기 전에도 알 수 있지만, 병에 걸린 남자 옆에 극직히 보살펴주는 여자가 있으며, 둘 사이가 좋았다가 나빴다가 결국 남자는 세상을 떠난다...가 영화의 대강이다. 이걸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문제인데, 사실 이 영화감독이 '너는 내 운명'이라는 영화의 감독이라는 것을 알고있어서인지, '그때만 못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_-; 그나마 좋은 기억은 역시 김명민, 하지원 만세~ 정도.-_-+

심야영화다보니 널널한 좌석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앞에, 그리고 가장 중간에서 나 홀로 영화를 보자니... 처음에는 쪼까~ 뻘쭘했지만, 이내 금방 편해지더니 쉽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너무 집중해서 봐서인지... 이런저런 장면들의 세세한 면들까지 보게 되었을지도 모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영화 자체를 보기보다는, 어떻게 부족한 부분만 눈에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박진표 감독의 작품인 '너는 내 운명'이나 '그 놈 목소리'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데... 이 영화도 그랬을까, 하는 의문감도 든다.

영화가 끝났다. 나가야 한다. 그렇다. 1등으로 나갔다.-_-v 이유인즉, 영화 티켓으로 주차시간이 3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을 초과해서 부리나케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근데 왠걸... 주차장 관리인 없던데욤. 그리곤 뭐... 엑셀 밟고 집으로 돌아왔지비. 담에 또 혼자 심야영화 보러 갈 일이 있을까... 생각을 해봤더니, 그리 할만한 짓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정도. 고작 2시간짜리 영화 한편에 그리 메달리는 성격도 아니니... 정말 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영화가 나타난다면 그때 혹시나 혹시나 시도해볼지도 모르겠지비. 아니, 혼자가기 보다는 누구든 납치해서-_- 같이 가야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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