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人緣

은둔Ⅰ.

우리팬 2007. 6. 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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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활짝 피어있는 것만이, 또 달은 구름 한 점 없는 것만이 볼만한 것일까?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달을 연모하고,
발을 쳐놓은 방에 들어 앉아서 봄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모르는 것도
역시 은근하게 정취가 깊은 것이다.
금방이라도 피어버릴 것 같은 벚꽃가지,
꽃이 져서 시들어 버린 정원 등이 한층 더 볼만한 것이 많다. (중략)

매사에도, 처음과 끝이 멋이 있는 법이다.
남녀간의 연애에서도, 그저 만나서 정을 맺는 것만이 멋있는 일일까?
정을 맺지 못하고 끝나버린 아픔을 생각하고,
덧없이 끝나버린 짧을 만남을 한탄하며,
기나긴 밤을 그리운 님도 만나지 못한 채로 홀로 지새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님을 생각하며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황폐해져 버린 집을 바라보며,
님과 함께 사랑을 속삭이던 그 옛날을 그리워하면서 반추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후략)

출저 ; 吉展兼好(1283~1350)의 '徒然草'(137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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