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야구는 야구일 뿐. 딴따라들 그 인기에 '편승하지 마라.'

우리팬 2008. 9. 20.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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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지 않게 되었다. 않게 된 것이라기보다는 볼 수가 없었다. 버라이어티, 버라이어티를 강조하며 남는 것 없는 시간떼우기 외엔 아무 것도 전해주지 않는 연예인들의 쑈, 그리고 또 언젠가부터는 '무한도전'을 필두로 '리얼'을 장착한 버라이어티들이 설치고 다니는데... 말이 리얼이지, 그냥 방송과 실생활의 구분 단계를 좀 더 애매하게 정해놨을 뿐으로, 결국에는 쑈다. 그런 쑈가 눈에 거슬리기까지 했다. 아무리 리얼을 강조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해당 프로그램의 PD나 작가들의 공모가 아닌가.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PD와 작가가 출연하는 연예인 못지 않게 심심치 않게 내용상 끼어든다는 점이다. 시키는대로 하는 주제에, 왠 리얼?-_-;;; 차라리 '체험 삶의 현장'이나 가라.

사실 내가 보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이래저래 깔 생각도 없다. 자유 민주주의 아닌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프로그램이 아직 존재하는 것이고, 또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나 스탭들 역시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던가. 대신에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리얼' 너무 강조하지 마시라. 눈에 뻔히 보이는 가식, 처음에는 신선할지 몰라도, 시청자들 역시 바보가 아니다. 이런 시청자가 있으면 저런 시청자가 있기 마련이다. 나 같은 사람은 식상해하고, '리얼' 아닌거 다 티가 나는 것이 보이며, 심지어 얘들 무슨 주문 외우듯이 프로그램 명칭을 울부짖을 때면 짜증까지 난다.

어제는 919 사직대첩이 있던 날이었다. 8년만에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는 흥분은 부산 전체를 떠들썩 하게 했으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더불어 3위보단 2위로 진출하자는 욕심이 자연스레 생긴 것이 롯데팬, 아니 적지 않은 부산 시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또 좀 더 욕심을 내자면, 84년, 92년의 영광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멀게 보이지만, 그런 기대감으로 이번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 후, 어떤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롯데가 가을에 야구를 하니,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야구에 대한 롯데팬, 아니 부산팬들의 마음은 세계 어느 나라 스포츠팬들과 견주어와도 손색이 없다. 꼴리건이라 불러도 좋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솔직히 우리나라 월드컵 4강 올라간 것보다 롯데가 이번 시즌에 4강 올라간 것이 훨씬 기분 좋으며, 솔직히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보다 더 바라는 것이 롯데의 코리안 시리즈 우승이다.
 
암튼, 얘기가 길어졌는데... 나뿐만 아니라, 사직구장을 찾거나, 혹은 집에서 롯데 야구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이런저런 롯데 야구에 대한 개인사를 모두 가지고 있을터이다. 평소에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도 어릴적부터 줄기차게 관심을 가진 것이 프로야구 아니, 롯데 야구이다. 꼴데든 좆데든 지난 몇년간 그렇게 우리끼리라도 욕을 쳐하면서도 그래도 야구는 롯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인지 8년만의 恨, 그리고 이번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이 타팀 팬들에 못지 않다는, 아니 더더욱 크다라는 것 은 매번 언론에서도 떠들어대지 않았던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이기는 야구보다 더욱 바라는 것이 신명나는 야구, 팬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쉬게하고 흥분을 유발시키는 경기로, 이렇게 되면 한 경기, 한 경기에 눈을 뗄래야 뗄 수가 없다. 누가 야구는 지겹다고 했는가? 그건 야구의 재미를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은 이번 시즌 어떤 경기보다도 중요한 경기였다. 두산과의 경기 결과에 따라 가을야구에 2위로 올라가는지, 3위로 올라가는지가 거의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또한 3연전에서의 첫 경기의 중요성 또한 가지고 있다.) 4강까지 올라가는 가을야구에서, 3위와 4위는 별 차이가 없지만, 2위와 3위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가급적 2위로 올라가는 것이 행여나 모를 코리안 시리즈 우승으로 향한 발판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역시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가을에 야구만 하자, 고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겨울야구까지도 바라고 있다. 뭐, 당연한거 아닌가. 그런 절대절명의 3연전, 그것도 첫경기... 저녁 6시가 넘자, 당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봐야지... 봐야지... 야구장 가고싶지,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틀리겠지만, 경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야구장이 아니라 TV로 야구를 관전하는 것이다. 캐스터나 해설위원도 있지만, 좀 더 야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장점, 그리고 현실적으로 사직구장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인파... -_- 수많은 인파에 끼어 같이 응원하고, 야구를 즐기는 것도 좋은 일이나, 또 사람들에게 치여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그냥 맘편하게 집에서 경기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런데 말이다...

뜬금없이 MBC ESPN 카메라에 몇몇 연예인들과 스탭들의 모습이 잡혔다. 중앙지정석인가? 암튼,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변의 자리는 비어있고, 촬영하는 하는 모습이 보였고, 또 보안요원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하는 왠 아저씨의 모습도 보였다. 나름 흥분한 캐스터와 또 못마땅해 하는 허구연 해설위원, 올해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안다, 그 한자리 한자리가 얼마나 소중한데... 저네들이 아무리 돈을 내고 들어왔고, 또 롯데 관계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촬영하는 것이라지만, 매진된 경기에서 빈자리가 없어서 계단에 신문지를 깔고 보거나 혹은 서서 봐야하는 관중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한 것인가? 자신들의 프로그램들을 위해 롯데야구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끼어든 그들의 모습은, 짜증나다 못해 가증스럽기까지 했다. 정말 너네가 리얼을 추구하는 예능프로그램이라면, 사람들과 다 같이 어울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같이하며, 같이 야구를 즐기는...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하는게 아닌가? 너네가 무슨 귀빈이냐? 국가 VIP냐? 아님, 미국이나 일본의 야구협회 관계자냐? 너네 프로 찍는게 야구와 관계라도 있냐? 야구장 흥행과 조금이라도 상관이 있냐는 말이다. 이건 도의상의 문제가 아니더냐.

1박 2일 프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그래도 간혹 채널을 돌리다가 잠시나마 띄엄띄엄 본 적이 있는데, 저네들이 직접 차량으로 이동할 때 휴게소에 들려 사인회 한답시고 사람들이 우~ 몰려다니니까 좀 우쭐해진 모양이다. 너네 팬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사직구장을 찾은 롯데팬들은, 그리고 집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에겐  그냥 너네들도 그냥 야구장을 찾은 일반 관중일 뿐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시도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생각을 했다면, 그리고 설령 스탭들이 하자, 라고 해도 항상 운동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강호동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한번쯤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더냐? 아무리 같은 경상도 사람이라지만, TV에 나와서 어줍잖은 표준어에 같은 경상도 사람까지 짜증나는 톤의 경상도 사투리를 남발하는 우리 강호동씨가, 그렇게 운동인이라는 점을 들먹여 몇년째 아니 어쩌면 연예계 생활이 끝날 때까지 우려먹으실 분이, 그 정도도 생각 못한단 말인가? 프로경기에는 선수, 그리고 관중이 주인인 것이다. 너네끼리 그렇게 쑈를 하고싶었다면, 애초부터 사직구장에 있는 VIP룸에서 쇼를 해야되지 않았겠냐는 말이다. 허구연 해설위원의 말이 딱 맞다. 정말 간만에 찾아온 야구붐이라는 인기에 편승한 그들이... 당췌 왜 거기에 앉아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촬영을 위해 주변 자리까지 독식한 채로.

그래도 야구나 보자, 카메라도 경기 중 다시 그쪽을 잡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또 발생했다. 이것들이 관중석에서만 쑈만 하고 갈 줄 알았더니, 5회말이 끝난 휴식타임에 기어나와서 너네들끼리 또 쑈를 하는거다. 뭐 프로야구 경기 도중, 시구자나 초청된 유명인이 클리닝 타임에 나와 잠시 팬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공연을 하는 일이 있을 순 있다. 나도 아니본 것도 아니지만, 선수들이 기다려야 할만큼 긴 시간동안... 당췌 나와서 뭘했는지도 모르겠다. 노래 한곡에 춤 춘거?-_- 그게 서비스더냐? 애초에 경기장 사람들이 없거나, 붐을 조성하기 위해 그런 서비스를 했더라면, 두손 들고나가 환영하겠다만, 주말 경기 매진에, 롯데팬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두산과의 일전에서... 그렇게 자신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싶었나 보다. 꼭 저네들이 국민프로라는 착각에, 너네들이 꼭 이 경기를 더 띄운다는 자만심까지 가진 모습이었다.

그래, 소위 운동인이라는 강호동에게 물어보자. 그대가 천하장사 한다고 열심히 피땀 흘렸을 때, 중요한 경기를 앞둔 바로 그 전에 왠 연예인들이 공연한답시고 시름판에서 설치고, 당신은 대기장소에서 기다려야만 했다면... 기분 좋았겠느냐? 아니, 기분을 떠나서 시합에 집중할 수 있었겠느냐, 란 말이다. 운동선수라메? 천하장사 몇번했다고 그렇게 우려먹는 사람이, 같은 운동선수들의 마음을 왜 못헤아렸다는 말이다. 사실 클리닝 타임의 공연은... TV로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워낙 짧은 시간이고, 광고 몇번 돈 사이 끝나기 마련인데,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경기 속개가 기다려질만큼, 질질 끌어가며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고 있더라. 버라이어티 진출한답시고, 거기 콩고물이 더 많은지, 본분에는 소흘하고 계시는 분들이 거기서 촐랑대고 있으시는걸 보니까 참으로 가관이었다. 1박 2일 프로그램에서 초딩초딩 단어가 들리더니만, 정말 초딩같은 짓거리를 하고 만 것이다.

보면서 딱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 경기, 만약 롯데가 지면... 1박 2일은 성토가 되겠다고. 스포츠 경기는 결과로 말해주기 때문에, 왠지 찜찜한 마음이 들었고, 역시나 그 기나긴 클리닝 타임 후, 롯데에겐 그리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남들은 뭐라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고초(?)를 겪더라도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프로선수다. 그래서 거기에는 이의를 내세우긴 싫다. 비록 연장에서 5:6으로 역전패를 당하긴 했으나, 박빙의 경기였고, 경기 내용도 만족한다. 다만, 경기가 끝나고 나서의 기분 더러움은 아직도, 여전히 남아있으니...

1박 2일 출연자 및 관계자들, KBS 사장이 바뀌더니 자기네들도 바뀌고 싶었는가보다. 시청자~ 시청자~ 그렇게 들먹이며 별 쑈를 다하시더니, 결국 사고를 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들의 짓거리를 허용해준 롯데 프론트도... 한동안은 비난과 질책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그 딴다라들 없어도, 롯데팬들은 얼마든지 롯데응원하고, 사직구장 찾습니다. 부디 앞으로는,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이 없길 바라며.

이래저래 이미지를 가져다와 포장하고 싶지만, 그 딴따라들 꼴도 보기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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