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日 本

일본의 맥주 자판기에 얽힌 간단한 추억거리.

우리팬 2009. 5. 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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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말 자동자판기의 나라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곳곳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자판기를 볼 수 있으며, 그 종류 역시 상당히 다양하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담배라든지, 과자류, 음료, 그리고... 먹거리들까지. 내 눈으로 본 것만해도 상당한데, 그것 역시 일부분이므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 그 中에서 괘나 많은 인연을 가진 자판기가 있었으니... 바로 담배와 맥주 자판기였다.

군입대 하기 전에 마지막 추억(?)거리를 만들기 위해 4주짜리 단기 어학연수를 신청했다. 선배들 사이에서, 또 타과 사람들까지 뭉친 거대한 집단이었다. (30명은 더 되었을 듯.) 그 무리를 이끌고 가셨던 교수님이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눈에 띈 담배 자판기를 보고 한 말씀하셨다.
흡연하는 사람들은 일본에 있는 동안 종류대로 담배들을 다양하게 펴보는 것도 하나의 문화적 체험 아닐까요?

술담배 전혀 하시지 않은 교수님의 말씀에, 난 그대로 실천하고자 했다. 한국에서 따로 담배를 준비해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날부터 정말 별에 별 종류의 담배들을 입에 물었다. 남는 것은 없었다. 그저 종류대로 다 펴봤다, 라는 자기만족 밖에는.-_-+ 마일드 세븐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도 그때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_-;

제대를 하고, 일본어에 대한 감을 찾기 위해(뭐, 방학때 학원 다니기 싫어서였지 뭐) 3주짜리 단기연수를 다시 갔는데, 역시나 마찬가지 학교에, 마찬가지 동네였다. 그때 당시 어학연수 맴버는 나깥이 합쳐서 고작 5명이었다. 그것도 일어일문학과는 나 홀로.-_-; 게다가 머시마 역시 나 홀로.-_-;;; 일반 기숙사와는 달리, 가정집을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때 '링'이라는 영화를 봐서인지... 내가 되려 타과 여후배들에게 의지하면서 살 정도였다.-_-;;;

연수팀 인솔교수님은 당시 우리과에서 '영원한 오빠'로 날리시던 분이었고, 도착날부터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는 아침에는 수업에 들어가고, 저녁에서 열심히 달렸다.-_-v 기숙사 門限(몽겐, 문 잠그는 시간) 밤 11시였는데... 그 이후에도 맥주가 떨어지면 담을 뛰어넘어서 맥주를 사오곤 했다. 안주까지 떨어지면 거리가 좀 되는 편의점까지 달려가야 했지만, 맥주만 필요한 경우에는 어느 가정집 앞에 있는 맥주 자판기에서 2000cc 정도 되는 커다란 맥주를 두개 정도 사왔었다.

작년에 히로시마에 있을 때는 2000cc 맥주는 자판기에 없더만.

어학연수 간 주제에 왠 술판이냐, 라고 생각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전혀 모르던 타과생들이 모여서 남은 기간을 함께 할려면 일단 가장 중요했던 것은 서로간의 뻘쭘함을 없애고, 또 사이좋게 지내 아무런 탈없이 남아있는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우리끼리 사이가 원체 좋다보니, 당시 비슷한 일정으로 어학연수를 온 30여명의 Y대 학생들 中의 일부도 괜히... 우리가 머물고 있던 곳에 종종 놀러오기도 했는데, 그걸 알게 된 Y대의 인솔교수님은 얘들 모아놓고 엄명을 내리셨단다. "부산 가시나들 하고 놀지마!" -_-;;;

하지만 우리 맴버들 中에 정작 부산 가시나는 고작 한명밖에 없었는디.-_-;;; (하나는 속초, 하나는 진해, 하나는 제주도.-_-;;;) 하여간, 그런 엄명에도 불구하고, 원래 와서 같이 놀던 학생들은 계속해서 자기네 교수의 눈을 피해 우리랑 같이 어울리기도 했다. 어학연수 일정 中에 地獄めぐり나 신궁 관람을 같이 가게 되었는데... 뭐, 사이좋게 잘 지내면 좋지 뭐.-_-+

3주간의 짧은 일정을 마칠때 즈음, 우리끼리 조촐하게 맥주 파티를 열었다. 그러다가 역시나 사들고 온 맥주가 동이 났고, (그때 돈 모아서 맥주캔 한박스를 대형마트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샀었다.) 다시 담을 뛰어넘어 근처 맥주 자판기에서 맥주를 사다먹었다. 그런데, 분명 우리는 2000cc짜리 맥주를 눌렀는데, 한개는 제대로 나오지 않고, 보통 맥주캔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_-+ 뭐꼬... 하다가 다시 시도를 해도 또 작은게 나온다. 이거 원, 돈 차이가 얼만디. 시간이 시간이었던지라, 어디에 물어볼 곳도 없었다.

다음날이 되어, 우리 연수팀의 미스 속초가 나섰다. 자필로 자초지종을 꼼꼼히 쓴 편지를 그 자판기가 있는 가정집 앞에 두었는데, 나중에 그 집의 할머니가 그 편지를 읽고 우리와 만나게 되었다. 그리곤 아무런 의심없이 그대로 제대로 된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어찌나 친절하던지... 나는 괜히 속으로 중국이었다면 장담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중국은 워낙 의심이 많은 동네이다보니.) 맥주 자판기의 문제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원래 그 자판기에는 2000cc 맥주가 2개밖에 들어가지 않는데, 그게 품절이 되면 따로 표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작은걸 뽑아먹으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환불을 해주면서 하시는 말씀이 손으로 쓴 편지까지 남기면서 사정을 이야기 했으니, 당연히 거짓말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뭐, 별일 아니지만, 나름대로 우리에겐 소중한 추억거리로 남았지 뭐.-_-+


만약 그 곳이 벳부(別府)와 같은 촌동네가 아니라, 도심이었다면... 또 어떻게 되었을지도 살포시 의심이 가긴 간다.

<덧> 09.05.24 00:47

저녁 먹으러 나가기 전에 옛날이 갑자기 생각나길래 후다닥 끄적여놓은 것인데, 이 글이 일본의 어느 사이트에 소개되었나보다. 사이트 주소로봐서는 일본의 중국관련 사이트인 것 같은데, 블로그들의 글들을 종종 소개하는 코너도 있는 듯. 제목이 自動販売機を通じて感じた日本人の心 (자동판매기를 통해 느낀 일본인의 마음)이던데, 사실 따지고보면 글쓴이의 의도와는 그닥 관련없는 제목같다. 물론 딴지는 아니다. 되려 편집인이, 그러니까 번역한 이가 나름 포장을 잘해준 글이 된 것 같아 송구스럽기까지 하다.

헹~ 온통 구글 애드센스로 뒤덮은 블로그가 부끄럽기까지하군.-_-; 근데 아직도 IE6를 쓰시는가벼. IE7,8이나 비IE에서는 그래도 광고배열이 제대로 되서 출력되는데. 미안합니더~ -_-;

물질만능의 시대에,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당연해진 세상. 그래도 그 인간을 대신해 상품을 파는 기계를 통해서도 사람의 情을 느낄 수 있었다, 정도로 이해되는데, 그런 대단한 의도로 남긴 포스트는 아니었다는 걸 밝혀두고 싶다.결국 이 문제도 따지고보면 당연히 '책임'의 문제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뭣도 모르는 유학생들의 천진난만하고 솔직한 편지를 믿어준 그 시골 할머니가 고마웠다고 해야하나?-_-; '일본인들'이란 말은 어째 어불성설인 것 같다. 사실 일본이 아닌, 그 別府라는 동네, 일본 시골 동네의 순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도면 몰라도. (우리 아파트 단지 앞에 자판기가 동전을 먹곤 했는데, 관리하는 아주머니한테 말만 하면 바로 먹은 동전의 값을 내 주신다.-_-;)

夜ご飯行く前に突然昔のことが思い出して、急いで書いたのです。編集人のおかげで別府というところで、留学生が正直にかいた天真爛漫な手紙を見て、信じてくれたおばあさんにありがたく思いので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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