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江 蘇

중국 우시(無錫)에서 이싱(宜興) 가는 길.

우리팬 2009. 6. 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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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자 : 2007년 7월 19일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중국으로 두학기짜리 어학연수 코스를 갔던 곳이 상당히 낯설었던 중국 짱수성(江苏省)의 우시(无锡)라는 곳이었다. 이 곳을 정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어학연수 준비기간 中에 알았으니까. 원래는 북방의... 정말정말 촌구석, 그러니까 기숙사비만 따져보더라도 1인 1실 하루에 2달러짜리 방이 있다고 하는 대학(당시 이름 좀 있는 일반 대학들은 2인 1실 4달러 정도로 기억한다. 南京大学이 그랬다.)을 선택했었는데, 어찌나 외진 곳에 있는지... 결국엔 선뜻 결정을 못내리고 있었다. 무조껀 한국인이 적은 곳으로 가고자 맘을 먹었는데, 사실... 어지간한 중국의 각 대학, 그러니까 유학생들을 받는 곳들에는 한국인들이 다 있다.-_-;

그러다가 어떻게하다가 학부때 중문과 조교를 했던 누나와 연락이 메일로 닿았고, 나의 하소연에... 돌아온 대답은 "일로 온나."였다.-_-+ 그 누나는 조교직을 그만두고 상하이(上海)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거기서 만난 한국인과 결혼을 해 중국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는데, 그 곳이 바로 이 우시라는 동네였다. 어디지? 몰라, 하여간 기본적인 서류들만 보내면 등록이야 알아서 다 해준다고 했고, 더욱이나 내가 상하이의 푸동공항(浦东机场)에만 도착하면 알아서 택시를 보낼터이니... 잡다한 것 생각하지 말고 한국생활 정리 잘 하고, 어학연수 준비만 잘 하라는 얘기만 들었다. (내가 또 살면서 이렇게 남의 도움을 쉽게 받았던 것도 유일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웃긴 것이... 당시 알바 일 좀 한다고 정신이 없어서, 이 동네를 지도에서 찾아보지도 않은 채 떠나게 되었다.-_-v

중국 우시라는 도시, 상하이에서 기차로는 당시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 걸렸다. 나야, 불러준 택시를 타고 갔으니 지리를 어떻게 알았겠소. 연수를 시작하고 두어달이 지나고 근처의 난징(南京)에 HSK를 치러 간 이후부터는 대강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우시에 도착하자마자 서점에서 우시 지도를 샀다. 우시 지리에만 신경쓰다보니까 이때까지도 우시가 정확하게 어디에 붙어있는지 신경쓰지 않았다.) 우시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대형 호수인 타이후(태호, 太湖)가 있다. 그래서 이 지역맥주 이름 역시 太湖水啤酒이다. 연수 초기에는 이리저리 빨빨거리는 것보다는 근처, 그리고 내가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있는 곳만 찾아다닌다고 행동반경이 매우 좁았다. 간간히 수업시간 中에 선생들로부터 도시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 역사 정도를 들었는데, 하루는 그때  얘기를 듣고 혼자 찾아간 우시에서 나름 번화한 시내 근처의 南禅寺라는 곳에 가게되었다. (사실 목적을 세워서 가게된게 아니라, 국제전화 IC카드가 판다는 얘기에 한번 가봤지비. 아, 그때 거기 있는 서점에서 같은 층에 있던 일본인 유학생 코다마(兒玉)상과 토모키(智基)를 만났었군. 흐~ 자슥들 잘 살고 있으려나.)

이게 이싱차후래.(宜兴茶壶). 뭐 여기에 마시면 차맛이 좋다고들 하겠지비.

그때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서 팔고있는 차주전자 세트를 보게되었는데, 그때 이 이싱(宜兴)이라는 지명을 보게 되었다. '宜兴紫砂'라고 하면 보통 중국인들도 모두 알만한 것으로, 거기서 난 모래로 만든 차주전자(茶壶)가 특산품이다. 이 곳에서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었다. 근데 이래저래 물어보니 그저 촌이래.-_-+ 게다가 관광객들이 그 곳으로 가면 그저 진주나 차주전자 세트나 사들고 오는게 다라고 하길래... 그때부터 갈 마음을 접었던 것 같다.

07년 여름이지비. 당시 다시 우시를 찾았을 때... 나름 '직무'라는 것이 있었지만, 나도 불쑥 내 개인행동이 하고싶어졌다. 이왕 이렇게 왔는데, 어찌 남의 뒷바라지만 할 수 있겠소. 게다가 당시 일정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인지라, 내가 있으나, 없으나... 그다지 영향은 있을 것 같지 않았던 것도 이유였고.. 그래서 그때 내가 큰맘먹고 갈려던 곳이 바로 중국의 古镇 중의 하나인 우쩐(乌镇)이라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때 우시에서 가는 시외버스가 주말에만 있는 것을 알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비. 어쩌냐... 다음날이면 일행들을 이끌고 상하이로 이동을 해야하는디. 상하이야 그래도 내가 난징과 우시외에 가장 많이 가본 곳이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감도 없었을 뿐더러, 역시나 이 넘의 일행들과 함께 해야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상하이로 떠나기 바로 전날, 그리고 그 날 아침. '에라이 모르겠다.~'라며 일행 中에서 아침 일찍 깨어난 아해, 그리고 한명 더 추가로 해서 무작정 근처의 이싱이라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이면 갈수 있다고 들어서 일찍 출발하면 오후쯤에는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싱을 갈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거길 왜 가?-_-+ 하지만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_-;;;) 그래서 두 아낙을 이끌고 숙소를 나왔다. 그래, 가는기야. 마음이 급했기 때문에 택시라도 잡아타고 가야되지 않나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버스로.-_-; 이싱으로 가는 버스는 우시의 기차역 옆에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터미널로 가야했다. (뭐, 이거야 1년 어학연수 시절의 짬밥이지 뭐.)

적힌 바와 같이 왕복 첫차와 막차 시간은 다음과 같다.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처음으로 가는 곳에 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 '여유'이다. 시간을 아껴 여유를 가지고 돌아다닌다면 그만큼 수확도 많다. 하지만 이 날은 출발때부터 이싱으로 가는 버스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정말 정신없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불시의 여행, 아무리 내가 중국물 좀 먹었고, 무대뽀로 빨빨거리긴 한다지만 막상 처자 둘을 이끌고 갈려니까 덤벙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때까지의 사진은 Zero이다.-_-;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그때 우시에서 이싱으로 가는 버스 요금은 25元~30元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걸린 시간은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 같이 간 일행이야 버스 탔다고 잠부터 잤지만서도-_- 나는 오래간만에 우시의 전반적인 모습을 보느랴 정신이 없었다. 썩어빠지고 있다는 에메랄드빛 타이후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흠흠.

세상에 얼마만에 가보는 내가 안 가본 곳의 여행이라더냐.

한창 발전 中인, 아니 이젠 거의 발전이 끝난 우시의 외곽 모습을 보니 그 몇년전 내가 우시에 첫발을 딛었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는 정말 무슨 공사 전쟁터였다. 이래저래 부수고, 짓고... 그 먼지에 민공(民工)들에... 이제는 정갈된 우시의 모습을 보니 가히... 이러니 중국이 발전할 수 밖에 없지... 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도착. 근데 병원 이름이...

이싱의 시외버스 터미널. 특이하게 번체로 해놨군.

사실 이싱을 오긴 왔지만 아무런 준비없이-_- 그저 이싱에는 차주전자만 유명하다, 라는거 하나만 가지고 왔기 때문에 막상 도착하니 멍~ 해졌다. 어딜 가야 하누... 당시 숙소에는 인터넷이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찾아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이럴 줄 알았음 복무원(服务员)들이나 그 학교 선생들 만났을 때 좀 물어봤을거로... 어차피 특정 행선지를 잡아놓은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이싱에 왔으면 됐지 뭐. 그리고 갈만한 곳은 물어서 가면 되지 않은가. 이싱도 사람사는 곳이고, 이 곳도 관광객들이 적지 않을터인데, 이래저래 묻다보면 갈만한 곳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싱 시외버티널의 내부 전경.

처음에는 그냥 이싱의 시내버스를 이용하려고 했다. 터미널의 건너편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탈려다가 잠시 간단하게 끼니를 떼우고, 그냥 터미널 안에서 이래저래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그 터미널에서 바로 이싱의 관광지로 가는 미니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바꾸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을 때는 그냥 남들 가는대로 가면 된다, 라는게 나의 개똥지론. 그 미니버스는... 하여간 쌌다. 5元~10元 정도로 기억. 그래도 관광지로 가는 버스인데... 라며 갔건만, 이게 왠 일. 이거 10년전에 베이징 시내를 활보라던 미니버스(小公)보다 더 구려.-_-+ 에어컨은 당연히 없을 뿐더러, 그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거의 그냥 오고가는 중국인들.-_-; 관광객은 우리가 유일. 그도 그럴 것이 일단 뭐, 평일이었고... 외국인들이 이싱을 찾을 때는 어지간하면 상하이나 난징, 우시등의 근처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뭐.

출입문 바로 옆의 아줌마가 버스언니야.-_-;

버스도 구리고... 차 속도는 안 나오고-_- 시내를 통해 가다가 나중에는 무슨 산길로 꾸불꾸불 올라가길래 '어이구야~' 했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소득은 있었다. 버스 안에서 사람들의 대화들을 통해 그 유명하고도 유명한 중국의 吴语계의 이싱화(宜兴话)를 지대로 들을 수 있었다는 것. (宜兴话나 无锡话가 비슷하다고는 하는데... 뭐 글쎄요.-_-; 그래도 宜兴话는 宜兴话지 뭐.)

사실 내가 우시라는 곳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학교외의 사람들, 그리고 젊은층외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었던 이유 中의 하나가 바로 이 사투리 때문이었다. 어찌나 심한지-_- 특히 재래 시장에 가면 '내가 왜 보통화를 공부하고 있나...' 싶을 정도였으니까. 심지어 언젠가는 어느 장사치 아저씨가 나보고,

你的普通话比我好啊~ (니 표준어 내보다 낫네~)

라는 얘기까지 들은 적이 있었다. (사실, 이 말도 발음이-_- 난감하긴 했다. 이 말은 내가 하는 중국어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그 아저씨가 그만큼 중국어에서 표준어라는 보통화의 구사가 별로였다는 말이 된다.) 몇년만에 또 징~한, 왠지 불어처럼 들리는 이 알송달송한 사투리를 듣자, 그저 별다른 이유없이 재미있었다. 알아듣는 말이 나오면 좋은거고, 못 알아들어도 할 수 없다. 어차피 나한테 하는 소리도 아닌디.-_-; (지금 내가 기억하는 이 동네 사투리는 딱 하나다.-_-; 10元의 회화용인 十块(shi kuai, 스콰이)를 이 동네에서는 '썩카이'라고 발음한다. 물론 성조도 틀리다. 아마 '썩'이 4성 정도일 듯. 숫자도 이 모양인데 다른 말들은, 그리고 또 사투리에서 사용하는 특수한 어휘들은 또 우짜고.-_-;)

도로에 차가 별로 없더라고.

이런 이름으로 길이름 만든 곳도 거의 없을 듯.-_-; 아무래도 차후(茶壶)가 유명한 곳이니.

대강 짐작으로 이 곳이 가장 번화한 곳 같았는디... 한적~ 평일 오후라니께~

간다간다~ 달리는 미니버스라지만 상태가 워낙에 아니좋아서, 엄청 흔들거렸다. 그 와중에 디카를 꺼내든 나. (우린 일단 찍고본다.-_-v) 정말 이 도시는 관광지외엔 아무 것도 볼만한게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중국의 도시라 할지라도, 어지간하면 시내나 몇몇 골목길 정도는 다 빨빨거렸는데, 이 동네는 우째...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지게 만들더라니께.-_-; 그냥 '사람 사는 곳'이다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다. 시간도 얼마 없었으니께로. (우리는 적어도 오후 3시 반까지는 우시로 돌아가야 했다.)

결국 산으로...!

아, 우리가 갔던 행선지에 대한 얘기가 없었는데, 사실 그때까지만해도 그 곳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_-; 그냥 관광지라길래 버스에 올랐을 뿐, 뭐가 유명한지 이름이 뭐였는지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을 정도로 시간에 쫒겼었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바로...


바로 이 곳. 善卷洞. 이 곳에 대해 방금 찾아보니... 4000년전에-_- 善卷선생이라는 사람이 은거하며 참선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뭐꼬?-_-+ 일단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여간 우시에서 이싱까지 가는데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역시 어딜가나... 사전지식과 계획은 필수라는 점. 헐~ 이 곳에서부터 시작하여 도보로 근처의 관광지들을 둘러봤다. 대강 기억나기론 동굴, 미끄럼틀, 양산백과 축영대 어쩌구... 하는 곳을 둘러봤던거 같으이. 이건 다음 포스트에.-_-;

아, 이 버스... 어찌나 냄새가 심하든지.-_-+

돌아가는 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 구린 미니버스를 타고, 터미널쪽으로 갔는데... 그때 시간의 한계를 넘어선 관계로, 결국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장거리 택시를 타게 되었지비.

우시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이때 타고가면서 이싱 토박이라는 택시기사 아저씨와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때 아저씨가 불쑥 다음 손님과의 통화를 하고 있을 때 살포시 녹음을 해둔 것이 바로 요것이지비.



근데 웃긴게~ 이거 듣다보니까 대강 알아먹겠다. 말은 쉽지만, 이때 아저씨 말 받아준다고 정말 진땀뺐다. ㅠ.ㅠ



无锡과 宜兴 한자어의 한글발음은 '무석'과 '의흥'이다. 의흥이라고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많은 한국인들이 우시(혹은 우씨)보다는 '무석'으로 부르고 있다. 일본인들 역시 원래 이 无锡가 중국진출 계획경제 도시였던 이유에서인지, '무샤꾸'라는 일본어 발음으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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