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경 남

10여년만에 찾은 호프집.

우리팬 2010. 11. 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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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마음이 심란하사, 朴군을 찾았는데... 20년 가까이 되는 지기임에도 무슨 말 안해도 다 알 것 같은 사이는 절대 아닐 법도 한디, 그냥 걷다가 걷다가 허벌나게 걸어버렸다.-_-; 1시간 반 정도를 걸었을꺼로. 대연 2동 -> 4동 -> 3동 -> 1동 -> 2동 -> 5동 -> 2동... -_- 차로 가면야 10분 정도 걸리는 코스이지만, 세월아~ 내월아~ 걷다보니 소위 '배 고플 때까지 걸었다'가 되어버렸다. 부산의 대연동 토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과거를 가졌건만, 이 동네는 찾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와!~ 많이 바꼈구나.'가 아니라, '이 동네 언제 좀 변하노?'가 되어버리니... 정말 모텔/여관 숫자말고는 거의 변함없는 동네가 대연동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_-; 하여간 덕분에 부산서 그 유명하다는 부산의 명물 쌍둥이 돼지국밥집에 사람들 줄 서 있는 것도 봤고... 또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거니와 찾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졸업했던 고등학교도 봤고... 우째 대학때보단 고등학교때 더 빨빨거렸던 경성대거리를 거쳐지나가게 되었지비.

참... 친구라는 것이 그렇다. 사람만 편하다고 여기저기 같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가본 곳이어야지 편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_- 괜한 모험심에 들어갔다가 돈값 못하고 음식을 먹거나, 혹은 어색한 서비스를 받을봐엔, 그래도 한번내지 두번쯤은 가본 적 있는 곳을 찾자... 라는 것이 오랜 친구 朴군의 동물적 습성이다.-_-; (나야 언제나 새로운 메뉴를 추천하지만, 결국-_-;;;) 여기서 밝히지만, 심란한 마음에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朴군을 찾았던 것이었는데, 이 아저씨는 점심부터 코스트코 피자를 드셨네~ 뭐네 하셔서 소화가 아니되신단다.ㅠ 결국 간단하게 맥주나 한잔하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찾은 곳이 바로 10여년만에 찾은 호프집이었다.

10여년... 아니, 정확히 따지면 99년 12월 31일 이후로 단 한번도 찾지 않은 우리 동네, 내가 살던 곳에서 걸어서 1분도 채 되지 않은 곳이었다. 지금은 호프집...비슷하게 운영을 하던데, 당시엔 그래도 레스토랑 이름 딱지달고 영업했던 곳이었는지라, 지금보다는 훨씬 분위기/양질이 괜찮았지비. 동생도 이 곳에서 꽤나 오랜시간동안 아르바이트를 뛰었고. 사실 동네 호프집에서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은, 자기네 집이 시내에 있지 않으면 그리 바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부 인테리어나, 네온사인 정도는 예전 그대로... 정말 지긋지긋하게도 변하지 않는 이 동네와 같다고 생각했건만, 14,000원짜리 일명 '케이준 샐러드'는 가히 실망할만, 처량할만 했다.-_-; 하기사 따지고보니 이렇게 여유롭게 맥주 호프 두어개 시켜먹으면서 수다를 떤 적이 언제였는가... 싶기도 하고. 정말 오래간만에 찾은 이 곳에서, 이 얘기... 저 얘기... 오고가면서, 나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름 많은 생각을 고쳐하게 되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고 하는데, 사실 생각을 혼자한다는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모른다. 망구 자기 생각대로 될되로 되어라, 라는 식으로 생각을 하고, 그것이 현실로 돌아온다면 나 같이 소심하거나, 허벌 쪼려서 뒷걸음질 치고 자기반성만 하는 아해에겐 위험한 일일터이다. 말을 건냄으로써 속안에 쌓인 것들을 배출하게 되고, 말을 들음으로써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가게에 대해 살짝 흡족해하던 朴군의 모습.-_- 아서라, 그냥 국밥집 가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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