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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콘서트'라는데를 가보다. '김범수 부산 콘서트'

우리팬 2010. 10. 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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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라는게 그렇다. 들을만한 가치가 있거나, 혹은 자기 생각에 필이 딱 꽂힌 사람이 있다면, 내 돈주고라도 CD까지 구매하는 정성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에서 CD라는 것을 사본지가 어언 10년이 다되어 간다. 불법 다운로드, 다운로드... 추방하자는 캠페까지 벌려진 마당에 좀 찔리는게 있지 않겠는가, 라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들을만한 가치가 있거나, 필이 꼳힌 가수가 없으니 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한번 듣고 나면 잊혀지거나... 혹은 노래방에서나 그 노래 진탕 부르면서 배설해버리면 유행 지나다보이 그렇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또 남들한테는 "넹, 담부턴 CD 사서 듣겠습니다욤."라며 괜히 반성하는 척 한다.ㅠ


노레 한곡 듣는데도 이딴 개똥철학을 가진 넘이 콘서트라는델 다녀왔다. 그것도 난생처음으로. 사실 이것도 꽁표가 생겼으니까 귀하신(?) 몸 이 끌어서 가드린 것이지, 콘서트장까지 쫓아다니며 오빠~ 까아악~ 조차 할 깜냥도 없거니와 집구석에서 혼자 청승떨며 노래 음미하는걸 즐기지, 굳이 움직여서 가야하나, 귀찮다까지 생각하는 게으른 넘이 공연 현장을 다녀온 것이다. 그래도 노래 좀 한다, 라는 가수 콘서트니 겸사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왔다. 사실 참 궁금했다. 콘서트는 어떤 분위기일까, 왜 사람들은 생으로 노래를 들어야 하는가... 뭐, 이 정도.

일단 결론은... 잘 다녀왔다. 엉... 잘 다녀온 것 같다. 괜히 아는체가 아니라 노래를 생으로 들으니 좀 더 노래가 더 잘 들리더라, 라는걸 몸소 체험했으니 말이다. 녹음실에서 이래저래 고치고 지지고 볶고 포장까진 된 노래만 듣다가, 생으로 듣다보니 삑사리도 들리고, 또 MR 섞인걸 들으며 인간이니 그려러니 하는걸 겪었으니 하는 말이다. 그리고 반주소리보다 더 큰 노래소리를 들으니 가사전달도 잘 받았다. 평소 그렇게까지는 관심가지고 있던 가수도 아니었으니 노래소리 말고, 말소리는 또 처음 듣는 영광도 가지게 되었다. 아~참, 김범수 말 잘하더라.-_-; 단지 좀 훈련용이 아닌가, 생각은 들더니만.ㅋ

왜 난생 처음이었을까. 사실 별거 아니다. 고딩때 이은미 콘서트를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펑크를 냈다. 펑크 사유인즉, 마치고 나면 귀가시간이 늦어서... 였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 아닌걸로 그 귀한 콘서트 갈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서는 부산의 D대에서 최재훈 콘서트가 있다길래 정말 맘잡고 한번 가볼려고 D대를 다니는 친구에게 같이 가자, 라고 말을 했다가 그냥 말로만 끝나버렸다.-_-; 그 사유도 별거 아닌게, D대는 D대인데, 그 가수가 공연하는 곳이 다른 캠퍼스... 였기 때문이었다.-_-;  쓰잘데기 없는 사유때문에 소시적 그 귀한 콘서트 갈 기회를 날려버리고, 그 사소한 아픔 때문에 콘서트는 빠순,빠돌이 들이나 가서 표값 상납하고, 종교 현장처럼 가수들의 신봉자들이나 가는 곳이다, 라고 치부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아참, 하나 더 있다. 가장 최근의 일인데 (그것도 7년전 일이다.) 중국에서 내가 살 던 곳이랑 걸어서 5분거리 되는 곳에서 周杰伦이라는 중화권의 '비'라며 비교대상이 되던 넘이 콘서트를 연거다. 열면 그냥 하면 되는 것인데, 괜히 그 날 참 차도 엄청 막히고, 수많은 빠순, 빠돌이 덕분에 집밖에서 둘려오는 갖은 소음소리를 들으며 치를 떤 적이 있다. 결론은, 이런저런 별거 아닌 사소한 일도 이제껏 단 한번도 콘서트 현장을 갈 영광을 놓치며 살았다, 라는 말이다.-_-;


03년 1월부터... 나도 모르게 디카를 항상 지참하는 버릇을 가지며 살았는데, (당시 디카는 개인의 역사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뭐든 내가 가고 보고  겪은 곳에서 사진을 남발하는게 자연스레 몸에 배여버렸다. 근데 사람이라는게 또 오기는 있다고, 꼭 직지말라... 사진촬영 금지 구역입니다, 라고 말하는 곳에 가면 어떤 식으로는 눈치껏, 재량껏 찍어대고 만다.-_-v 언젠가는 중국의 월마트에서 디카 들고 룰루랄라 사진 찍어대다가 깍두기 행님처럼 보이는 그 곳의 보안요원들에게 끌려간 적도 있었다. 사진을 찍은 것은 내가 이 마트 저마트 돌아다니며 정보를 빼내놓는 용이 아닌, 유학생 신분으로 중국의 문화를 남겨서 중국을 공부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찍었다라는 알량한 뻥을 쳐가며 갖은 생쇼를 다 했기 때문에, 결국 디카 안의 사진들을 보존할 수 있었다.-_-v 참... 지금 생각해도 웃기지. 내가 무슨 월마트에서 돈벌이를 하는, 그러니까 마트 안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닌, 그러니까 가격표를 찍거나 내부 매장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니고, 고작 지하 주차장 자전거 허벌 모인 사진을 몇장 찍었을 뿐인데, 깍두기 햄처럼 생긴 사람들한테 이끌려서 걔네들 사무실까지 끌려갔으니 말이다. 으헐헐. 상해의 루쉰 기념관 갔을 때도, 사진 찍지말라는 표지는 물론이고, 이래저래 관람객들의 사진촬영을 감시/금지시키던 사람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능력껏/재량것 찍어댔다. 나는 스파이도 아닐 뿐더러, 사진 몇장 찍어서 돈벌이 할 것도 아니다, 라는 내 딴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는데 공연시작전 또 사진 찍지 말라는 안내멘트가 나오며, 띄엄띄엄 왔다갔다 하는 경비아저씨들이 보이는거다. 아, 쪼리더라. 그래도 찍었건만, 실제 찍을만한 사진은 몇장 되지도 않더라만.ㅠ 디카도 아닌 폰카로 찍어야 하는데 찍어봤자, 뭘 또 찍었겠는가. 후래쉬 안 터트리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의 당연지사이거니 했지만, 뭐... 찍는 사람들은 후레쉬 터트려가며 잘 찍어대시더니만.-_-;


데뷔후 10년 호봉의 가수, 7집 가수 김범수는 들어오던대로 참 노래를 잘했다. 스스로도 밝히듯이 자기 레파토리는 분위기를 암울하게 하는 노래들이 많아서 가끔가끔 튀어나오는 분위기 살리는 곡이 나오면 분위기 알아서 맞춰라, 라는 멘트를 하시더라. 또 마지막 즈음이라 기억되는데, 자기는 군대다녀왔다, 라는 멘트를 은근 날리시는 센스도 있더라고.ㅋ 말 참 잘한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니께. 노래만 잘하는 가수가 있다면 그 사람의 콘서트장을 갈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집에서 MV나 보거나 노래나 들으면 되제. 가수도 말 잘해야 살아남는거다. 데뷔 초반에 이래저래 훈련해서 무대위에서 이빨을 까는 경험이 있으니, 가수가 연기해도 욕 좀 덜 들어먹는게 아니겠는가. (물론 그러고도 연기 디게 못하는 연기자 실패 가수들이 종종 있지만서도.) 노래는 물론이고 말까지 잘하는 김범수가 딱 하나 잘못한게 있다, 라는게 코디였다.-_- 가뜩이나 짧으신 양반이 자켓이 길다랗게 내랴오는 옷을 입으니 더 짧게 보이더라고.-_-;  그냥 좀 안타까웠다. 왜 이 사회에서 김범수처럼, 그리고 나처럼-_- 짧은 사람들이 루저가 되는가... 하는 사회비판 정신도 절로 들었고.

신보 발매 기념 튜어 콘서트 中인 곳에서 일단 예전 노래 몇곡을 부르고, 8090이라는 제목으로 다른 사람 노래도 불러주면서 분위기는 살짝살짝 한껏한껏 달아올랐다. 나 역시도 김완선 노래가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일어서지더라니까.-_-; 생각해보니 김범수가 나보다 두살 어리고, (실제로는 빠른 생일이니 한살 차이겠지만-_-;) 비슷한 시대를 살아와서인지 8090이라는 제목으로 부르는 노래들이 딱 내 취향이더니만.ㅋ 그리고 故 김봉남 선생님의 회상, 덕화 아저씨의 한대 잘나가던 MC 시절의 영상을 섞는 진행과정은 흡족할만큼 맘에 들더라고. 분위기 괜히 우울해지는 발라드 가수가 그 정도까지 신경 썼으면 장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다른 가수들의 콘서트장을 가보지 않아서 비교할 순 없어도-_-;) 그리고 발라드만 부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몸으로 때우는 춤까지 추고, 랩도 하는 모습을 보니, 이래서 콘서트엘 가는구나, 가수들의 또다른 모습을 보는구나 싶었다.

하여간 나도 모르게 보고듣고 박수도 치면서 시간이 훌러덩 흘러갔다. 멘트할 때의 목소리와 노래 목소리가 너무나 달라서 신선한 충격도 있었고, 내가 한때 미치도록 들었던 이소라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부를 때는 역시 자기 노래가 아니니까 남의 옷을 입는 느낌이 난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쉬는 시간 그닥 없이 열심히 열창하는걸 들으며 이 아저씨, 참 노래 잘한다... (물론 예전부터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라는 것도 몸소 겪고 왔다. 그리고 나처럼 꽁표가 아닌 제돈주고 가까이서 본 일명 '팬'들의 성원도 봤다. 나도 최재훈 정도라면 제돈 주고 콘서트장 쫓아갈지 모르지만.ㅋ

암튼, 노래 잘 들었습니다, 김범수氏. 조만간의 창원 콘서트도 화이팅입니다욧!


더이상 콘서트의 세부사항까지 떠벌리려니, 시놉시스 다 까발릴 것 같아서-_- 예의상 접어야겠다.

개인적으로 '사랑해요'라는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고, 또 이번 7집 앨범의 '괜찮다'라는 노래를 기다렸는데 열창 목록에 없었던 것이 쪼까 아쉬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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