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경 남

어느 숯불고기 가게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범일동 평양 빈대떡.

우리팬 2010. 7. 1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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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朴군과 함께 저녁을 하는데, 지겨운(?) 단골가게들을 피해, 나름 새로운 가게를 찾아가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봤던, 우리동네 우체국 직원들이 종종 회식을 한다는 고기집은 결국 골목골목을 뒤졌지만 찾지를 못했고... 범일동 어느 골목길에 있는 '77 숯불갈비'인가, 하는 상호의 고기집에 들어가기로 했지. 몇일전에 '목살구이'를 하는 가게의 사진을 본터라, 이상시럽게 고기의 육질을 팍팍 느끼고 싶더라고. 비도 주룩주룩 오고... 사부자기 고기로 배를 채우고, 2차는 빈대떡에 한잔 더 할려고 맘을 먹고 있었지비. 사실 나는 이 가게, 저 가게를 무작정 찾아들어가거나, 혹은 굳이 남이 추천하는 가게라고 해서 따라가고... 뭐 그런 취미는 없다. 평소에 가는 곳만 줄기차게 가다가, 상황이 생기면 인터넷에서 찾아보든지, 혹은 그냥 눈에 보이는 곳에 들어가버린다. 이 날도 그랬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었고, 고기는 먹어야겠고, 어지간하면 '목살구이'가 있는 곳이면 좋겠고... 뭐 그래서 들어갔지비. 약간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서 말이다.-_-;

가게 전체가 좌식인지라, 손에 쥐고 있던 우산을 구석에 세워두고 신발을 벗었다. 들어가니까 손님은 고작 한테이블, 일본인 관광객처럼 보이는 2남 2녀가 있더라고. 신발을 신발장에 넣을려고 하기도 전에, 사장 아저씨로 보이는 분이 친절하게도 우리 둘의 신발을 신발장에 직접 넣어주셨다. 오오~ 이런 서비스~ -_-; 고기를 시켰고, 간단하게 소주도 곁들이면서 룰루랄라 먹고, 떠들기 시작했지비. 마침 롯데 야구도 하고 있었으니... 캬~ 좋잖우. TV도 42인치보다 더 큰 넘이더구만.

그래도 나름 국내산이었다.

조금 얇은 것이 아쉬웠지만서도.

주문한 소주 한병에서 두어잔 남아있을 때였나... 궁디 쪽에 왠지 모를 이상한 감촉이 느껴지는거다. 고기를 먹으면서 오도방정 할 일도 없거니와, 화장실도 가질 않았으니 그저 뭔가 좀 이상하긴 한데, 고기랑 소주를 먹는데 집중을 하느라, 게다가 야구도 하고 있었으니 그려러니 했지비. 그러다, 나중에 딱 느껴지는게, 궁디와 바닥에 씹다 버린 '껌'이 있는 것이 아닌가.-_-;;; 아놔~ 살다살다 또 이런 적은 처음일세. 신발바닥에 껌이 붙는 경우야 몇번 겪어봤지만, 좌식 식당에서 궁디에 껌이 붙어버리누.-_-;;; 대략난감... 이 무슨 가게가 이렇노...라는 생각도 들기 전에 일단 얼른 껌부터 닦아내봐야지!!!~

옆테이블에서 역시 야구를 시청하고 계시던 사장/친구분 역시 잠시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모야가 걸레 들고 출동. 사실 내가 소심한지는 모르겠지만, 가게 안에서 껌이 궁디에 붙을 정도 같으면, 그 집 위생상태에 대해 먼저 사과를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근데, 이모야는 일단 내 청바지 뒤쪽에 붙은 껌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바닥만 문지르신다. (세상에 바닥 닦는 세재도 들고 오셨다능.-_-;) 그러곤 그 가게의 사장/친구/이모의 한결같은 소리, '이상하네~' -_-; 오늘 그 테이블에는 손님이 앉지도 않았는데 껌이 어디서 생겼을꼬... 한다. 심지어 내가 다른데서 묻혀서 온게 아닌가 의심까지 한다. 이때부터 기분이 팍 상하기 시작햇다. 내가 껌따위를 핑계로 무슨 삥뜯는 도동넘이 된 느낌... 가뜩이나 청바지에 껌묻은 것도 기분이 나빴는데, 가게 주인이라는 사람들이 사과는 못할 망정, 아예 삥듣는 인간으로 의심을 한다는게 더 짜증이 났다... 거기서 내가 버럭을 해버리면 정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잖우... 아, 일단 참자. 일단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주 한잔 남은거 비우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도 사장의 입에선 '거참, 이상하네~' 한다.-_-;

가게에 들어올 때 손님의 신발까지 챙겨주신 그 친절한 사장님께서, 다 먹고 나갈 때는 인정머리라곤 눈꼽만치도 없다는데 짜증이 났다. 지나가는 말이라도, 빈말이라도 '미안하게 됐다.'라고 했으면 나도 웃으면서, 기분 좀 털고 나왔을터이고, 또 다시 그 집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어지간하면 요즘 같은 경기에, 특히 그 집은 장사가 그리 잘될 것 같지도 않았던 분위기였기에 좋게좋게 나오고 싶었건만, 왠지모를 배신감에, 그리고 괜한 트집으로 삥뜯는 사람으로 의심을 받게되니,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옷버린 것이야, 다시 사면 그만이고, 아니 껌묻은거야 휘발유를 써서 지우면 그만이라지만,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그리고 인간에 대한 도리에 실망하게 된 것은 그리 쉽게 사라질만한 것이 아니다. 20여년간 장사를 하셨던 엄니께 이 말씀을 드렸더니, '요즘 장사하는 사람들이 힘들어서 그렇다.'라고 하셨다. 힘들수록 웃으면서 손님은 대해야 하는거 아닌가. 누가 세탁비를 달라고 했나, 그렇다고 내가 그 집 위생상태에 대해서 왈가왈부를 했나.

그리곤 빈대떡에 소주 한잔을 더 하러 가는데,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기분이 상했던 것은 그 사장이라는 아저씨의 첫인상과, 먹을거 다 먹고 가게문을 나선 후의 모습이었다. 우리 사람 관계도 그렇다. 첫만남 때야 어떻해서든 좋은 인상을 남기고자, 좋은 만남을 만들어가고자 부단히 노력하지만, 결국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일말의 사건/사고를 겪게되면, 눈 앞의 상대에 대한 자신의 본래 모습이 하나둘씩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필요하면 달라붙어 입에 발린 갖은 소리를 남발하며 조금이라도 환심을 살려고 하지만, 어느 정도 만만한 사이가 되거나, 또는 자신에게 그리 필요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는 쌩을 깐다거나, 혹은 아예 무시를 해버리는 사람들을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라는 배용준/김혜수의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은 가장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본 모습이 나오기 마련이다.'라는. 굳이 극한 상황까지 갈 필요도 없다. 사소한, 간단한 상황만 연출되더라도, 얼마든지 본래 모습/성격이 나오는 경우... 어디 한두번 겪었겠는가.

우야등가, 기분 털기 위해 총총걸음으로 나름 '우리동네 맛집'이라고 알려진 50여년 전통의 '평양 빈대떡'을 찾았다.


언젠가, 朴군을 비롯... 트윗의 지인들과 함께 이 곳 앞까지 찾았던 적이 있었다. @cchyuk, @enjoyjude, @Kellyshim 동지님들. 근데 문닫았더라고.-_- 엄청 쫑크를 먹었는데... 그 날에서야 문이 열린 이 가게를 드디어 찾은 것이었다. 가게 이모야한테 물어보니, 파하는 시간이 저녁 10시더니만.-_-+ 이 집은 빈대떡/주류만 팔기보다는 백반 식사메뉴도 두개 있었다. 점심 장사부터 하니, 10시에 문닫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밖에 비옵니꺼?" 라고 물어보시는걸 보아, 역시 빈대떡 집은 '비'와 땔래야 땔 수 없는가보다.-_-;

일단, 리뷰에서 봤던... 안주용 콩비지와 빈대떡으 시켰다. 이전에 갔던 단골 빈대떡 집은 빈대떡 4장에 10,000원의 가격인데, 이 집은 안주용 콩비지는 5,000원, 그리고 빈대떡 3장에 5,000원이니 좀 더 싸게 치이는 듯. 뭐, 백문이불여일견이니... 대강 나온 것들을 눈으로만 봐도 다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안주를 주문하면 일단 이 정도로 기본세팅을 해주신다.

윗쪽 줄에 양념장이 특이한디... 저건 사리에 던 콩비지에 넣어서 먹는 양념장이다. 너무 많이 넣으면 짜드라.-_-;


드디어 나온 콩비지. 식사용 콩비지야 종종 먹어봤지만, 안주용은 처음이었다. 색깔이 다르다는거외엔 별반 차이는 없더니만. 그래도 기름진 빈대떡에 알콜을 바로 붓는 것보다는 콩비지가 들어가니 속이 편~허니... 괜찮더니만. 중요한건 조미료맛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겠지비.


메인까지는 아니지만-_- 하여간 빈대떡. 퍽 괜찮았다. 다만, 기름을 중국집과 같은 걸 쓰는 모양인지, 먹는데 자꾸 중국집 맛이 나더니만. ㅎ 적당히 바삭했고, 빈대떡에 대해 그리 입맛이 까칠하지 않는 나이기에 무난히 먹을만 했던 것으로 기억. 朴군과 함께 그 고기집에 대해 이래저래 씹으면서, 가뿐허이 한잔하고 귀가를 했지비. 아, 생탁은 한병에 2,000원 받으시더니만.


아, 그나저나... 이 평양빈대떡에서 우리가 제일 어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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