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h~ blah~

선택의 갈림길.

우리팬 2010. 11. 19. 01:48
반응형
갑자기 문득 불현듯 그리고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사부자기 낙서를 해보기로 한다. 사람이 살면서 뭔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기로에 서서 '선택'이라는 것을 해야할 때가 있다. 물론, 그 상황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여기저기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상의를 해서 그에 합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우야 흔하다지만, 별다른 생각없이... 그리고 별다른 고민이나 앞으로 바뀌어질 삶에 대한 생각은 눈꼽만치도 하지 않은 채, 그려러니 하며 쉽게 결정을 했는데, 그 결정이 자신의 삶에 꽤나 큰 변화를 주고, 자신의 인생관에가지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쉽게 풀어보자면, 당시에 그냥 그런갑다하고, 도장 쾅! 찍었는데, 그 결정으로 인해서 살아보니 '아, 그때의 결정이 만만치 않은 것이었네.'하면서 뒤돌아 보는 경우도 있더란 말이지비.

나 역시도 그랬다. 내가 무슨 커다란 인물이 될거라고, 그렇다고 공부에~ 학문에 별다른 취미도 없던 넘이... 대학 학점 좀 채워볼려고, 채워야 하는 학점보다는 그나마 학점을 좀 더 잘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타과 전공수업을 들어갔던 것. 그러니까, 나는 일문과 출신인데, 시험때마다 지겹도록 암기만 필요한 교양 대신 중문과 수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다.-_-+ 그것도 꼼수를 부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정말 필요한 3,4학년의 전공수업보다는... 좀 만만한 1,2학년 특히 회화수업을 신청할터이다. 그랬다, 1학년인지 2학년인지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원어강사가 수업을 하는 회회수업엘 들어갔다.

회회수업이라는 것이 그렇다. 죽어라 읽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대화문을 바탕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옆자리 혹은 따로 조를 만들어 2인 1조가 되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선생님들이 시킨다. 군제대 후, 복학을 하고나서 새파란 1,2학년들과 것도 타과생들과 수업시간에 친한 척 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_-+ 아니 되려 후배들의 학교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아 무서운 생각까지 들더니만. 고로, 당시 회화수업의 내 짝은, 일명 여자예비역이라 부르는... (어학연수 및 휴학을 하여 꽤나 긴 대학생활을 하는 처자) 나와 학번 차이도 거의 나지 않은, 학교에서 몇번 본 적이 있는 학번 아래의 후배였다. 그 K양은 평소 잘 알고지내진 않았지만 학교를 오고가며 인사성만큼은 상당히 밝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사실 나도 학과생활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던, 쉽게 말하자면 아웃사이더 비스무리짭짭한 생활을 했던터라, 당시 알고지냈던 후배도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 후배는 우째 기억이 났고, 또 수업시간에 아는 체를 하게되어 회화 상대가 되었던 것 같다.

수업시간에 수업애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나름 널널한, 산만한 회화수업 도중에 오고가는 잡담/수다의 맛은 또 별미이리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K양이 재수강-_-으로 그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또 졸업을 앞 둔 그녀가 우리과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솔직히 나는 그때서야 '복수전공'이 무엇인지 알았을 정도이니, 얼마나 학과/학교생활에 관심이 없었던건가.-_-; 설명을 들으니 몇학점을 채우면 되고, 또 학기당 얼마나 추가 학비를 내고, 논문을 제출하면 된다고 들었다. 앞서 언급했다싶이, 나는 교양을 듣기 싫어서-_- 타과(중문과) 수업을 이미 듣고있었던터라, 이전에 취득한 학점을 복수전공을 이행하는데 유효하다는 얘기를 학과 조교누나한테 듣고는 바로 신청을 했다. 그렇게해서, 남들한테는 말하기 쪽팔리지만 대학 학부 졸업장이 두개가 된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이런 생각도 든다. 만약 그때 복수전공 신청을 하지 않고, 그대로 일문과 학부를 졸업하고 살아왔으며 꽤나 평탄한... 별다른 특징이나 장점도 없는 그저그런 보통의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그냥 남들 받는대로 학점 다 채우고, 논문 제출하고 남들하는 취업준비 좀 하다가 졸업을 하고 어딘가에서 밥벌이 하고 살았을 것이다. 그래도 대한민국 남정네가 군필인 상태로 스물 여섯살에 대학을 나와 사회로 진출한다, 라는 것이 보통의 경우보다는 빨랐으니까 우짜등가 잘살든 못살든, 이래저래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후배의 경우를 보고 나도 덩달아 복수전공을 신청하고, 대학 졸업을 하고나서도 중국으로 난생 처음 장기 어학연수를 갔고, 또 연수 후에 진학을 하게된 것도 어떻게 따져보면 그 후배의 영향이 없었다, 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매사, 뒤돌아보고 따져보고 생각을 해보면, 자신이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던 선택이 자신의 인생을 크게 바꾸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메, 후회를 하든 잘한 것 같아라고 자축을 하든지 간에 어떠한 결정이든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는 필요할 것이리라. 그 후배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전혀 알 수는 없으나, 언젠가 우연찮게라도 만나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냥 고마웠다고, 인사말이라도 그냥 건내고 싶다. 뭐든 할 줄 안다, 라는 것은 내세울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스스로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나는 그 후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으니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