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中 國

中國에서의 거지 그리고 신종거지.

우리팬 2007. 2. 1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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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먹고산다고 부단히 발버둥치고 산다.

올블로그 추천글로 올라간 이규영님의 오빠, 천원만 주세요 라는 포스트를 읽으니, 다시금 '거지'라 는 직종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거지라는 직업은 고대때부터 사라지지 않고 줄곧 전해져오는(?) 직업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우짜둥든, 아직은 여전히 멸시받는 직종 中의 하나이다. '거지'라는 직종이 멸시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남들은 새빠지게 자기 능력을 키우거나, 마빡 굴려가면서 한푼두푼 모으고 사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 대뜸 와서는 돈을 내놔라, 라는 식으로 손을 벌리니... 누가 "네~ 알겠습니다." 라면서 자신의 피땀 흘려 벌어 모은 금전을 상납하겠는가.

우야등가, 한국에서의 '신종거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몇번 부딫혔던 일이 생각이 나기도 했다. 3년전인가 여름에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친구와 술 한잔 걸치고 집까지 혼자 걸어가던 도중에, 왠 멀쩡하게 생긴 아저씨가 열라 불쌍한 표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차비가 없어서 그러는데, 전주까지 가는 차비 5,000원만 주면 되지 않겠냐고 한다. 사실 바보가 아닌 이상 정말 차비가 없는 것이 안타까워서 돈을 건내는 이는 없을터이다. 속으로 그냥 이 아저씨, 얼마나 급했으면 혹은 어떤 말못할 사정이 있었으면 하는... 한국인들의 고유한 동정심 유발로 인해 나도 모르게 그냥 5,000원짜리를 내주고 말았던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이 지갑에서 5,000원짜리를 내주는 사이에 그 아저씨는 살짝 내 지갑 안에 있는 만원짜리를 발견하였고 "만원 더 주면 안되요?" 라는 얼토당토 안한 말을 하셨으니... 덴장할 그 아저씨는 중국에서 2~3元짜리 면이나 볶음밥으로 생존했었던 내 현실을 알고나 하시는 말씀인지, 하기사 돈만 뜯어가면 됐지, 내가 뭘 하면 살았든 무슨 상관이겠어.-_-+ (지금 생각해보면 어학연수 시기에 나는 참으로 가난하게 살았다.)


中國에서 이런 신종거지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 일이다. 뻔히 속이 다 보일 뿐더러, 중국인들의 인정상, 이딴 식으로 손을 벌린다고 동정심이 유발되는 이는 전무후무할터이다. 이유인즉, 평소에 눈에 보이는 거지상이 너무나 초라하다.  몇일 간 세수안해 떼국물이 질질 흐르는 얼굴에 옷이니 신발은 다 헤어져 있고, 그리고 뻔뻔스럽게 손을 내밀면서도 "사장님, 복 받을겁니다. 건강할겁니다."라는 말을 연발하며, 소위 상당한 정도의 동정심을 유발시킬만한 겉모습에, 이런저런 노동력까지 감안해본다면 우리나라 신종거지라는 분들은 정말 본받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사람들은 그걸 보고 돈을 꺼내는가.

3년전 어학연수 시기에, 학생 생활 담당을 하던 어느 여선생이 거지들을 특히 조심하라고 당부에, 또 당부를 했었다. 때마침 그 无锡라는 그 동네는 시골에서 상경하던 이가 많이 올라왔을 때였고, 구걸을 하며 귀찮게 하기는 물론, 그 사이를 이용해 쓸이를 해가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에 선생의 주의를 주었다. 그때 그 아줌마가 해준 말이 하나 더 있었으니... 중국의 거지들은 구걸할 때는 불쌍해 보일지 몰라도, 나중에는 좋은 옷에, 좋은 먹거리에 차도 몰고 다니는 이가 있다, 라는 믿기 힘든 말을 했던 것이다. 이는 현실이라기보다는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또 중국인들 특유의 '의심'라 는 전통에서 기인한 발상이라 생각된다. 사실 틀렸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유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구체적은 南京大学 유학생 기숙사 앞에 있는 거지들은 角를 주면 아예 받지도 않는다.-_- 1元 이상은 당연히 받는거라 생각하는 거지가 있기 때문이며, 물론 이는 동양 유학생들보다는 서양 코재이 유학생들이 퍼트린 행위로 인한 현상이 아닌가, 감히 추측을 해본다.

우야등가 중국 생활을 그리 짧게 하지 않은 나로써도, 몇번의 적선을 한 적이 있었으니... 사실 나도 경제적으로 풍만한 것도 아닐뿐더러, 또한 남의 나라까지 와서 내가 남의 나라 거지를 현금으로 돕는다는 것에 대해 솔직히 맘에 들지도 않을 뿐더러, 우째 중국은 적선을 하고나면 기분이 더욱 찝찝해지는 것은 할 수 없는가보다. 그럼에도 몇번의 적선을 한 것이 엄청난 구걸행위에 도망가다, 도망가다 결국 주머니에 있는 角를 털어서 준 적이 있고, (특히 어린 아해들 같은 경우엔 찰거머리다.) 또 한번은 몇일 전 HSK 치고온 날에 거리에서 쭈그려 자는 왠 아저씨와 눈을 말똥말똥 뜨고 구걸을 하고 있는 2,3살도 채 되지 않는 아해를 보고 주머니에 있는 角를 털어준 적이 있다. 나도 나중에 거지가 될지도 몰라 말은 함부로 하긴 그렇지만, 중국에서 많은 거지들을 보고 생활하게 되면, 이젠 거지를 보는 눈까지 생긴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사람을 돕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소시적부터 엄니께 지겹도록 들어왔다. 주변의 친구들이 경제적으로 힘든 일이 생겼을 때에도, 엄니는 항상 아직 니가 돈으로 도울 수 있는 때는 아니다, 라며 말리셨는데, 지금은 이해가 가는 것이 만약 당시 돈으로 친구를 도와주었다면, 그 친구와 지금까지 연락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 친구입장에서보면 쪽팔리는 일이 아닌가.) 부족했던 시절을 겪은 사람이 부족한 사람을 볼 수 있는 법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약간의 생활고는 겪어보지 않았나. 고등학교 이후에는 그럭저럭 살았는데, (그냥 필요한 것을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는 집안 환경이었다.) 그 이전까지만해도 끼니를 거른 적도 많았고, 돈없다고 돈있는 친구들과 거리를 둬야했을 때도 있었다. 내가 지금 하고있는 일, 그리고 이전에 했던 일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아니던가. 돈 몇푼에 자기 자존심까지 쓰레기통에 쳐잡아 넣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이젠 그런 자존심보다도 오로지 물질을 위해 잔대가리 굴리는 이들까지 생긴 이 세상이 참으로 암담하기까지 하다. 이젠 내가 남을 돕는만큼, 나도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라는 기대감은 동화속 얘기로 전락해버렸다.

마지막으로, 우연찮게 이전에 영화배우 故이은주씨가 남긴 유서의 내용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참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돈이 다가 아니지만 돈 때문에 참 힘든 세상이야. 나도 돈이 싫어."


당연한 소리겠지만, 中國에서 구걸하는 이가 여럿이라면 소지품 주의를 꼭 해야한다.

열심히 살자니까.

원문 포스트 : 2006/04/2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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