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임시보관함'의 의미.

우리팬 2008. 11. 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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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잃어버린 것 같다. 항상 그래도 수첩이나 조그나만 다이어리 하나는 꼭 들고다니며 틈틈히 떠오르는 생각들이나, 혹은 기억해 놓을 필요가 있는 것들을 적어두곤 했는데, 올 9월에 생명이 끝나버린 다이어리 대용을 못 찾아서인지, 아님 요즘 그렇게 돌아다닐 일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여간 분명한 것은 메모하는 습관이 확연하게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고 내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피해를 주는 것도 없다. 괜한 엉뚱한 발상이나 생각을 하다보면 머리가 더 지끈지끈해질 수 있으므로, 차라리 단순하게 빈깡통처럼 아무것도 두지 않는 생활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다. 누가 그랬던가, 빈깡통이 요란하다고. 그건 철로 되어 있으니까 그렇지, 사람의 골통속이 비어있다면 결국 내뱉을 수 있는 말들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차라리, 지식이 부족하야 세상의 이치에 대해 무지하다던가, 논리정연한 말빨이 되지 않으므로 아무렇게나 시불딱거리는 것은, 요란한 것이 아니라 쓰레기와 진배없을 것이다.

Gmail.

하여간 메모하는 습관이 줄어들었고, 그에 비해 요즘은 '발송', '보내기', '발행'을 주저하는 습관이 또 생긴 듯 하다. 메일을 보내야 할 대상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직접 대면을 하거나 전화로 말하기엔 주저되는 것들을 나름 컴퓨터 앞에서 대강 정리해놓은 것들을 메일로써 보내고자 했건만, 결국엔 발송하지 않았다. 않았을까, 못했을까. 이 '임시보관함'이라는 공간을 꽤나 오래전부터 봐왔던 것 같은데, 그렇게 제대로 활용하진 않았는 듯 하다. 그렇게 임시로 만들어놓고 보낼만한 사연이나 소식을 전할만한 것이 없었고, 그냥 내가 전하고 싶은 시간과 보내는 시간이 일치시키는 습성이 언젠가부터 자리잡은 듯 하다. 보내놓고 후회한 메일들이 있는가? 몇번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실 잠시 뜸을 들이거나, 혹은 메일 작성 당시의 울컥하는 기분을 잠시 뒤로 젖혀두고, 하루나 이틀 뒤 다시 적어놓고 임시보관함에 저장해놓았더라면, 그 당시의 일들이 어느 정도는 좋은 방향으로 풀려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따지고보면 이 임시보관함에 바로 메모지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부터는 '메일'의 활용이 줄어들기도 했건만, 아직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여러 활용들 中에서, 가장 좋아하고 좋게 보는 것이 바로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는 '메일'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보이스메일이 아닌 '글'로 사람과 연결될 수 있으니... 손으로 쓴 편지보다야 못하겠지만, 적어도 핸드폰으로 보내는 문자보다야, 좀 더 낫지 않겠는가.

근데, 핸드폰의 문자메세지 또한, 컴퓨터로 자꾸 보내는 버릇이 들다보니, 편리하기는 하지만, 조그나만 핸드폰 액정을 쳐다보면 자음, 모음 하나씩 이어쓰는 정성은 줄어들어, 되려 문자 한통에 대한 의미가 줄어든 듯 싶다. 이러나 저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내는가보다는 어떤 것을 보내는가가 주된 것이겠지만.

한 두어개는 곧 발행?

또 대게 그렇진 않았는데, 블로그의 포스트 역시 임시보관함으로 들어가는 습관이 들었다. 애초 블로그라는 것을 시작할 때도 그래왓었지만, 그렇게 포스트 하나하나에 얽메이는 스타일은 아닌데, 작성하고나서 더 '발행'보다는 임시보관함에 '저장'하게 된 것이다. 뭐 포스트 하나 올린다고 세상이 바뀌거나 혹은 누구 하나 그리 신경쓰지도 않을 것이지만, 그만큼 솔직한 낙서를 쓰고, 그걸 세상에 공개를 한다는 것이 두려워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난 10월 이후로 더욱이나 민감해진 악플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그 악플러들에 대한 뻔뻔스러움에 더더욱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괜히 이딴저딴 생각들을 하다보니, 결국엔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라는 생각까지 들길래, 그냥 아무 생각하지 않고 임시보관함에 저장만 시켜놓고, 살포시 편의점에 한번 다녀왔다.-_-v

난 악플을 써봤을까? 한번도 없을 것이다. 92년부터 게시판에 글이라는 것을 써봤고, 또 거기에 대한 댓글도 달아왔지만, 한번도 남을 비방하거나, 혹은 비웃거나 심지어 대놓고 시부리는 짓은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PC통신이라는 세상에서 '예의범절'이라는 것이 자리잡기 전에, 차라리 채팅하던 中에 대놓고 욕을 해버리거나, 꽥꽥거렸던 적은 있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뭣 몰랐을 때의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릴만큼, 내가 저질렀던 그 당시의 짓거리에, 아직도 여전히 부끄럽기만 하다.

'글'이라는 것은 말보다 더 사람에게 의미를 남겨줄 수가 잇다. 말을 한번 내뱉으면 했다는 기억만 남을 뿐, 그냥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이지만, '글'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의 의미와 또한 다시 또 읽을 수 있는 나중의 유효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메일도 그렇고 블로그의 포스트도 그렇고, 잠시동안이겠지만, 이것을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혹은 공개하게끔 하는 버튼의 클릭질이 잠시나마 주춤거려지는 것이다.

소시적부터 이래저래 들어온 말이지만, 말도... 한번 더 생각해서 해야하지만, 글도 한번 더 생각해서 남겨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할지어이다.


그러고보니,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내부 문서의 저장 역시 줄어든 듯 싶다. 어딜가나 인터넷 선이야 다 연결되어 있다보니, 그 활동성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문서나 필요한 화일들을 온라인상에 저장해놓고, 꺼집어내서 사용하게 되었다. 결국 구글이 선구자였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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