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세월의 뭉클함, 그리고 사람의 인생에 대한 가치.

우리팬 2008. 10. 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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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란 참 이상한 물건이다. 언젠가 친구넘 결혼식을 다녀와서 다른 친구 신혼집에서 좀 삐대다가, 동네 비슷한 세넘이서 막차를한다고 동네 곱창집을 찾았는데... 이 곱창집은 이전에 내가 초딩때 줄기차게 갔던, 그 당시 청소년들에겐 거의 아지트화 되었던오락실이었다. 고딩때도 몇번 갔었는데, 오락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흡연을 위해-_- 찾았다. 암튼, 그 오락실의 주인 아저씨,아줌마가 그대로 곱창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소시적이라... 그 당시 오락실만큼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개인의 능력을 발휘,시간 떼울만한 곳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오락실 주인 아저씨의 절대적 권한은 실로 대단했다. 게다가 이 오락실 주인 아저씨의특징은, 팔에 뽀빠이 문신이 있어... 당시 얼라들의 마음 속에  더더욱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흘러 10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 우리는 소주와 곱창, 돼지 껍데기를 시켰고, 그걸 쟁반에 담아서 서빙을 하고 갖다주며 손님 대접을 하는 아저씨와 아줌마를 보니, 뭔가 모를... 세월의 뭉클함이 느껴졌다.


얼마전에 후배 둘과 그리고 학부때 교수님과 간단하게(?) 술자리를 같이 했다. 이상하게도 그 학부때 교수님은 꽤나 적지 않은 자리를 같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더 긴장되고, 어렵게 느껴지고... 그래서인지 더 사고(?)를 많이 치고 했었는데, 이상하게 그 날은 긴장이라기보다는, 좀 더 깔끔한 맨정신에서 같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물론 물리적으로만 본다면, 그도그럴 것이, 소맥을 가장한 폭탄주를 먹었는데, 소맥에 그냥 레몬즙 약간 뿌려 마시는 것이었다. 이렇게 먹다보니, 술도 금방 취하지 않았고, 또 다음날 숙취도 적다고 하셨다. 뭐, 따지고보니... 이런 식으로 마시면 소주 마시는 양이 줄어들게 되니-_-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흠흠. 암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옛날 얘기도 하고, 또 앞으로의 얘기를 하다보니 뭔가 모르게 예전과는 다른 교수님이 느껴졌다. 언젠가 자리를 했을 때, "나도 이제 40이 넘었다..."라며 왠지 힘없는 교수님의 모습이 가슴에 와닿으며, 연세를 드시구나... 했는데, 이제는 40대 중반을 넘었으니, 뭔가 예전만 못하신게 연세를 드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세월에 흘러 자연스레 갖게되는 이런 감정은 부모님의 모습으로부터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다. 일본에 단기연수를 같이 갔던 후배가 말하길, 평생 군인으로 사셨던 아버지를 무심결에 들어보았더니, 생각외로 가볍게 느껴졌단다. 연세를 드신 아버지의 모습에 자식된 입장에선 그렇게 안타까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시가와 타쿠보쿠(石川啄木)의 단가(短歌) 중에, '심심해서 엄마를 업었더니 눈물이 나더라.'라는 것도 있다. 사람 살아가는 세월이라는 것이 각자 살아가기, 느끼기 나름이겠지만서도, 결국엔 불노장생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 사람이 살았던 과거와 행적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또한 그 사람 인생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경험인 듯 싶으다.

몇일 전에 친구넘 韓군이 입원을 했다. 그제, 어제... 나름 문병이 아닌 간병(?)을 한답시고 3인실 병실에서 시간을 꽤 보냈는데, 韓군의 양 옆 침대에는 70이 넘은 할아버지들이 계셨다. 한분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하루종일 링겔을 맞으며 화장실을 오고가고 하셨고, 또 한문은 인슐린 주사를 꼬박꼬박 맞으며 먹고싶은거 먹지도 못하신 채 입원하고 계셨다.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은 그렇게 고귀할 수 밖에 없고, 또 한편으론 정말 별거 아닐 수도 있다. 오늘 아침에 접한 최진실씨의 자살 소식을 들으니... 별에 별 잡생각이 다 들었다. 언젠가부터 계속된 연예인들의 자살, 뭐... 남의 일이려니 그럴수도 있겠지만, 최진실씨만큼은 삶에 대한 집착 그리고 두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그래도 잘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엔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그리 만만한 세상은 아니다. 남의 자살소식을 듣고 베르테르 현상이니 뭐니하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그래도 살아남은 자의 행복을 얻기 위해 조금 더 자신의 인생을 갈고 닦아나가야 할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프로필에 딘 한줄(!) 더 늘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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