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동네 골목길'에 대한 잡담.

우리팬 2008. 11. 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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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로 발전하면서... 아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리 오래살지 않은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장 눈에 확연하게 띄게 바뀌어가는 것이 동네 주택가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발전'에는 분명히 '변화'가 필요한 법, 그러나 예전에는 동네 꼬마들이 쉽게 놀이터를 쓸 수 있었던 곳도, 지금은 어느덧 어른들의 공간으로 바뀌어버렸고, 심지어 내가 어렸을 때 신나게 놀러가던 놀이터도 지금은 주차장으로 바뀌어져 버렸는데, 그 '변화'라는 것은 결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손해인 듯 싶다.(생각해보니, 비만 오면 장화에 비옷을 걸쳐입고 친구들 몇을 불러다가 놀이터에서 조그나만 모래성을 쌓고, 또 물길을 만들어... 나름 저수지, 댐의 기능을 실제로 실습해보았고, 제방이 무너지면 어떤 악영향이 미치는지 직접 보곤 했었는디.-_-;) 다만, 요즘은 야구장을 가든지, 혹은 갈비집과 같은 대형 식당에 가면,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을 만들어 놓았던데, 이거 보면 왠지 씁쓰리한 마음이 드는 것이, 뛰어놓기 보다는 갇혀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파트에서 산지 10년이 다되어 가는데, 이전 소시적 추억하고 있는 모습을 이젠 주위에서 더이상 보기가 힘들어졌다. 동네 꼬마얘들도 유치원이나 학원갈 때말고는 그다지 보지일 않고, 종종 놀러나온 얘들은 위험천만한 도로변이나, 혹은 그 곳에 놓이 바리게이트 위에서 뛰어놀고 있었으니... -_- (이상하게도, 우리 아파트 단지내에 분명히 조그나만 놀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얘들은 또 여기서 안 놀더라고. 나야, 가끔 친구넘과 같이 가서 맥주 한캔씩 까긴 한다만.) 집에 커피가 떨어져서 밖에 나가 자판기 커피 한잔 뽑고 올라올려는데, 얘들이 노는 모습을 오래간만에 봤다. 저 바리게이트 위에서 점프를 하면서 놀고 있는데, 뛰어내리며 외치는 소리가 정말 충격적이었으니... "자살하자~ 자살하자~" -_-;;;

내가 초딩 2학년때 신나게 총싸움을 하면서 놀았던 골목길.

어릴적 신나게 뛰어 놀았던 곳을 다시 찾아가는 것은 언제나 설레이는 일이다. 별건 아니지만, 그때 누구누구와 놀았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더라도, 어떻게 총싸움을 하면서 놀았고, 또 그때 다친 아이가 있었다, 라는 것도 희미하게 기억이 나는 것 같다. 아무리 신나게 떠들고 뛰어다니고 놀아도, 거칠 것이 없었고, 어느 집 아이의 엄마가,"'누구야~ 밥 먹어라~" 할 때까지는 누구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었고,  우리 또한 절대 헤어지지 않았다. 곰곰히 돌이켜보면, 어린 아이들이 '밥'을 꺼려하는 이유 中의 하나가, 분명히 내가 친구들이랑 노는데 방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너무 허무맹랑한가?) 암튼, 신나게 놀고 있다보면 우리는 배가 고픈 줄도 몰랐다. 그때는 저렇게 주차되어 있는 차들도 많지 않았고, 아스팔트가 깔리기 전에는 그다지 차들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우리들의 공간이었고, 우리들의 모임 장소였다. 이 곳에서 우리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든지, '진돌', '얼음땡'등으로 신나게 뛰어다니며 놀았었다. 그런 이미지였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동네 골목길의 의미는.

내가 2년간 살았었던 중국 난징(南京)의 어느 골목.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2년 정도 산 동네가 있는데, 이전에 살던 곳보다는 상당히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였다. 5층짜리 아파트에 살았는데, 어느 집 하나가 집의 인테리어 공사만 하지 않으면 다른 소음은 절대 들리지 아니했고, 그냥 그런 조용한 동네였다. 이 동네 근처엔 중고등학교가 하나 있었는데, 점심시간때쯤 되면 많은 학생들이 오고갔으며, 나 역시도 학교를 오고가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아직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저것 군것질에, 친구들과의 대화, 여자 아이를 괴롭히고 도망가는 남자 아이... 그리고 동네 문방구에는, 촌스러운 화장을 한 한국 여자배우의 사진도 몇개 걸려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대게 아이가 하나뿐인 중국 가정의 특징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동네에서도 소시적 내가 가졌던 아이들이 뛰어노는 추억보다도, 그냥 한적한 동네로밖에 기억되지 않는다.

일본 히로시마현에 속해있는 쿠레(呉)의 어느 동네 골목길.

올 겨울에 일본에 잠시 갔을 때, 숙소를 떠나 다른 곳에서 2박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침 일찍부터 나갈 일이 있어서 문을 나서자, 야구부인 아이들이 같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 동네 역시 정말 조용하다못해 엄산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고요했는데, 그래도 깔끔하게 정돈된 마을의 모습에 '아, 이런 곳에서 살면 참 좋겠구나...' 싶었다. 가정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보니, 굳이 문밖을 나가지 않아도, 창문이나 배란다에서 주고받는 정겨운 인사들, 어지간한 가정집에는 다 한대씩의 차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서였는지 이 동네를 한바퀴 돌다보니... 정말 학교 야구장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물건 파는 편의점 하나도 찾기 힘들었으니.-_-; 그렇게 외곽에 있는 주택가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뭔가가 필요하면 무조건 '차'를 움직여야 한다는게 좀 섬찟했다.

동네 골목길의 형상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사는 공동체의 모습이 각 나라별로, 그리고 각 지방별로 다를 것이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내가 바라는 동네의 모습은,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고, 또 그들의 자식들인 동네 꼬마들이 노는 모습들을 보면서 희미한 웃음을 지을 수 있고, 또 갑작스레 뭔가 하나 먹고싶으면 집문을 나서 몇분 되지 않는 거리를 살포시 걸어가 살 수 있는... 그런 모습인데, 요즘은 어릴 적 내가 살았던 곳만한 곳이 갈수록 사라지는 것 같다. 나보다 한세대 위인 어른들은 어릴 적 논밭을 뛰어다니며 메뚜기도 구워먹고,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고 하셨다지만, 우리 세대(70년대생)에서는  굳이 그런 일을 할려면 시간맞춰 친구들과 꽤나 먼 거리까지 가야만 했었고, 나이가 먹을수록 우리들의 공간이 갈수록 줄어들게 되자, 이래저래 가급적 어른들의 눈을 피해, 혹은 어른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곳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나중에 또 몇십년이 지나 이 동네 골목길의 형상이 어떻게 변해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다만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웃과 더불어 정겹게 살아가는 모습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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