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컴퓨터와 학습도구의 상관관계.

우리팬 2008. 10. 23. 10:38
반응형
컴퓨터란 물건을 가지고 논게(?) 20년째이다. 애초에 8비트 컴퓨터라는 넘을 샀을 때부터 컴퓨터로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는, 단지 '오락'용일 수 밖에 없었다. 기종 역시 IQ-2000 이라는, 당시 잘 나가던 게임용 컴퓨터였고. 이후에 Apple IIe, XT로 컴퓨터를 업글시키면서도 줄곧 컴퓨터의 용도는 게임전용이었다. 가게부도 만들어보고, 또 일기로도 써보고 별 쑈를 다했지만, 결국 게임용을 벗어날 수 밖에 없었다. 중2땐가... 그러다가 386으로 업글을 하면서 '모뎀'이라는 넘을 장착해봤는데, 2400bps 모뎀 하나가 컴퓨터 용도를 완전히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내 인생도 바뀌게 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특히 고딩 1학년이 마칠 때쯤 하이텔의 동호회에서 놀기 시작하면서, '컴퓨터'는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기계라고 믿어의심치 않기 시작했다. 뭐, 지금도 비슷한 생각은 가지고 있다. 이 포스트 역시 컴퓨터로 작성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 글은 또 누군가에 의해 읽혀질 것이고... 뭐, 심심하면 댓글을 남겨줄 수 있고, 또 거기에 대한 답글을 나는 달게 되는 것이고.

언젠가 중국에서 유학할 당시에... 어느 형 하나가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람은 컴퓨터를 가지고 공부하는 시간보다, 그외적인 시간이 더 많게 된다고. 그렇더라고... 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좋으면 좋을수록 더 쓰데없는 짓에 여념없어지는게 사람 마음이더라고. 어지간히 소프트웨어 좀 갖고 놀 줄 안다고, 이것 돌리고... 저것 돌리고, 딴에 컴퓨터 래지스트리 정리나 최적화 좀 시킬 줄 안다고 손만 댔다~ 하면 몇시간이다.-_-; 그랬던 것 같다, 그랬었고.


작년인가 연구실을 처음 받아썼을 때, 집에 있는 데스크탑을 옮길 여유가 없어서, 구석에 짱박혀 있던 노트북을 꺼내들고 학교로 갔다. 근데, 워낙 오래된 노트북인지라 사양이 딸리는건 둘째치더라도, 키보드조차도 맛이 간 상태였던지라, 따로 usb 키보드를 달아서 써야만 했었다. 저 노트북 02년에 허겁지겁산 서브형 노트북으로 휴대하기엔 괜찮지만, CD-rom도 외장형이고, 메모리는 고작 128이다. 그런데 될건 다 된다. 인터넷도 되고, 워드 작성은 물론이고. 비록 버벅거리는 XP였지만, 그래도 저런 상태로 1년 넘게 썼던 노트북이었고, 그런 情 때문인지 한동안은 잘 썼던 것 같다.

그러다가 연구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결국에는 장시간 눈에 피로를 주는 작은 노트북보다, 집에 있는 데스크탑을 들고와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마음은 편했으나... 역시나 쓸데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괜히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들, 업뎃은 되지 않았나 확인하고... MS 오피스 쓰기 싫다고 오픈오피스 설치해서 또 지워보고-_-; 소기의 목적인 학습용의 범위를 벗어난 짓거리를 하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물론 사람 마음에 달린 문제이다. 자제를 하고, 현재 눈앞에 해야할 일만 생각한다면 다른 길로 벗어날 리가 없다. 근데 문제는 컴퓨터와 관련된 것이다. 그것도 내 인생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은 세월보다, 사용한 시간이 더 길었다.-_-; 그러다보니 그 넘의 습관이라는 것이, 그 친숙함이라는 것을 떨궈내기가 정말 지금까지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차라리, 업무용이나 학습용으로 다른 짓거리를 하지 못하게 하는 전용 컴퓨터가 나오면 어떨까, 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 넷북(Netbook)과 같은 미니 노트북이 나오면서, 은근 비슷하겠다 싶었는데... 요즘 사양들이 갈수록 좋아지더군.-_-;;;

우짜등가, 컴퓨터는 컴퓨터다. 고딩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 선을 긋고, 그 선을 절대 지우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건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 부질 없는 짓일 수 밖에. 사실 아직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를 구분하기 애매한 구석은 없지 않아 있지만서도. 흠흠.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인지, 얽메여져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너무 익숙한 것도... 특히 돈도 안되는 일에 익숙한 것은 정말 사는데 망구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 난 그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고욤.~


밤샌 아침에... 불현듯 노트북에 우분투 8.10 beta를 깔았다가, 혼자 삽질만 2,3시간을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삭제해버렸다능. 이런 삽질 자주 하면 정신건강에 심히 좋지 아니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