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이런저런 사전(辭典) 이야기.

우리팬 2008. 10. 2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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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전(辭典)이라는 책(?)을 산 것은 아마도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일 것이다. 지금은 초딩때 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부터, 아니 심지어 엄마 뱃속에서부터 영어공부를 하는 시대가 왔지만서도, 내가 중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영어'라는 외국어는 중학생 이상의 전유물인 고급 학문(?)이었다. 사실 나 역시도 6학년을 끝내기 전에, 어느 서울 전학생 친구넘의 영향으로 알파벳을 습득하고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당시 반에는 1학년이 시작하고 한달이 지나도록 알파벳도 다 못 외워서 고생했던 아해들이 몇몇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2학년때부터는 그래도 나름 영어 맛 좀 봤다고... 또, 영한사전뿐만 아니라 한영사전까지 구비한 몇몇 아해들이, 응큼한 분야에 호기심을 발동하여... 이런저런 각자의 사전들을 펼쳐두고... 질풍노도, 격동의 청소년 시기에  궁금했던 단어들을 열심히 찾았던걸로 기억한다. 그때 아마 난생 처음으로, 각 출반사의 사전 비교를 했을 것이다. 나름 진지하게.-_-v 당시 가장 흥미진진하고, 또 쉽게 외울 수 있는 단어가 바로 penis 였다.-_-;;; (물론 그외에도 기억나는 단어가 몇개 더 있는데...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중3때가 되고나니 새로 영어사전을 사는 얘들이 늘어났다. 과외등으로 영어실력이 늘어난 부유형 우등생들도 있었고, 또 각고의 노력 끝에 영어사전을 걸레화 시킨 노력형 우등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처럼-_- 남들 산거 괜찮게 보이길래 따라 산 그저그런 성적의 아해들도 있었다. 그때 유행했던 것이 영한사전이 아닌, 영영한 사전이었다. 이름이 혼비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암튼 내 기억이 맞다면 영국식 영어사전이었고, 한국어 뜻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도 설명이 되어 있었으니, 은근 영어를 좀 더 공부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적지 않은 아해들이 이 사전을 애용했다. 나 역시도 이 유행에 동참을 했지만,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결과에 실망을 하고, 혼비 사전은 막내 동생에게 넘기고, 그냥 엣센스 영한 사전을 새로 사서 대학 입학때까지 썼다. (지금도 거실에 있는 책장 찾아보면 다 있을 듯.)

대학에 입학하고나서는 영어사전과 거리가 멀어졌다. 1학년때까지는 영어 수업도 억지로 들어야 했지만, 전공이 전공인지라... 학년 중에는 토익 준비조차도 하지 않았었다. 일문 전공에, 중문 복수전공이다보니... 자연스레 일본어와 중국어 사전을 써야만 했는데, 일본어 관련 사전만 해도 3가지가 넘었었다. 일한, 한일, 한자사전. 그리고 나중에 일본이나 중국에 연수를 갔을 때, 중일사전이나 일중, 혹은 일본의 국어사전까지도 사들고 왔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관용어 사전이니 중일영 사전이니...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사전들이 책장 위에 즐비해 있다. 그래도 종종 필요할 때가 있더라고.

중국어 사전 역시 마찬가지다. 한중사전은 이제까지 한번도 내 돈을 주고 사본 적이 없다. 왠지 한중사전과는 인연이 맞지 않았던 것 같고,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한중사전의 비효율성에 대해서 떠들기 시작했다.-_-; 당시 내가 써먹은 핑계거리는, "한국어로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한중사전을 찾아서 바로 찾지 말고, 그 단어를 중국어로 설명할 수 있는 훈련을 하라." 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은근 멋드러지긴한데, 사실 따지고보면 먼저 한국어 뜻을 숙지한 다음, 중국어의 쓰임을 살펴보고, 또 어감을 비교해보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예전에 나온 한중사전은 상당히 내용면이나 양이 부실했다. 특히 중국에서 출판된 휴대하기 좋은 중한/한중 사전은 지금까지도 저주를 퍼붓곤 한다.-_-v 한어사전이라고 해서 중국어 학습자들이 중국에 연수만 가면 사오던 사전이 있었는데... 사실 나는 이 사전을 주사전으로 쓸려고 발악을 하긴 했지만, 그리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아직 실력이 덜되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지금에 와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한국어 뜻을 찾아놓고, 그리고 百度에서 내가 찾은 단어를 돌려버린다.-_-v

요즘은 종이로 된 사전을 그리 이용하지 않는다. 전자사전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종이세대에서 디지털 세대로 넘어가는 세대이기도 하고, 또 휴대의 용이함이나, 검색에 있어서도 전자사전이 훨씬 편하다. 그런 편리함 때문인지, 요즘 주변에 어학과 관련있는 대학생들을 보면 거의 다가 전자사전 하나쯤은 다 들고 있다. 일본어 쪽은 카시오 제품을 많이 쓴다고 하고, 중국어는 누리안껄 많이 쓰는가보다. 어느 회사의 제품을 쓰든지간에, 그건 개인 문제이고... 다만 좀 아쉬운 것은, 너무 전자사전에 익숙해져버리면... 종이사전 찾을 때 허둥바둥한다는 점이다. 전자사전보다 종이사전은 단어를 찾을 때의 훈련량을 좀 더 필요로 한다. 발음을 알면 바로 순서에 맞게 찾으면 되고, 아예 모르는 글자 같으면 부수나 획순으로 해서 찾아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역시 전자사전에도 있으나... 전자사전의 최대 장점인, 터치팬으로 그려서 찾는 방법이 있다보니, 부수/획수로 찾는 방법은 그다지 쓰이지 않는 것 같다. 뭐, 계산기가 좋니, 주판이 좋니... 하는 문제일 것 같다.

예전에 번역한답시고 깐죽거리고 있을 때, 상당히 도움이 됐던 일본어 한자 읽기 사전이 있는데, 기존의 사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큰맘 먹고 다시 구입을 했었다. 들고다니기도 부담될만큼 두께도 있었고, 또 같은 목적의 사전이 두개있다는게 찜찜하긴 했지만... 역시나 어휘량이 적은 사전은 도저히 안되겠더라고. 지금 책상 어디엔간 짱박혀 있을터인데... 컴터 사진 정리하다가 일전에 찍어놓은걸 보니... 사못 감회가 새롭다.



글쎄다... 종이사전의 매력이라면, 어휘를 찾고 표시를 해놓을 수 있는 점인 것 같다. 나중에 심심할 때 사전 뒤적이며 '아, 이 단어를 찾았었구나.' 하면서 반복 암기를 할 수 있고, 또는... 몇년이 지나서 예전의 미천했던 실력때 열심히 찾던 단어를 보며 그냥 뿌듯해할지도 모르고, 또 스스로 기특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고... 위에 찾은 屋根(やね)는 2학년 일문강독 시간에 찾은 단어인거 같은데... 밑에 屋台(やたい)까지 표시를 해둔 것은... '이동식 포장마차'가 딱 눈에 띄어서 표시한 것으로 기억한다.-_-v 그런데, 실제로 써먹은 적은 두 단어 모두 한번도 없네.-_-+ 지붕있는 집 얘기할 껀덕지도 없고, 포장마차를 이용할만큼 지갑이 두둑하지도 않았으니.-_-;

아직은... 종이사전이 정겹고, 편하다. 다만, 휴대시에는 할 수 없이 전자사전 밧데리부터 확인하고, 가방에 넣고 다녀야만 한다.

간혹 펌웨어 업뎃하며 은근 속도업을 기대하지만, 언제나 별다른 점은 없다.-_-; (2년전에 산 누리안 X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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