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대학 학과 홈페이지에 대한 단상.

우리팬 2008. 8. 14. 02:37
반응형
지나간 몇년 시간이라는 것은 참 빠른 것 같다, 라는 생각할 정도면, 다들 '세월(歲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고딩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시점까지도, 당시 나의 대인관계를 만들어주던 어느 모임을 가든지 막내 역할을 했었는데, 지금은 띠동갑이 대학교 1학년이 되어버렸다.-_-; 학부를 졸업한지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여전히 학교라는 울타리에 머물고 있고, 또 내년부터도 역시 그렇게 될지 확실친 않지만, 대학 후배들을 볼때면 가끔씩이나마 가슴 한편에는 내가 학부생이었던, 나름 신선했던(사실 당시 나를 신선한 신입생내지, 팔팔한 대학생으로 봐준 이도 없었다만-_-;;;) 대학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학과마다의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 보이는 재학생 후배들의 학교생활이나 단기, 장기 어학연수 생활을 보면... 어쩜 그렇게 그때의 나랑 비슷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좋은 뜻이 아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전공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지만, 학과에 대한 호감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니, 내가 유일하게 학과활동에 참여 했던 것은 학술제의 원어연극 당시, 고작 PPT를 이용한 한국어 자막 제작 및 현장에서의 싱크밖에 없었다. (정말 생노가다였지. 백장이 넘는 대본을 워드로 쳐야했으니-_-)

군제대 전, 그러니까 대학용어로 말하자면 복학생 예비역 시절 전은 일단 언급하지 않겠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의 학과 홈페이지라는 것은 단지 홍보용으로 쓰였을 뿐이지, 학과내의 선후배, 동기들의 친목이나 스터디, 혹은 자료공유의 목적을 가진 곳이 거의 없었다. 내가 예비역 딱지를 달고부터는 각 대학마다 앞에서 언급한 목적을 가진 학과 홈페이지들이 등장을 했는데, 친목 해봤자 잡담 수준, 그리고 농담 수준... (뭐 간혹 진지한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오는 졸업생 선배들도 있었지만) 그리고 학과 홈페이지의 자료라고 해봤자, 수강과목의 리포트를 프린트해서 제출하는 대신 제출목적으로 올리는 정도로밖에 쓰이질 않았다.

내가 인문대 출신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학부생 당시일 때에는 홈페이지에 글 하나 올리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뭐, 그냥 마우스로 클릭질 하고, 몇자 타이핑해서 완료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슨 얘기를 해야하는데~라는 주제의식, 왜 올려야 하는데~라는 목적의식, 글로는 쪽팔리는데~라는 개인성향들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 홈페이지는 언젠가 사라져버려, 그때의 글들은 지금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와... 이 사진이 남아있긴 남아있구나.-_-; 내가...... 있네.-_-;

단지 학과 특성만이 문제였을까? 글세, 그 당시엔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사이트가 붐을 이루었는데, 그 주축을 이루었던, 그 붐에 일조했던 또래가 바로 내 나이의 아래위 한두살 정도였다. 아니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군제대로 했겠다, 만날 사람도 적겠다... 기억은 잘 나지 않아도 얼굴이나 이름을 보면 언뜻언뜻 떠오르는 초딩 동창들. 물론 그때는 요즘 다들 가지고 있는 미니홈피라는 것도 없었고, 그리고 신선했던 초딩 동창들과의 재회에 빠져, 직접 만나기도 어려우니 아이러브스쿨의 동창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오고가고 했는데, 이 역시도 당시 대학 홈페이지가 제대로 재학생, 졸업생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게 했던 이유 中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겪은 가장 큰 모임은 초딩 동창들 전체모임을 가져, 100명이 넘는 인원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운동회를 열었을 정도였다.-_-;)

지금은 그러한 외도(?) 현상이 더더욱 쉬워진 이유는, 굳이 학과 홈페이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상대의 미니홈피를 방문, 방명록에 글 하나 '비밀이야!'로 남기고, 일촌을 맺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재학생들이 굳이 학과 홈페이지를 이용하지 않아도 학교사람들과 인터넷을 통해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_-;) 대학입시 수시모집으로 이미 연말에 입학이 정해진 아이들이 싸이를 활용해 입학 훨씬전부터 재학생들과 교류를 하는 것도 상당히 신기해보였다. 남들이 보는데, 그래도 내가 속해있는 학과의 선배나, 앞으로 들어올 후배들이 볼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에 쉽사리 정적인 게시판에 글들을 굳이 남길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을 잠시 바꾸어보자. 미니홈피는 사라질 수 있다. 내가 학부에 있을 때 붐이 불었던 아이러브스쿨의 우리 동창 모임 페이지가 아직 남아있는지,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나는 그 곳을 다시 찾아가지 않는다. 그러니 그 당시에 남긴 글을 다시 찾을리도 읽을리도 없다. 미니홈피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 당시 1,2년 부쩍 가까워진 사이라 할 지라도, 실연의 아픔이라든지-_-; 혹은 환경의 변화라든지, 자신의 미니홈피에 장기간 신경을 쓰지 않거나, 혹은 아예 탈퇴를 해버리는 경우도 적잖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과 인터넷을 통해 이어진 글을 보존하고, 추억한다는게 쉬운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학과 홈페이지는 좀 다르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홈페이지는 설령 리뉴얼을 하더라도, 이미 저장된 게시판글, 사진, 자료들을 백업을 해놓았을 것이며, 또 평소 잊고있다가도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고 싶다면, 언제든지 찾아가 다시 열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무리 대학생활이 개인주의가 심하고, 또 요즘 대학들은 이전보다 더 그런 경향이 심해졌다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 대학 선후배, 동기의 정이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음직한데, 결국 개인화된 미니홈피, 블로그등의 매체가 그런 단합의 장소와 멀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학연을 중시하는 곳은 또 모르겠다. 내가 나온 대학은 학연은 그리-_-;;;)

이 문제에 대해 오프상에서 몇몇의 후배를 잡아놓고 이야기를 꺼낸 적도 있으나, 역시나 그다지 먹혀들진 않았다. 뭐 다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인데, 이딴 곳에 신경쓸 겨를이 어디있어요~라면 정말 할말없지만, 스승의 날에 옛 스승이 떠오르고, 또 찾아뵐 수 있는 것은 그 스승이 내 모교에 남아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자신이 어느 곳에 있든지간에 대학생활의 추억 또는 선후배, 동기의 흔적을 떠올리고 싶다면, 미니홈피 방명록보다는, 학과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이 좀 더 낫지 않을까나.

전공의 영향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어학연수에 도움이 되는 관련자료를 찾는 후배들이 상당히 많다. 아니, 대부분이다. (어떤 후배는 찾다가 내 블로그까지 온 적이 있다고 한다.-_-; 그닥~ 필요한게 없을건디.) 힘들고 바쁜 어학연수 생활이지만, 잠시나마 짬을 내어 학과 홈페이지에 남긴다면 어떨까? 그 밑의 후배는 굳이 검색엔진을 써가며 일일히 찾을 필요가 없이, 내 선배가 겪은 생생한 체험들은 바로 찾아볼 수 있으니, 이 또한 학과 홈페이지의 장점이 아닌가. 듣기로는, 우리 학교에서는 10여장의 보고서 작성, 제출만으로 끝낸다는데... 그건 학교를 위해서이지, 학과를 위해서는 아닌 것 같다.


얼마전에 상해에 주재원으로 있는 대학 동기의 전화 한통에 부리나케 나가서 술한잔 걸치고 온 적이 있었는데, 서로 술값 낼려고 자청하는 아해들의 모습을 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웃음이 나오더라. 학부때만 하더라도, 주머니돈 탈탈 털어서, 학교 안에서 모기와 싸워가며 소주에 새우깡을 즐겼는데.-_-; 아~ 그냉이 좋겠다, 10월달에 장가간댄다~ 꺼이. 내가 요넘보다는 일찍 갈 줄 알았건만.-_-;;;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