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무협을 읽고, 보고, 그리고 느끼다.

우리팬 2008. 8. 1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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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우연히 김용의 작품들의 한국어판 TXT화일을 구했다. 그냥 있길래 다운을 받아놨는데, (한국은 이런 자료를 찾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나, 중국 같은 경우엔 어렵지않게 검색 한번으로 원문을 다운받을 수 있다.) 그걸 핸드폰 안에 집어넣으니,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시 좋은 시간떼우기 도구가 되더라고. 돌아다니다보면 어린 학생들 뿐만 아니라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문자확인내지 발송을 하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뭐 그리 바쁘게 이동하면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경우는 아니니) 핸드폰 액정화면은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있지만, 액정화면의 내용은 사실 김용의 무협지이다.-_-;

사실 학부시절에는 장시간 이동시에 가방안에 있던 책을 꺼내읽곤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게, 이때는 오히려 이때 집중이 더 잘되었던 것 같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30분 넘게 집중해서 글자를 읽는게 눈에 피로가 쉽게와서, mp3 듣는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음악으로 심심하고 무료한 이동시간을 떼우는 것도 하나의 낭비같이 느껴져서인지, 몇년전부터는 음악 대신 DVD 드라마나 영화 화일의 음성만을 mp3로 변환하여 mp3 안에 집어넣고 듣고 다녔다. 지금 내 하드 안에 있는 드라마, 영화 mp3 변환화일 목록은 대강(!) 다음과 같다.


다시 돌아와서... -_- 뭐 그랬는데... 요즘은 이동시에는 그냥 핸펀에 들어가 있는 김용의 작품들을 본다. 이동시간이(내가 버스나 지하철을 탄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지라, 그다지 부담없는 것으로도 제격이었고, 또 예전에 한번이상은 읽은 적이 있지만, 상당히 재밌게 본 것들이라... 다시 나름대로 재해석을 하면서 읽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김홍신 편역의 삼국지(三国志)를 읽었었고, 그 후에 읽은 것이 영웅문의 3부인 의천도룡기(倚天屠龙记), 그리고 요즘은 2부인 신조협려(神雕侠侣)를 본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영웅문 시리즈 中에서 1부를 가장 재미없게 읽어서인지(재미없다는게 아니라, 영웅문 시리즈 中에서-_-) 그냥 3부부터 고르게 되었는데, 시간적 순서를 거꾸로 읽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되려 예전에 잘못 이해한 부분, 대강 읽고 넘어간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양과(刘德华)와 소용녀(陈玉莲)

예를들면, 예전에 신조협려에서 무심결에 넘어갔던 부분이 양과(杨过)와 관련된 처자들의 문제이다. 대게 김용의 작품 중에 죽음을 초월한 절대적인 '사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양과'인데, 이 아저씨가 잘나서인지, 아니면 은근 다른 여자들에게 호감을 받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신조협려에 나오는 많은 처자들과 관련을 맺게 된다. 정영, 육무쌍, 곽부, 완안평, 공손녹아... 그리고 3부 의천도룡기까지 이어지는 곽양까지, 거의 출현하는 모든 처자들과 남녀관계를 맺을 뻔한, 맺을 수 있는 관계이다. 물론 이러한 관련에 대한 전제로, '만약 소용녀라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망구 내 생각이지만, 김용이라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남녀문제에 있어서 마초적인 인물을 그려내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작품보다 다양한 조연급 처자들이 출연하며, 모두 앞의 전제만 없다면 이어질지도 모른다(다들 한번씩은 양과에 대해 호감을 품었다)는 가능성을 심어놓았다. 그러나 정작 양과 자신은 오로지 소용녀만을 봐라보도록 설정해놓고, 이야기도 꼬아놓았다, 라는 것이 이번에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이었다. 소설의 첫머리에 나오는 元好问의 송사(宋词)를 약간 바꾼 "情是何物只教生死相许?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느뇨?)... 이하 생략"라는 문구를 집어넣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실제 김용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宋词가 이 元好问의 <摸鱼儿>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양과(古天乐), 소용녀(李若彤)

양과(任贤齐), 소용녀(吴倩莲)

양과(李明顺), 소용녀(范文芳). 앗, 글고보니 작년 PIFF 때 내가 이 언니 공항에서 픽업했다.-_-v

암튼, 이 신조협려를 읽은 남정네라면, 이런 사랑, 복잡하면 복잡하다고 할 수 있는 관계를 갈망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을까나.-_-; 그리고 후에 양과는 국가대사를 위해 원병을 물리치는데 일조를 하고, 소용녀와 16년간의 이별 후 재회를 하고, 또 마지막 화산논검에서 서광(西狂)이라는 별호까지 받고 사랑하는 소용녀와 은거를 하였으니... 이보다 더한 쌈빡한 남자상이 또 어디있으랴.-_-+ (왜 소용녀와의 이별이 하필 16년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 생각은 해봤는데... 물론, 소설 속에서 양과가 묻고, 소용녀가 답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뭐 역시 이 문제는 왜 개그콘서트의 '달인'에서 김병만은 꼭 16년동안 뭔가를 했다는가와 이유가 비슷한 것 같다.-_-;)

양과(黄晓明), 소용녀(刘亦菲)

나는 무협매니아는 아니다. 물론, 관심은 언제나 가지고 있고, 또 여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하는걸 즐기긴 하지만, 내가 읽는 작품은 김용, 그리고 고룡의 절대쌍교가 전부이기 때문에, 무협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 알지는 못한다. 그냥, 김용의 팬이라고 해두자. 가끔은 무협지에, 그리고 무협물에 소비하는 시간이 과연 필요할까... 라고도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뭐...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기 나름아니겠는가. 김용의 작품은 역사와 관련이 있고, 역사상의 실제 인물도 출현한다. 아니, 다르게 해석을 하는 이들은 김용이 단지 역사적 사실에,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가공의 인물들을 집어넣었을 뿐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뭐, 그러면 어떠랴... -_- 무협은 단지 무협으로 봤을 때 가장 신이나고 재미가 나며, 또 거기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은 따로 찾아보는 좋은 동기거리가 되는데.

상당히 오래전에-_- 北京에서 산 책인데... 아직까지도 거의 새책이다.-_-;

언젠가... "6살때 처음으로 김용의 작품을 읽었다", 라는 북경대 출신의 푸다오에게 왜 김용의 작품이 인기를 얻으며, 다들 좋아하는가... 라는 질문을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의 문체는 아름답다.'였다. 여전히 원문을 읽어도 제대로 이해못하는 구석도 많고, 또 아직 아름다운지 아닌지 느낄 수 없는걸 보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핸드폰의 텍스트뷰어는 한자를 지원하지 않는다. 만약 한자만 지원했더라도 원문을 억지로라도 집어넣었을텐데 말이다.-_-+) 그래도... 무협의 세계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지 않은가.


사실 이 포스트는 도아님의 최근 포스트 김용의 위작들... , 김용의 서검은구록 - 건륭제는 한족?을 읽고 한번 생각나서 끌쩍여본건데, 쓰다보니... 처음부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크~ (트랙백을 걸만한 핑계도 없을 정도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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