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h~ blah~

씁쓸한 나만을 위한 셀레브레이션.

우리팬 2009. 7. 8.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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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꽤나 오랜 기간동안 투자(?)한 일이 드디어 내 손을 떠났는데... 주위를 돌아보니 혼자더라. 거 왜 있잖우... "엄마, 나 100점 받았어요~"라면서 폴짝폴짝 뛰는 그 사소한 즐거움, 근데 대상이 '엄마'라는 사람이 아니라, 나이가 들다보니 단지 그냥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때가 있더라고. 아니 이미 있었지비.

괘나 오래된 것 같은데, 내가 하면서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반 정도 하고나니 딱 그런 기분이었다. 내딴에는 날아갈 듯이 기분이 째지면서 (아싸~ 사투리 작렬) "그래, 욕봤다."라는 괜한 소리라도 한번 듣고 싶어지잖우. 그게 01년이었나... 02년이었나... 하여간 그때는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시간도 참 애매한 저녁 10시 정도였었고, 마땅히 자랑할만한 사람이 없다보니... 결국에는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연락을 했더랬다. 그래도 한때는 나와 무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슴메. 게다가 당시 그 주위엔 자랑을 할만한 사람이 없었다니께로. 운좋게도(?) 그녀는 나의 전화를 받았고, 무작정 그녀가 버스를 내리는 곳까지 한걸음에 달려가고선 그닥 별말 하지도 못하고... 그냥 집까지 데려다주고 귀가했더랬지비. 그때는 정말 씁쓸한 정도가 아니라 처량의 극치였다. 내가 그 꼴 보일려고 거기까지 나간 것도 아닌데... 자랑은 하지 않더라도 누구든 불러서 소주라도 한잔 사줬을터인데 말이다. 하여간 그 일 때문인지 다행스럽게도 그녀에게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았고, 면상조차 보지 않게 되었다.-_-v 뭐 그래도 지금쯤 어디에선가 잘먹고 잘살고 있겠지비.

오늘 딱 그랬다. 뭔가 ... 뭔가라기보다는 그리고 뭔가를 했다라는 뿌듯함이라기보다는 그래도 몇년간 질질 끌어왔던 일들, 원래대로라면 이미 몇년전에 끝냈어야 하는 일을 드디어 내 손에서 떨쳐버렸는데... 또 사람이 없는거다. 그래도 지금은 자취생 신분은 아닐지어인데, 왜 그렇누. 언젠가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보다 혼자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성격도 바뀌었고... 그때의 씁쓸한 기분은 다시는 느끼지 않을 법도한데 말이다... 그냥 문득, 영화 '역도산(力道山)'에서 설경구가 마누라한테 했던 소리, "다 잘될꺼라고 말해줘."라고 말한게 딱 느껴지더라고. 미래형도 아니고, 내가 듣고싶은 소리는 "욕봤다."일터인디...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닌셈. 하기사 이런 자랑할만한 사람이 있었다치더라도... 예전에 느끼고자 했던 순수한 마음은 되찾기 힘들었을터이다. 내 나이가 몇이누.-_-;

그래서 일찍 자기로 했다. 무언가... 꿍꿍한 일이 있거나, 신경 거슬리는 일, 혹은 화가 나는 일이 생길 때... 가장 좋은 방법이 고마 DB 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다. 일단 책 한권 집어들고, 방에 불끄고... 누워서 책 좀 읽다가 잠을 청할려고 했는데... 그때 문득 '팍' 하는 느낌과 함께... 벌떡 일어났다. '에이, 그래도 그냥 넘기긴 아까운 하루잖아.' 일단 담배가 떨어질 때가 되었고... 대강 청바지에 티 하나 집어입고, 지갑과 핸펀 하나 챙기고 집을 나섰다. 별다른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담배 사러 가는 길이다, 라고 생각했을 뿐. 근데...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내려오면서도 자꾸 나를 자극하는 넘이 있다. 이 넘이 천사인지 악마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그렇다. 편의점을 거쳐, 결국엔 우리집에서 제일 가까운 대형마트까지 갔다.-_-v

나는 '전화통화'하는 것을 그리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일없이 전화통화 하는 것은 02년 이후로 끊었다고 자조하고 산다. 그런데 핸펀을 꺼내들었다. 한창 업무중인 崔양에게 나름 소기의 목적을 가지고 전화를 걸었다. 7월말 1박2일짜리 여행가는 문제로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별다른 기대가 없었지만, 의외로 주변에 그 곳에 다녀온 사람이 있다고 한다. 대신 물어봐주겠다, 라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덴장... 지는 지 기분 꼴릴 때 새벽 1시든, 2시든 전화 걸어서 "지금 이 시간에 눈 떠있는 사람은 선배밖에 없잖아요."라고 했으면서.-_-; 저녁 9시가 다되어서까지 퇴근하지 않는 그대의 정체는 당췌 뭐란 말이냐. 집에 좀 가라!!! 열심히 일하는 척 좀 하지마~

공사중이던 인도 길을 죽~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마트 앞까지 왔다. 그 앞까지 다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생각했다. "들어가야 하나?"-_-; 별 생각없이 그곳까지 발길이 닿았지만, 별 생각하지 않더라도 대강 내가 들어가면 무엇을 사서 들고나올지 뻔했다. 에라이~ 들어갔지비.-_-v 들어가자 눈에 띄는건 딱 두개다. 언제든 다소곳이 인사하는 마트 매장입구의 직원과... 날도 더워지고, 게다가 비까지 왔으니 반바지를 넘어선 일명 핫팬츠를 입은 언니야들? 혹은 아줌마들이다. 아니, 나도 남정네인데... 그래도 아직은 '총각' 소리 듣는데... 좀~ 싶더라.-_-+ 그렇게 따지면 사각팬티를 입는 남정네들, 그 차림으로 집밖에 나가도 된다. 차라리 사각팬티가 더 반바지처럼 안 보이는가?-_-;;;

나는 마트 구경하는 것을 그럭저럭 좋아한다. 그렇게 아직까지는 '소비생활'을 제대로 영위한 적은 없어서인지, 이런저런 물건들, 즉 팔리거나 사지는 물건들은 보면 또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떤 먹거리나 물건은 평생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거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그 물건은 나외의 또다른 구매자를 위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같은 사람이야 그저 눈요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내딴에 나를 위한 셀레브레이션이라지만서도, 나는 내 자신에게는 그다지 투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혼자서 뭘 먹든지, 혼자서 뭘 하든지... 거기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거나,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까 입구에서 딱 들었던 생각. 소주 2병, 그리고 안주거리.-_-;;; 소주야, 빼도박도 못하는 정해진 교과서틱한 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터이고... 문제는 안주였다. 뭘 먹지? 편하게 대강 살려고 했다면 마트까지도 아니 왔겠지비... 고마 아파트 바로 밑에 있는 편의점에도 그럭저럭 안주거리로 떼우거나, 안주거리로 만들 수 있는 넘들이 존재한다.

지난 주말에 매부(妹夫)가 우리집에 왔을 때, 같이 먹거리 좀 산다고 마트에 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해산물 코너를 가니 살만한게 몇개 보였었다. 그 날은 내가 해준답시고, '칠리새우'를 단돈 2,990원에 만들어 줬는데... 오늘은 소주와 궁합이 맞는 넘을 찾아야 하니 안되겠고... 이리 돌다, 저리 돌다가 안주거리를 만들 넘을 손에 들었다. 새우를 좋아한다라기보다는 (남들은 내가 새우를 좋아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가장 먹기 편한 바다에서 나는 생물체이길래 일단 하나 골랐는데, 바로 옆에 바지락이랑 같이 해서리 할인해주는 넘이 보였다. (9시가 넘으면 마트는 할인행사 中이 아니던가. 오옹~) 고마 티만 나게 국에 넣을만한 새우... 랑 바지락이랑 어느정도 넣어놓고 2850원인가?에 팔고 있었다. 일단 요넘이 오늘 안주거리의 메인이다.... 으흐흐. 그리고 지난번 마트에 왔을 때 봐두었던 국, 탕거리용 넘들. 그러니까 어지간히 알아서 갖은 재료와 육수, 양념을 넣어서 팔고 있는 것들 중에 가장 새우와 바지락과 어울리는 것으로 찾다보니까 이름이 '버섯전골'이더라고. 요넘을 들었다. (이게 자취생들의 습관이 아닐까나... 오리지날 재료로 만드나, 이렇게 모아서 해먹는거나 맛에 있어선 별다른 차이가 없더라고.-_-; 기분 탓이겠죠~)

계산대로 룰루랄라 걸어갔다. 솔직히 소주 말고도 잭콕이나 일본술...을 한병 사고싶었다.-_-; 근데 나는 나를 위해 투자를 그리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고마 소주 두병이면 족하다. 흑. 딱 한병이면 적당하고, 두병 마시면 잠 자알~ 온다. 이게 요즘 내 주량.-_-; 근데~ 근데~ 에상치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계산대에서 습관적으로 "종투 봉투 하나 주이소~" 했더니만... 이게 7월 2일부터 유료화가 되어버렸디야. 몇달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대형마트에서는 원래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나라의 지원을 받아 공짜로 종이봉투를 제공하고 있다, 라는 사실을 알고 두어번 이용을 했었는데... 이게 유료가 되었단다. 근데 더 큰 문제는 유료화된 종이봉투는 100원, 원래 판매하고 있던 비닐 봉지는 50원이란다. 계산대에 있던 아줌니한테는 미안했지만, 나름 20초 정도 고민했다. 처음에는 돈을 떠나서... 왜 알게모르게 이게 유료화되어 버렸지는가 이해가 안됐다. 나 대한민국 뉴스, 기사들 나름 챙겨보는데... 이런건 없던데?-_-;;; 쓰잘데기없이 누구 불법(?) 재단 만들어서 기부했다, 자랑하는 기사 말고 이런거 기사로 좀 나오면 안되나?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나의 별 생각없는 한마디, "아줌니 같으면 우짜겠으요?" -_-v 솔직히 나는 종이봉투를 선호했다. 아파트에 살다보니 쓰레기 처리 문제도 있고, 종이보는 달랑달랑 들고 집에 가기도 싫었고... 근데 아줌미는 비닐봉지를 권하시더니만.-_-+ 결국엔 종이봉투를 선택하고 물건 집어놓고 영수증 보면서 마트를 빠져나왔다. 7....천... 얼마드라? 세상에 나를 위한, 아니 나만을 위한 셀레브레이션인데 돈 만원도 안 들었네.-_-;

문득 떠오른 친구가 있었다. 이번에 서울에 갔다와서 알게된 사실인데 이 친구가 나도 모르게 공무원이 되었다.-_-;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자 두어통을 쳤는데 내가 만족할만한 답을 주지 않았다. 50원, 100원이 중요한게 아니고... 왜 나라 지원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던 종이봉투가 유료화가 됐냐고!!!??? 그래, 이해한다... 니도 시집가야지.-_-+

아차, 언제 비가 올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내가 나름대로 집밖을 나섰던 원래의 목적이 떠올랐다. 사람은 결국 돌아갈 때 모든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인가.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 가긴 갔는데... 뭔가 새로운게 딱 눈에 들어오잖우. 색깔이 만만치가 않네? 근데 딱 내가 피는 던힐의 한 종류였다. 새로운 종류였는 듯. 근데 담배 10년 넘게 피다보면 껍질 색깔만 보고도 대강 어떤지 알 수 있잖우. 이거 딱 맨솔이네... 나 원래 맨솔 안 피는디... 그래도 셀레브레이션 기념으로다가, 마루타 된다는 생각으로 한번 사봤다. 던힐쪽 직원이 안 와서 어떤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는 편의점 알바 언니야를 내가 도와줘야제. 근데 나중에 집에와서 펴보이... 고마고마한 그냥 멘솔이다. 아, 그리워라... 그때의 88멘솔.-_-+

시험삼아 찍어본 설정샷. 나름 브랜드 이름 안 보이게 할려고 했던 가상한 노력.-_-;

집으로 돌아와서 부엌으로 갔다. 사들고 온 넘들을 하나둘 뜯으니 절로 인상이 찌그러졌다. 나는 해산물, 어패류 비린내 무지 싫어한다.-_-+ 자갈치 시장 신나게 돌아다닐 때야 기분탓에 그냥 그려러니 하지만, 내 손에 묻거나, 내 코에 직접적으로 냄새를 버트리는 그 비린내를 무지무지 싫어한다. 그래도 할 수 없다, 포장된걸 뜯고... 씻었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투하준비를 완료했다. 그래 뭔가 좀 이상하다... 내가 냄비에 물을 많이 넣어버린 것이다. 그 물을 버리기 전에 이미 낙하할 넘들은 이미 낙하해버렸다. 그 중요한 육수까지도 넣어버린 상태.-_-; 아... 다시 간을 해야하는구나. ㅠㅠ

우여곡절 끝에 안주거리 완성, 언제나 그렇지만 뭔가 탕 안에 들어가야 할 무언가가 한두개 빠진 것 같다. 나도 모 예능프로에서 밥벌이로 쓴 방법을 한번 따라해볼까? (라면스프-_-;) 마늘 다진거 실컷 집어넣고 그냥 참기로 했다. 나는 나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강 먹어라. 조미료는 몸에 나쁘다, 라고 자취를 하믄서.-_-;

3인분. 근데 먹을만한건 다 밑바닥에 다 깔려있다는거.

오래간만에 독주(獨酒)를 했다. 딱 한병 마시고 나니까 술맛이 싹~ 가진다. 사실 20살때부터 혼자 자취한 생활 습관 때문인지 혼자서 술 사다가 마시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나의 친구, TV나 모니터 속에서 나오는 나의 친구들이 있다. 갓 자취를 시작하고... 하루는 생수대신 맥주를 사와봤는데, 혼자서 청승맞게 조용한 방안에서 술을 마시는게 너무 어색했었다. 그때 나름 찾은 방법은 TV화면을 통해 또다른 세상을 보는 것이었다. 근데, 문제는 이제는 내가 이 친구들을 너무 잘 알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나로 하여금 또다른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버린다. Friends라는 시트콤도 봤다가, 80년대작인 의천도룡기(倚天屠龙记)도 틀었다가... 가급적 보지 않을려고 하는 하늘에서 떨어진 일억개의 별('空から降る一億の星)'까지 틀었다. 재미가 없다. 그래도 명색이 셀레브레이션인데, 가면 갈수록 청승맞는 것 같다. 결국 한병을 까고... 책을 꺼집어 들었다. 자자... 역시 자는게 남는거다 라믄서.

근데 이게 무슨 셀레브레이션이냐고요... -_-;

내일 아침에 눈을 뜨더라도 조금 마음이 산뜻해진거 외엔 별다르게 달라진 건 없을터이다. 괜한 잡생각하고, 이러니 저러니 시간 떼울봐엔 차라리 생각없이 자든지, 아님 다른 일을 하는게 낫다. 근데 잠이 안 와~ -_-; 그래서 다시 空から降る一億の星를 틀었다. 4, 5분 눈물을 흘리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제는 좀 잘만해진 것 같기도 하다. 더이상 '생각'을 하고싶지 않아서인 것 같다.


참, 나 오늘 마트에서 사온 안주거리. 그 버섯전골. 개인적으론 비추.-_-+

내딴에 두어시간 반 정도 쑈하고나니 똑같이 책 좀 보다가 침대에서 자야하는구먼 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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