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10여년만에, '장초' 담배를 피워보다.

우리팬 2006. 10. 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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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장초담배'라는 것이 있다.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할머니가 살아 생전에 피우셨던 '장미'라는 것도 있었고, 아부지가 피우셨던 '한라산'이라는 담배도 있었다. 그리고, 고삐리때 친구넘들끼리 양으로 승부하잡시고 '하나로'라는 담배를 피웠다가 '이게 담배가?'라며 애꿎은 담배를 버렸던 기억도 있다. 사실 젊은 세대들은 '장초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는다. 그저 아저씨 담배, 라고 여기고 있으며 노점상에서나, 혹은 인부 아저씨들이 피우는 걸로 생각하곤 한다.

집에 그 '장초담배' 中의 하나인 '하나로' 담배가 한갑 있더라. 아마, 집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일하는 아저씨들한테 드릴려고 엄니가 사다놓으신거 같은데, 미처 드리지 못해 집에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제 산 담배도 떨어져 있었고, 사러 나갈려고 보니 지갑엔 지폐 한장 없어, 할 수 없이 '하나로'라는 담배를 뜯어... 쪽쪽~ 한모금 한모금 피우는데 소시적 피웠을 때만큼 그리 나쁜 맛은 아니더라고.-_- 나이를 먹었나, 아님 중국에서 이런저런 담배를 맛보아서인지 어지간한 담배는 다 입에 맞는 것인진 몰라도... '장초담배'를 피우다보니 소위 말하는 '삶의 애환'을 담은 담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들더라고.

담배를 피우는 이들은 한모금 한모금 독성 강한 연기를 몸속으로 집어넣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일반 사이즈의 담배와는 달리 장초 담배는 일단 길다. 긴만큼 이런저런 생각도 더 오래 하게 되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그 시간도 더 길게 마련인 것이다. 한모금, 한모금 빨아대며 요즘 머릿속의 생각들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음이 떠오르자, 한모금이 두모금이 되고, 두모금이 세모금... 결국 그 장초 담배는 꽁초로 줄어지고 있었다.

그래, 한국의 장초담배는... 우리 윗세대, 그리고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또다른 안식처가 아닌가 싶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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