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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정리와 중국에서 산 일본어 학습서들.

우리팬 2009. 12. 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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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년부턴가... 하여간 중국에서 알고지냈던 박사생 형님이 귀국하시고, 그 형님이 사시던 집으로 내가 이사를 들어가게 되었다. 이런저런 다른 장점보다도, 책상 배치나, 혹은 학습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나도 그 형님이 공부하셨던 곳에서 살면 비슷하게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을까.-_-; 당시 시세로 보면 집값도 싸긴 쌌다. 보증금(押金)도 없었고.) 햇빝이 그닥 들어오지 않는 창문을 마주한 커다란 책상,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이제까지 써봤던 책상 中에서 가장 컸던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절대 그 곳에는 컴퓨터를 올리지 않겠다라는 다짐도 미리 했었고. (이미 그 집에는 따로 컴퓨터 책상도 있었다.) 근데, 내가 살던 집에서 쓰던 책상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 가지고 들어오게 되었는데, 본의 아니게 조그나만 방에 책상이 세개나 되었던 것.-_-; 원래 ┏━ 구조의 책상에서 ┏━┓ 구조가 되어버렸는데, 기존보다 편했던 점은 마우스를 쓰는 오른팔, 그러니까 오른팔 팔꿈치가 편하다는거 밖에 없더라고. 그때부터의 습관 때문인지 얼마전까지, 불과 1,2주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쓰지도 않으면서 괜히 잡다한 물건들이나 올려두고, 컴퓨터 마우스를 쓸 때 오른팔이 조금이라도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 구조로 책상을 써왔었지비. 그러다가 과감히 방 책상 하나를 빼버렸다. 사실 지금까지도 완전히 적응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은 방이 넓어진 것 같아 그럭저럭 쓰고있는 편이다.

아직까지 책상 정리를 아니, 책장 정리를 완전히 다 하지 못했다. 06년에 귀국을 하고, 중국에서 가져온 책들 中에 딱 필요한 것들만 방안의 책장에 꽂아두고 이후 정신없이 뺐다 꽂았다가를 반복했는데, 이제는 필요치 않게된 책들, 그다지 볼 일이 없는 책들을 상자안에 집어넣고 베란다에다가 쳐박아 두었다. 이래저래 책장을 채웠던 책들을 빼놓고보니, 막상 지금에와서 나에게 필요한 책들은 뭘까, 라는 쓰잘데기 없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이 한 주가 지나고, 두 주가 지나버려니... 결국엔 이게 책장인지, 아니면 그냥 진열대에 너질러진 종이더미들인지도 모르게 되어버린 채, 지금까지 방치해 두고 있다.-_-;;; (일명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의 책장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가끔 너질러진 책들 中에 손에 잡히는대로 이것저것 손대며 보곤 했는데, 아까 저녁을 먹고 바로 손에 잡힌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이 책 시리즈를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한 그 해 여름 베이징(北京)에 6주간 단기연수를 갔을 때 몽땅 사와버렸는데, ('군대 갔다오고나니 전공을 버릴 수 없다.'라는 사명감이 생기더니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그래도 이래저래 봤는데, 이 책만큼은 앞장에 '내꺼다' 표시 하나 달랑해두고 챕터 2를 못 넘긴 채 그대로 책장에 꽂혀 있었다. 그 죄책감 때문인지 책장 정리 할 때마다 따로 빼두지 않은 채 그대로 꽂아두어놨었고. 그럼에도 여전히 이 책은 시간의 무게에 낡아가고 있지만,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새 책인 것이다.-_-;

이 얼마나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수준으로 챕터를 시작하는가.

당시 중국에서 일본어 학습서를 살 것이라는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다. 그래봤자 연수생답게 제일 먼저 HSK 관련 교재들을 구입했었고, 또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중영/영중 사전, 혹은 한어사전을 먼저 구입했었다. 뭐, 간혹 이 책만큼은 내가 읽을 수 있겠지, 라는 허황된 생각에 별다른 목적없이 산 내 취향의 책들도 구입하고 나니 이후부터는 그다지 서점에 갈 일이 없더군. 아니, 더이상 샀다간, 연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를 때 상당히 귀찮아질만큼의 짐무게가 될 것 같더라고.

근데, 당시 기억을 떠올려보면 내가 있었던 북경외대(北京外大) 근처에는 정말 갈만한 곳이 없었다. 자전거도 없었을 뿐더러 연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어 어디 돌아다니기도 귀찮을 따름이었다. 6주... 그것도 길다면 길다고, 한 4주 지나니까 중국 생활의 무료함이 도지기 시작해서 그냥 그 허송세월이 얼른 지나가버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비. 그래도 천성적으로 빨빨거리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더이상 방안에서 시간을 떼울만한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같이 놀만한 사람도 없었기에 (단기 연수생이 10명 약간 넘었는데, 예비역은 나 혼자-_- 게다가 타과생-_- 룸메는 당시 다른 후배와 눈 맞아서 나랑 안 놀아주고-_-+) 결국 간간히 학교 정문을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나오는 서점을 드나들기 시작한 것이다. 시원허이 에어콘도 빵빵하겠다, 오래 있는다고 뭐라하는 사람도 없고... 또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서점에 대해서 그리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으니까 얼마나 신기한 보고같이 느껴졌겠는가. 잡지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역사서 코너에서 내가 알고있는 중국사와 책에 나온 것을 비교도 해보고... 하여간 그러다보니 시간은 정말 잘 가더라고. (해질 때까지를 기다려, 이후 음주시간을 기다렸다는 것이 지금에와서 결정내리는 진실이다.-_-+)

그러다가 나중에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했던 곳이 바로 외국어 코너였는데, 전공도 전공이지만 중국사람들은 외국어를 어떤 식으로 공부할까가 궁금하기도 했다. 뭐, 지금이야 별 일 아니지만 당시 한국어 교재 두세권 꽂혀있는 것을 보고 나름 뿌듯하기도 했고, 또 조선족 말투로 적힌 회화문을 보면서 혼자서 실실 웃었던 기억도 있다. 바로 옆이 일본어 코너였는데, 와... 내가 한국의 서점에서 봤던 일본어 학습서들보다 더 많이 있는 것 같더라고. 사전이면 사전, 또 활용 사전도 많았고, 교재 역시 이런저런 그림이나 사진, 그리고 괜히 종이질만 높혀 가격만 올린 우리나라의 교재들과는 또 다르더라고. 겸사 일본어 능력시험 수험에 관한 책들도 뒤지기 시작했는데, 사실 당시엔 히라가나와 카타가나를 외우고 있는 정도, 또 간단한 기초회화와 문법이나 머릿속에 넣고 있었던 불쌍한 새내기 군복학 예비역이었던지라 일본어 능력시험 수험서를 보고 그 레벨을 가늠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미래를 보고-_- 아니, 솔직히 어차피 전공이 전공인데, 나중에라도 필요할 것이고, 책값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하니까 일단 사두자, 라는 생각에... 어느날 하루,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대로 사게 된 것이다. (근데 위의 アクス 시리즈는 일본어 능력시험과는 그다지 관련없는데 왜 사버렸을까나.)

책상 서랍의 어느 봉투를 뒤져보니 그 당시의 영수증이 들어가 있더라.-_-v
시간상으로보면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산거 같기도 한디.-_-+

그때 한 무더기로 사왔던 일본어 교재들, 지금 그대로 집안 어디엔가에 있다. 아니 이후 중국에서 장기생활을 할 때도 간간히 샀던 것도 있으니 권수가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산 일본어 시험 관련 책은 딱 한권 있더라고.-_-;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이것을 샀을까 싶을 정도.) 대학 졸업 무렵에 이래저래 같은과 학생들이 들고다니는 일본어 능력시험이나 JPT에 관련된 한국출판의 수험서들을 볼 때마다, '나는 집에 쌓여있다.'라는 자기만족으로 버텨야만 했다. 무슨 1급 완전 공략이라니, 혹은 900점 목표 어쩌구 저쩌구하는 한국 출판의 일본어 시험 관련 수험서들의 표지를 볼 때마다 나는 또 왜 훅~ 하지 않았겠는가.-_-;

그래도 내딴에는 본다고 봤는데, 그 당시에도 그랬고, 또 지금에 와서 이래저래 곰곰히 생각을 해본다면 딱 드는 생각이, 중국쪽 수험서들의 수준이 우리보다 쌘거 같다, 라는 다소 모호한 감(感)이다. 분명 같은 일본어 능력시험 2급 문제집인데 우째 문제 수준이나 단어수준은 중국쪽이 더 높았던 것일까. 당시 내가 샀던 수험서에는 기출문제와 같은 표본이 되는 문제들이 많지 않아서 내딴에는 그냥 그 수준에 맞추어 이래저래 책을 봐야만 했는데, 모르는 단어가 많아 문제를 푼다라기보다는 사전을 찾는 시간이 더 많았었다. 다시 말하자면, 일본인이 직접 만들어 출판한 것이나, 혹은 일본 사람이 이미 만든 것을 그대로 번역해서 출판한 것이든지간에 하여간 나에게 워낙 수준이 높아서 시험을 대비한다라기보다는 그냥 일본어 공부한다, 라는 생각을 더 들게 해주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 책들을 가지고 내가 일본어 능력시험을 준비하는데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었다, 라는 결론.-_-; (물론 시험에 대해 나일론 준비를 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후, 일본어 능력시험을 치긴 쳐야겠는데 그 중국에서 출판된 수험서들의 수준에 기가 죽어서인지, 접수하는 당일에 '1급'이 아닌 '2급'을 신청했었다. 적지 않은 이들이 한번씩은 겪는 것이겠지만서도, 접수하는 당일에는 뭔가 고군분투한다, 라는 마음가짐을 갖게되지만 이후 시험당일 2,3일 전까지는 팅가팅가~ 나일론 공부를 했었었다.-_-+ 가끔 그 문제의 책들을 뒤져봐도 결국엔 사전놀이로 진을 다 빼버리고 실제 연습해야 할 문제유향내지,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다가 대망의 시험날이 다가왔고, 시험 당일... 매서운 겨울바람을 헤치며 서면에 있는 중앙중학교던가? 그 곳으로 향했다. 아 떨리... 그때의 빌빌거림과 떨어져서 접수비 날리면 우짜노~라는 걱정은 이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괘나 오랜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그때 시험문제지를 접했던 느낌은 아직도 기억할 수 있다. '정.말.쉬.웠.다.' 그러니까 당시 내가 시험준비를 착실히 하거나, 혹은 내가 원래부터 일본어에 대해 가깝게 생각해서 드는 자신감에서 나온 얘기가 절대 아니다.-_-; 평소에 일본어와 그리 가깝게 지내지 않았고, (조금 오버해서 말하자면, 그 당시까지만해도 내가 유일하게 일본어를 본 시간은 대학 수업시간이 대부분이었다다, 할 정도로 일본어에 관심이 없었다.) 또 나일론 공부를 통해 시험을 결국 보게 되었는데... 이게 왠 횡재인가, 싶을 정도로 문제의 레벨이 낮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유인즉,  나름 어렵다고 느껴졌던 중국 출판을 책들을 보고나니 문제에 나오는 어휘나 문장 길이가 좀 더 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험문제 자체가 그렇게 느껴졌을 뿐이지,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_-;;; (아니 어쩌면 이 날 밤을 새고 치른 시험인지라 머리가 해롱해롱했었을 수도.-_-+) 그래도 접수비 본전은 건질 수 있었다. 전체 점수가 생각보다 덜 나와 잠시 시무룩은 했었지만, 그래도 그 당시의 내 수준, 그리고 시험준비의 엉성함에도 불구하고 합격통지서를 받았으니, 얼레리~ 또 겸사 기념으로 한잔하러 갈 수 밖에 없었지비.

이후... 토익이든, 혹은 HSK든 여느 문제집을 볼 때에도 해당 수험서나 문제집의 레벨을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쉽든, 어렵든 아니 차라리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 좋을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차에 따라 다르겠지만, 쉬운 문제를 풀고 자신감을 갖고 시험에 임하든, 어려운 물제를 풀고 당일 시험문제에 대해 자신감을 갖든... 어차피 준비는 한 것이니만큼 자기 소신껏 잘 치르면 된다,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더라고. 어차피 시험은 죽어라 기계처럼 죽어라 풀다보면 감이 생기기 나름이고, 또 그러다보면 그 시험을 통해 한층 레벨업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언젠가 중국얘들이 치는 한국어 능력시험 문제를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다. 한국인이 보기엔 너무나 쉽게 생각되는 것인데, 이게 문제로 나올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외국인 학습자 입장에선 또 그렇지가 않다. 여느 외국어든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결국 출제자들도 외국인 학습자들이 틀리기 위해 만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 함정만이라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면 자신이 목표로 했던 결과에 더욱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이걸 시험에 대한 요령이라고 하더군.)


그러고보니 작년엔 외국어 시험을 한번도 쳐보지 않았다.-_-; 2010년은 시험으로 시작되는 한해겠구마이. 근데 원서비가 너무 비싸.-_-; 하기사 지금 대한민국에서 안 비싼게 있는가마는.

언젠가 중국어 시작한지 반년만에 HSK 8급을 손에 넣은 형님의 간단한 무용담을 들었던 적이 있다. 문제집 자체를 통째로 외웠다고 한다.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나.-_-; 외국어를 잘한다고 시험을 잘 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언어는 언어고, 시험은 시험이라는 얘기지비.

책상 하나를 빼면서 기본 책상 바로 옆에 복합기를 설치했다. 아마 프린터기를 이렇게 높이 두고 쓴 것은 처음일 듯. 아, 좋다. 앉아서도 스캔과 복사와 출력을 할 수 있다니.-_-v 겸사 기념으로 이것저것 스캔놀이를 해봤는데... 햐~ 옛날에 스캐너 처음 가지고 놀았을 때의 설레임이 팍팍나는구마이.

겸사 기념으로,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중국 공항이용료 티켓.-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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