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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눈물겹다, 그 넘의 '외국어 공부'.

우리팬 2009. 4. 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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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어쩌다가 그런가보다 그려러니 외국어와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서도, 이러한 희안한 감정도 잠시, 요즘은 외국어 한두개 못하면 되려 도태된 인간상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외국어를 공부한다, 가 아닌 해야한다... 라는 점에서부터 우리나라가 아직은 세계에서 순위자리 축에도 들지 못한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잘하는갑다, 가 아닌 해야한다... 안 하면 바보된다, 라는 것이 이를 증명해주는 인식관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현실은 직시하지도, 단지 재밌다, 할만하다... 라는 나태한 자세로 줏어 배웠을 뿐이다. 그런데도 남들은 어느정도는 먹어준다. 사실 다 까발리면 제대로 쪽팔릴만큼의 기본기 부족은... 한창 재미로 외국어를 습득하는 있는 후배들에게는 제대로 된 '배워선 안되는 유형'일터이다.-_-;

그럼에도 버틴다. 볼려고 노력하고, 들을려고 노력하며, 또한 글자를 쓰거나 보고, 또 사전을 찾을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예전보다야 한국에, 그것도 제1의 도시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내가 하는 외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이들이 적지는 않기에, 나름 좋아졌다라고는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외국인과의 사람사귀는 일'이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닐터이다.

영어 좀 한답시고 돌아다녀봤자, 결국 찾아가는 곳은 원어민강사가 있는 학원일터이고, 그 곳에서 '회화'를 하는 것이 아닌, 적당한 돈을 지불하고, 한두시간 외국인 구경만 잘하고 돌아온다. 차라리 성격이라도 자유분방해서 개인적으로 만나면 모르겠으나,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서양 코재이 나라에 어학연수 1년 다녀온 친구가 그런다. "학원갈 돈으로 차라리 해운대에 외국얘들 많이들 가는 바를 가라, 그런데 어쩌냐... 넌 여자가 아니라서 서양얘들이 쳐다도 보지 않을꺼다." 이따구 발상은 1900년대 초반, 한창 개항중이던 일본의 꼬라지와 왜이리 비슷할꼬. 코재이들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눈물 찔끔찔끔 흘리며 손수건을 흔드는 한국 처자들이 어디엔가 있었겠지? 그것도 사랑이라 믿으면서?

일본어 좀 한답시고, 이래저래 둘러봤더니 아무리 부산이 일본과 가장 가까운 동네라 하더라도, 또래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언젠가 찾아가본 일본 가정식을 하는 식당문 옆에 붙은 '일본어 가르쳐 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왜그리 땡기는 것일까. (물론 돈받고 가르쳐주겠지?-_-;) 그래도 어순은 비슷하다고, 사용하는 한자어가 비슷하다고 쉽게는 접했다만, 이 넘의 '중급' 과정 넘기기가 만만치가 않다. 뭐 학원에서 단기속성으로 처음부터 한 얘들이 어떻게 나보다 먼저 능력시험 1급을 먼저 따고, 또 JPT 점수도 높다냐. 그런데 어쩌니... 그 시험에 나오는 문장들, 그대에게 달린 입으로 내뱉을 날이 언제인지 알 수나 있으려나. 그래도 세상은 수험비를 내고 시험친 자들을 반겨해주기 때문에 나같은 넘은 입닥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소시적부터 '중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좋았다. 본의아니게 중국 고전무협물을 접하게 되었지만, 그 여파 때문인지 중국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사회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정도다. (뭐 사실 전공이 있긴 있지만, 아직은 내세울 처지는 아닌 것 같고.-_-;) 하여간! 난 참 중국을 좋아했다. 아니, 동경했다고 해두자. 그런데 왠일, 중국에 첫발을 내딛은 그 날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더렵고, 불결하고, 지저분하고...들 하는데, 정말 그랬다. 몇년 뒤 두번째 중국에 갔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그거 아니. 왜 중국의 더러운 모습만 보고 있는거니. 예전에 동경했던 중국의 모습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기가 못찾은 것임을 그 후에서야 알게되었다. 문제는... 지난 몇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친 후에서야 깨달았던지라,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의 짓거리들이 한없이 후회될 수 밖에 없다. 하여간 부산에서 이래저래 중국인들을 접할려면(!) 적당한 술값이 필요하다.-_-; 대학가 어지간한 고기집, 호프, 학사주점... 없는데가 없다. 다 중국 유학생들이다. 한 2년전까지만 해도 한국어 발음이 어눌했고, 옷가지도 왠지 중국스러워보였는데, 왠걸... 이젠 가게 주인한테 90도 인사까지 깍듯이 하더라. (중국에서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그 비싼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그런데 이 서빙하는 얘들이랑 뭘 어떻게 하라고.-_- 얘네들도 한국에 공부하러 와서 자기 시간 쪼개서 알바하는거다. 일하는데 방해할 순 없잖니. 그렇다고 가끔씩 보이는 양꼬지집에 가서 술김에 조선족 아줌마 사장과 중국어로 솰라하기에도 부담감이 크다. 괜히 술 한잔 한김에 중국어로 솰라솰라하게 되면, 옆에서 왠지 모르게 진지한 대화를 하고있던 중년의 아저씨들 눈초리가 나에게 쏠린다. 아, 한국에선 한국어만 해야죠.-_-;

에라이, 외국어는 외국인이랑 할려고 공부하는건데... 결국엔 나 혼자 놀아야 한다.

나 혼자서 미드 틀어놓고 신나게 영어를 들어야 하고, 보다보면 듣는 것은 상관없이 눈만 자막으로 간다. 아, 내용에 빠지니까 영어공부는 개뿔... 내용이 재밌는걸 어떻하란 말이냐. 작년인가, 그 유명한 '프리즌 브레이크'에 늦게나마 빠져들어서 거의 1주일을 케병신처럼 살았다. 미드를 보는 것도 좋은데, 이걸 외국어 학습에 이용할 도구라고 생각한다면 자기가 왜 보고있는지 돌이켜 봐야할 것이다. 차라리 시트콤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프렌즈(Friends)'라는 넘은 영어 자막도 동시에 붙어있더라. 적어도 슬랭이나 어휘 정도는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넘 역시도 드라마 내용에 충실하다보면 금방 영어고 나발이고,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에라이, 차라리 책을 꺼집어내어보자. 다들 목숨내놓고 공부한다는 토익책을 펼쳐보니, 이게 영어공부인지, 정답맞추기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학창시절부터 '찍기'는 성적결과가 아니좋아서리, 그리 자신은 없는데, 한국에선 이 점수만 높으면 일단 영어 좀 한다, 라는 사람으로 봐준다미. 아, 정말 체질에 맞지 않다. 그래도 작년까지 쳐야할 영어시험은 쳐놔서 다행이긴 하다.

일본은 생각외로 활용할 수 있는 교재가 무수히 많다. 초딩때 친구넘은 이름은 까먹었는데, 하여간 일본 컴퓨터 게임에 빠지더니만, 금새 일본어 도사가 되었다. 와! 와! 근데, 게임만 해서 일본어가 잘해진 것이 아니라, 그 것이 '동기'가 되어 사전도 사고, 책도 사보고 계속해서 보고, 듣게 된거다. 게다가 한국 뭇남성들이 적당한(?) 시기에 접할 수 밖에 없는 하악하악 영상들도 때로는 교재가 될 수 있고, 예전부터 한국서 간간히 표절했던 일본노래도 이제는 쉽게 들을 수 있다. 일본 드라마도 취향만 맞는다면야... 그리 실망스럽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딱! 깨놓고 말해서 입문과정부터 중급과정까지는 한국인이 배우는 모든 외국어 중에서 가장 쉽다고 생각한다. 가까운데라서 그런가, 하여간 나도 히라가나 처음에 외울 때만 힘들었지, 그거 외우니까 할만하더라고. 단지 이 모든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한데, 따지고 보면 가장 빠른 일본어 왕도의 길은 눈딱 감고 6개월짜리 학원수업만 들어봐라. 다른 외국어는 몰라도, 일본어만 공부한다면 이보다 빠르고 정확한 길은 없을 듯 싶다. 일본인 원어민 강사도 필요없다. 한국인 강사들 일본어 발음은 정말 믿음직하다. 나? 나 일본어 학원 근처도 안 가봤는디요.-_-+

이런저런 친숙한 외국어 中에서, 보통 한국사람이 가장 난해하게 듣는 외국어가 중국어가 아닐까나. 뭐이, 좀만 하면 별말 아닌데 '우와~'가 나올 정도니. 발음만 제대로 배우고 나면 무조껀 외는거다. 줄줄줄~ 누가 빨리, 누가 많이 외우고 있는가가 중국어 실력이다. 이런저런 변형이고, 응용이고 뭐고자시고 할 것들이 다른 외국어들에 비해서 적다. 죽어라 외워라. 그것이 답이다. 언젠가 '빨간책'이라는 별칭을 가진 모 중국어 교재에는 이런저런 설명없이 단지 수백개의 문장들만 나열해 놓았었다. 기억이 어렴풋한데, 하여간 저자 역시 '외워라!'였다. 오죽했음 당시 동호회들 사람들끼리도 "빨간책 외웠어요?"라는 인삿말이 있었을까나. 그래도 나름대로 큰맘먹고 대학때 두군데를 중국어 학원을 다녀봤다. 한 곳은 부산 북구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어 학원이었고, 또 한곳은 부산의 명문대 근처에 있는 학원이었다. 대만까지 가서 석사학위까지 따신 선생님들한테는 미안했지만, (사실 학원비 대주신 엄니한테 더 송구스럽구먼) 두군데 모두 다 합쳐서 10일도 못 다녔다. 보고 읽고 발음교정하고... 그 당시엔 사실 초보였으니 할 수 없는 과정이었겠지만, 당시엔 보고 따라읽기 위해서 학원을 오고가는 시간이 술자리에서 택도 아닌 중국어로 술주정부리느니만 못했다.

외국어는 답이 없다. 정말 답이 없다. 외국어에는 왕도가 없다고들 하는데, 난 외국어에는 왕이 없는 줄 알았더니-_- 결국에 답은 모든 인생문제에 있어서의 보편적 가치를 그나마 수용할 수 있는 정답인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점이라는거다. 지금 좀 한다고 으쓱해질 것도 잠시다. 방금 외국에서 어학연수 좀 하고 오셨어요? 근데, 잠시 한눈팔고 딴 짓거리 하는 사이에 입모양이 굳고, 단어가 좀처럼 생각나지 않으며, 괜히 외국인들이 외계인처럼 느껴질 때가 올 수 있으니 조심하시와요. 대학 졸업을 준비하든, 취직준비를 하든... 이런저런 바쁘게 사는 것을 스스로 느껴질 때쯤이면, 나름 시간, 돈투자해서 배워온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마련이다.

대학때... 전공교수님 연구실 테이블에 놓인 낡은 일본어사전을 보았다. 거추장스러운 껍질까지 빼놓은 것이 똑같은 나와 같은 사전이었던지라, 눈이 한참을 갔었는데그 낡고무딘 시커먼 교수님의 사전과 깨끗하게 형광팬으로 줄 찍찍그어놓은 내 사전을 비교하니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에라이 사전으로 미술공부 할 일 있냐... -_-+ 모든 공부에도 그렇듯이, 머리좋은 넘은 몇년 편하게 공부할지 몰라도, 꾸준히 노력하는 분은 평생을 즐기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러니, 그 넘의 외국어 공부... 좀 더 눈물겹게, 지랄같이 꾸준히 좀 해보자.

결국 외국어에 왕도가 없다는 말은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끝이 없다는 말이 아닐까나.


곰곰히 생각을해보니, 왕 된다고 평생을 깐죽거리는 사람들 中에 실제로 왕이 되었던 사람은 정말 몇 안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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