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人緣

비디오 대여점과의 인연.

우리팬 2006. 10. 3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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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잠시 알바를 했던 비디오 대여점.

아부지는 내가 소시적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부터 중국 무협물을 굉장히 많이 보셨다. 그리고, 집에서 하는 가게 역시 매주마다 비디오 대여점(일명 비됴방)에서 비디오 테입을 빌려야만 했기 때문에, 나 역시 자연스레 어릴때부터 편안하게 출입을 하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매일 가야했던 학교보다도, 비됴방을 더 친숙하고도, 또한 볼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많은 별천지였을지도 모르겠다.

중학교때는 무협지 삼매경이었는지라, 김용선생이랑 친해진답시고 학교 결석까지 해가며 골방에서 무협지를 읽었고, 나름대로 금전적인 여유가 있었던 고등학교때는 이런저런 비됴방들을 전전하며 당시 서진프로덕션에서 출시한 허벌난 무협 시리즈들과 놀 수 있었다. 아마, 그때 내가 '술'을 배우지 않고 계속해서 TV 앞에서만 있었다면 요즘 말하는 무협 오덕후가 된 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대학때 자취를 하면서도, 자취집 근처의 비됴방을 하나 선점하고, 허벌나게 왔다리 갔다리 하니까, 사장님이 주말 알바를 그냥 믿고 시켜주더라고.-_- 나 역시도, 한달에 한번씩 상경을 하기 위해서는 노역을 해야만 했던 시절이었기에, 또한 '이 가게 비됴 다보고 졸업한다'라는 신념하에-_-v 군입대 전까지 꽤나 오랫동안 비됴방 알바를 했었다.

제대를 하고, 다른 자취집을 구해 생활하면서도 먼저 그 동네 비됴방부터 단골을 삼았고, 역시나-_- 또 주말알바를 하게 되었는데, 그 곳이 바로 사진 속의 비됴방이다. 그때 주인 아저씨 다른 장사할꺼라고 몇번을 얘기하신거 같은디... 그래도 그 가게는 여전히 그대로인걸 보고 내심 놀랐다. 심지어 비됴테입 회수통까지 그대로인거다. 그래도 4년 이상이 지났는데말야.-_-; 열심히 알바를 하다가, 나중에 중국어를 가르치는 알바를 하게 되었는데, 비됴방 알바를 그만두게 되었다. 만약 그때 계속해서 알바를 했더라면, 어쩌면 지금은 비됴방 사장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중학교때 꿈이 비됴방 사장이었걸랑.-_-;

사람 사는 일, 정말 모른다고... 무협 오덕후에서, 나중에 비됴방 알바라는 경험을 한 것이, 중국에서 꽤나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학교에서 문장을 발표할 때도, 알고지내는 중국인을 만나더라도, 혹은 통역 자리에 가서도 중국 무협에 나름 관심이 많았었던 나였기에, 그런 사소한 주제로 이래저래 인간관계를 만들었고, 또 중국 고전 문화를 일반 유학생들보다는 많이 알고있다는 것에 여러 중국인들이 놀라워했고, 점수를 좀 주더라고. 이런건 사실 학교에서도 안 가르쳐주잖냐.-_-+

그래, 취미라면 취미라 할 수도 있겠다. 장풍을 쏘아대고, 나무 위로 날아다니는 우째보면 유치찬란한 무협내용이라고 하지만서도, 그 안에서 각 시대마다의 문화적 관습내지, 谚语들이 아직 내 골통속에 남아있는거보면, 이런 취미는 퍽이나 쓸만한게 아니겠냐고. '중국어'라는 외국어를 접하고, 내가 이제껏 많이 들었던 질문 中의 하나가 '어떻게 하면 중국어를 잘해요?' 였는데... 딴거 없다. "조낸 들으3" -_- 영어 공부한답시고 드라마 '프랜즈'를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는데, 중국어라면 이런 무협물도 플러스가 되지, 절대 마이너스는 없더라고. 무협물을 미디어로 접하고나면, 후에 문어체가 많은 무협소설을 읽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 물론, 고전쪽 내지 문학과 같은 고어 공부가 필요없는 사람은... 그냥 웃고 넘어가겠지만서도 말이다.


그래도 한, 2년 전세로 자취했던 빌라. 여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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