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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로' 인형과 나, 그리고 여자의 심리.

우리팬 2006. 9. 2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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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딴에 토토로 인형이란다.-_-+

사실 나는 학부 일어일문학과 출신이지만, 일본쪽 애니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 소시적에 소년중앙내지 보물섬, IQ점프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등과 같은 월간 만화잡지를 죄다 모아 소장을 했던 적이 있어서인지, 나이 좀 먹고나니 만화라면 일단 고개부터 흔들고 본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던 애니, 특히 일본 애니가 '에반게리온'일터이다. 것도 군제대를 하고 자취생활을 하던 中 비됴대여점에서 비됴를 빌릴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자, 친구넘에게 구워진 '에반게리온'을 빌려봤을 뿐. 흠흠.

엊그제 陈양의 저녁대접으로 이런저런 이들과 만나 귀국 전, 나름대로 회포를 풀고 헤어질려던 찰나, 덥썩 가방에서 꺼낸 봉지에서 이 인형이 나왔는데, 거참 갑자기 옛날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나더라고. 위에서 언급했다싶이 일본 애니에 거의 관심이 없던 나는, 이 '토토로'라는 신기한 동물(?)을 알게 된 것도 군제대를 하고나서였다. 것도 'となりの トトロ'라는 애니를 통해서가 아니라, 당시 허벌나게 쫓아다녔던 처자에 의해서 알게 되었다.-_-+ 당시 제대를 한지 얼마 안된 순수 열혈 복학생으로써, 졸업을 위해 부단히 학점을 쌓았고, 또 한편으론 인생의 반쪽을 제대로 찾아보고자 부단히 노력을 했을 때였는데, 문득 이 처자가 나에게 건낸 말이 '대형 '토토로' 인형이 갖고싶다.'였다. 인형? 사실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나는 남에게 '인형'이란 선물을 제대로 해준 적이 없다. '그거 왜 사는데?'라는게 제대로 된 심정.-_- 그래도 나잇살 좀 먹었다고 여성분들이 가지는 '인형'에 대한 애정은 어느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 (한 침대에서 남정네보다는 항상 자신의 잠자리에서 기다리는 충성스런 인형에 좀 더 스킨쉽이 강하다는 것을-_-+)

지금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말이다.-_-;

암튼, 결론은 위에서 말했다 싶이 결국엔 그 처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일단 당시 이 '토토로'라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형이상학스런 물체의 존재에 대해 알아야만 했고, 나름대로 지인들을 동원, 결국 일본 애니에 나오는 얄리꾸리한 넘인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덤으로 인형도 판매되고 있으며 부산에서도 잘 찾아보면 살 수 있다는 낙관적인 얘기까지 들었다. (워낙에 사전지식이 부족하여 서울에 있는 친구한테까지 전화를 했을 정도.-_-;) 그래서~ 하루는 짬을 내러 지갑 안에 당시 자취 복학생으로써는 거금인 돈 4만원을 지갑 안에 넣고 룰루랄라 부산의 시내라 할 수 있는 남포동으로 향했다. 당시 남포동 광복로 도로변에는 이런저런 인형들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있었는데, 일단 거기부터 가기로 했다. 갔다, 찾았다, 그러나 토토로라는 넘은 없었다. 그래서 물어봣다, 주인도 모르더라.-_-+ 그래서 일단 남포동 지하상가를 돌며 인형가게를 찾았는데, 결국 찾지도 못했다. 도대체 어떤 넘이길래 이렇게 위치파악이 아니되는가. 고작 인형일 뿐인 넘이 말이다.-_-+ 행여나 하는 심정네, 지하철을 타고 부산의 또다른 시내인 '서면'으로 향했다. 그래저래 찾아봤으나... 역시나 없었다. 지하상가는 물론, 도로변의 인형 노점상까지도... 흠흠.

결국 나는, 일본 애니는 물론 드라마, 연예쪽에 다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어느 후배에 전화를 해 SOS를 쳤고, 그녀가 가르쳐준대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남포동으로 향했는데, 시간은 어느덧 밤 10시... -_-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그 날 점심먹고 바로 나갔을터이다.) 후배가 가르쳐준 가게를 겨우 찾았으나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고, 덤으로... 그 인형뿐일 토토로 인형의 가격이 만만치 않음도 후배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사람의 몸통만한 넘이 10만원을 상회한다는 얘기에 풀이 죽을 수 밖에 없었고-_- 우야등가, 일단은 귀가를 하여 다음을 기약했다.

광복로 근처에 있는 예전 단골 선술집. 아, 오뎅 땡긴닷!

선물은 어디까지나 '서프라이즈'가 중요하다. 그래서 다시 구매를 하고자 이전에 후배가 가르쳐줬던 가게를 찾았고, 그 곳은 이런저런 일본 잡지, 만화책등 보따리 장사 아줌마들이 손수 들고온 이런저런 일본물품들도 넘쳤더라고. 암튼 찾았으니 기뻤고,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어느 정도 큰 그러나 그다지 크지 않은-_- 토토로 인형의 가격을 물었다. 9만원......-_-+ 당시 수중엔 몇일 전에 꿈쳐뒀던 4만원이 고작이었으니... '돈이란 도대체 뭔가~' 싶더라고. 결국 사지도 못했고 돈없는 가난한-_- 복학생이 사회에 대해 맛본 뼈저린 악몽이 되어버렸다.

후에, 어느날 하루는 그 처자와 같이 역시나 부산 남포동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왠 가게에 토토로 인형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 내 기억이 맞다면 그 날은 일주일치 용돈을 받았던 날인지라, 나름대로 지갑이 아니, 은행 잔고가 두둑했을 때였는데,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보니 10만원이 훨씬 넘더라고.-_- 10만원은 무슨... 20만원 가까이. 꺼억. 결국 그 처자 앞에서 또 한번의 굴욕을 당해야만 했으니... T.T (뭐, 상대는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일이 있은 후, 2달인가 뒤에 나는 北京에 단기 어학연수를 갔고, 그 처자와는 헤어지게 되었다. 나름대로 심각하게 겪은 첫번째 실연이었기에 이런저런 별에 별 상상, 환상, 망상을 다 해보며 왜 헤어지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역시나 이 '토토로' 인형이 걸리더라고. 다른 것은 하지 말라고 해도 뭐든 사줄려고 했고, 또 이래저래 내딴에는 정말 열심히 쫓아다녔다고-_-v 자부를 하는데, 이 토토로 인형만큼은 그러질 못했다. 그렇다고 헤어진 후에 물어보자니 정말 쪽팔리는 일이 아니던가.-_-;;;

그때 토토로 살돈이면 이 곳의 인형들을 몇개나 살 수 있는거냐.-_-+

중국의 江苏 扬州의 유명한 관광지인 瘦西湖 앞에는 이런 인형 노점상들이 몇개 있다. 이 양주라는 도시는 국제적으로도 인형 생산에 있어선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곳이기에, 판매가격 역시 쌀 뿐 아니라, 개인적 재량에 따라 일단 상점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싸게 살 수 있기도 하다. 이 곳을 세네번 가봤지만, 역시나 토토로 인형은 없더라고. (물론 일부로 찾은 적은 없다.-_-+) 그 넘의 인형이 뭐길래, 나름 순수했던 그때의 나를 짓밟았든지... 게다가 엊그제는 그 인형을 (물론 작은거지만.--;) 다른 아낙에게 생각치도 않게 받았으니... 참 마음이 알송달송하네 싶다고.

여성이라는 분들은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가 사주고 싶은 선물보다는 자신이 받고싶어하는 것을 받는 욕망이 더 크지 않나 싶다. 그래도 나이와 경험 좀 있다고 어느정도 '선물'이라는 것을 해준 적이 있지만 내딴에 생각한 '서프라이즈'가 제대로 먹혔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어느 드라마에서 나왔던가, 여자들은 반짝이는 것은 다 좋아한다고.-_-;;; 뭐 지금은 뭘사줘도 좋아해주시는 분을 만나 이제는 이성에게 선물을 함에 있어서의 고민은 줄게 되었다만, (물론 이제는 좀 살 줄 안다.-_-v) 그래도 문득 드는 생각이... '그때 참 잘 헤어졌다', 라는 생각. 남녀 모두 다 같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기엔 두 사람의 인연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함께 했던 날보다는 같이 함께 할 더 긴 시간을 위해 인연을 쌓는 것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해주는 무엇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일지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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